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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와 락 사이, 파인그로브

파인그로브(PineGrove) - 〈Card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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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와 포크를 품은 탓에 음악이 꽤나 부드럽게 혹은 수수하게 보이나 그 밑바탕에는 여러 재료를 잘 섞어내고 좋은 곡들을 잘 뽑아내는 영민한 기획력이 깃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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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에는 펑크 록과 얼터너티브 록, 인디 록, 기타 팝이 자리한다. 멜로디나 곡 진행과 같은 기본적인 요소로 구성된 뼈대 자체만 놓고 보면 크게 독특할 것이 없이도 다가온다. 문제는 그다음 지점에서 발생한다. 평이함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포장지를 한 겹씩 덧대는 이들의 터치가 무척 매력적이다.

 

이번 앨범에서 파인그로브가 사용한 겉감의 주된 재료는 전통적인 컨트리와 포크, 다시 말해 아메리카나 스타일의 사운드에 있다. 개개 곡의 러닝 타임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기타 릭과 솔로, 밴조 연주로부터 우리는 이들이 받은 장르적 영향을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이제 슬슬 재미가 일어날 시간이다. 밴드가 사용한 자재의 원산지는 제법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구성요소가 개개의 트랙에 녹아 들어있는 형태는 조금은 복잡하게 귀에 잡힌다. 고전적인 느낌을 주고자 하는 정도에서만 해당 사운드를 덧대는, 간단한 수준의 접근으로부터는 거리가 있는 움직임을 구사하는 탓이다. 기초에 있는 펑크 사운드와도 어울리게끔 방향을 조절해 자신들의 컬러를 만들어가는 모습도 드러나며, 톤과 완력을 여러 차례 조정해 작품에 다각화된 시각을 더하는 모습 또한 나타난다. 매스 록 스타일처럼 묘하게 구성한 리듬의 간헐적인 등장도 맛깔 나는 장치로서 단순함을 능히 없앤다.

 

명확하게 구축해낸 밴드의 영역 내부에서 다채롭게 찰랑이는 사운드. <Cardinal>을 이렇게 요약하고 싶다. 이들은 얼터-컨트리와 펑크 사운드로 이룬 음반의 그림을 배경에 두고, 남다른 사운드 조합법을 트랙 단위로 활용해 여러 장면을 멋지게 표현해내고 전환해낸다. 찬찬히 내부를 들여다볼까. 작품은 한껏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따스하게 숨결을 토해내기도 하며 때로는 에너지를 갖고 내달리기도 하고 조금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터덜거리기도 한다. 분출과 절제의 타이밍을 적절히 배치한 「Old friends」와 「Aphasia」, 레이어링으로 구성한 복잡한 리듬과 리프에서 나른함과 몽롱함이 묻어나는 「Cadmium」, 펑크적으로 다가서며 러닝 타임에 활력을 더한 「Then again」,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Waveform」 등이 앨범의 주요한 지점에 해당한다.

 

훌륭한 사운드 메이킹 감각의 하부에 위치한 파인그로브의 보컬 겸 송라이터 에반 스티븐스 홀의 역량에도 주목을 기할 필요가 있다. 여러 광경을 묘사해내는 밴드의 음악은, 그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을 묘사해 낼 수 있는 프론트맨의 재능이 있어 그 존재가 가능했다. 게다가 잘 들리는 멜로디가 흡인력을 지속하고 강화하기에 곡들과 음반의 또한 일정 이상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갖은 요소 간의 호흡이 실로 잘 맞아떨어졌다. 색다르게 사운드에 접근해 자신들만의 음악을 어느 정도 만들어내기도 했고 준수한 표현력으로 음반에 각양의 순간을 새겨 넣기도 했으며 좋은 능력을 바탕으로 그 어느 곡 하나 떨어지지 않는 여덟 트랙의 얼터 록 앨범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컨트리와 포크를 품은 탓에 음악이 꽤나 부드럽게 혹은 수수하게 보이나 그 밑바탕에는 여러 재료를 잘 섞어내고 좋은 곡들을 잘 뽑아내는 영민한 기획력이 깃들어있다. 게다가 아메리카나 스타일을 전작인 <Meridian>에서보다 훨씬 더 끌어올리며 나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Cardinal>은 정말로 근사한 앨범이다.

 

2016/02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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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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