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민중의 삶을 노래하는 시인
신경림의 시는 이른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산문정신과 미학적 탐색으로 한국 시문학사의 지평을 확대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1970년대 신경림의 서정적 현실주의 시는 우리 시의 지평을 새롭게 확대하였으며, 1980년대 이후 시적 모색에 한 방향성을 제시하였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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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창비 사이트).jpg

 

1935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56년 <문학예술>에 「갈대」, 「墓碑」 등이 추천되어 시단에 나오게 되었다. 신경림은 우리나라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사람 사는 이야기와 민요들을 모으는 데 관심을 기울였으며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신경림의 『농무』만큼 1970년대 한국 시단과 독서계에 큰 충격과 감동을 던진 시집은 없다. 농민들의 삶의 애사(哀史)를 리얼하게 묘사해내면서 민중문학의 힘찬 전진을 예고한 이 시집 한 권으로 신경림은 우리 시단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만해문학상’을 받은 『농무』는 개발독재의 서슬 퍼런 시대에 이데올로기적으로 눌리고 2, 3차 산업의 활황에 소외된 농촌의 열악한 현실 상황을 시편 하나하나마다 전형적으로 포착하여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중의 삶에 뿌리박은 빼어난 서정성과 친숙한 가락으로 진정한 리얼리즘을 구현했다고 평가 받는 신경림의 시 세계는 『농무』 이래 몇 단계의 변모를 거쳐 왔으나, 언어의 경제에 충실하면서 시와 삶의 본령을 추구해온 발걸음만은 변함없는 것이었다. 1970, 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선 문단의 자유실천운동?민주화운동에 부단히 참여하여 수다한 단체의 주요한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서도 구호화된 시에는 경사되지 않았다. 1990년대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자본의 총공세가 펼쳐지는 세태 속에서도 불의와 비인간을 용납하지 않는 올곧음은 한결 같았다. 민요의 가락에 심취한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 『새재』, 『달 넘세』의 성과를 이은 장시집 『남한강』은 서사 장시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길』에서는 기행시의 한 경지를 드러냈다.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뿔』 등의 시집에서 인간의 내면과 죽음 같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시 세계를 확장한다.

 

『바람의 풍경』은 자전 에세이집으로서 유년기, 문학소년 시절, 가난과 방황으로 이어졌던 청장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른 시인의 지난 이야기들을 스스로가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잊었던 일들, 잊었던 얼굴들을 생각해 내어 적어 내려간 것이다. 『한밤중에 눈을 뜨면』은 진실한 민중시인 신경림의 풍부한 인간미와 문화?사회 전반에 걸친 날카로운 안목을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며, 『남한강』은 저자 최초의 대서사시이다. 절절한 노랫가락이면서 이야기인 신경림의 긴 시를 읽는 재미는 남다르다. 『길』이라는 시집에는 오랜 민요기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찾은 마을, 그리고 바라보고 지나친 바다와 산을 툭 터놓은 마음으로 노래하는 신경림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스스로 낮고 외로운 인간과 사물과 함께 서고, 나아가서 그것들 속의 하나가 되는데 서시의 참길이 열린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책으로 『겨레의 큰사람 김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서면 그 마당을 쓸고 그 유리창을 닦고 죽고 싶다’고 말한 간절한 바람과 나라의 자주적인 통일과 독립을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김구 선생의 삶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준다. 이외에 저서로는 『달 넘세』, 『쓰러진 자의 꿈』, 『우리겨레의 옛날 이야기 시리즈』,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 『나의 문학 이야기』, 『여우구슬을 물고 도망치는 아이들』, 『민요기행 1?2』, 『우리 시의 이해』 등이 있으며 엮은 책으로는 『한국 전래 동요집 1?2』, 『한국 현대 시선 1?2』 등이 있다.산문집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일제강점 말기와 해방의 공간, 초등학생 허풍선이 땅꼬마 신경림의 좌충우돌 자화상을 비롯해서 1960, 70년대 너나없이 어렵던 시절 이 땅의 글쟁이들의 기행과 해프닝, 애환, 시국이 만들어 낸 안타까운 사건들의 뒷이야기 등 앞 세대들이 빚어낸 현대 문학사의 향수를 그득하게 담고 있다. 또한 여러 작가들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시집인 『당신이 많이 그리울 겁니다』를 펴냈고, 『이 땅 이 시간 행복하다면 당신은 바보 아니면 도둑』, 『육주 홍기삼과 나』 등의 작품에도 필진으로 참여했다.

 

 

신경림 작가의 대표작

 


신경림 저 | 창비 

1998년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이후 4년 만에 나온 신경림 시인의 시집. 『뿔』의 후기에서 시인은 “요즘 시가 한 그루 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끝내 모르는” 존재인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고 썼다. 평생 시의 길에 헌신해왔고 쉼 없이 그 길을 걸어갈 노시인의 간곡함은 시 한편 한편을 감싸며 울림을 크게 한다. 난해하지 않은 정리된 시상으로 어떤 시를 보아도 완결되지 않은 허술한 구석을 찾기 어려운 시 세계를 이뤄온 시인은 “한때 고통스럽던 시 쓰는 일이 이제는 즐거워졌다”는 말로 그의 시론과 창작이 원만한 합일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약자와 보잘것없는 존재를 어루만지는 손길은 여전히 크고 따스하고 스스로를 반성하고 그릇된 것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준엄하지만, 그간 잘 드러내지 않던 사적인 얘기들까지 엮은 시집 『뿔』에서 더 한층 겸허하고 너그러워진 품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돌아간 지인들과 더불어 이승과 이승 너머를 바라보는 시편들이 눈에 띄는 것도 새롭다.

 

 

낙타 
신경림 저 | 창비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편안하면서도 깊은 비유와 물 흐르듯 전개되는 어조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쉽게 시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한편, 읽으면 읽을수록 시인의 52년 시력의 내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낙타』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떠남에 대한 신경림 시인의 연륜과 시적 사유가 얼마나 깊어지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겪은 시인의 눈은 이제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을 초월하는 풍경을 엿보게 되고 그것을 조용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제 시인에게 삶과 죽음은 일종의 길 떠남이다. 그러나 그 길 떠남은 모든 것을 버리고 벗어나겠다는 초월의지와는 거리가 멀다. 세상과 삶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하고 살아낸 시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이자 삶의 태도이다. 여느 젊은 시인들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길을 떠나는 시인에게 시는 인생의 절경과 아름다움, 쓸쓸함과 슬픔으로 이어지는 길과도 같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삶과 죽음의 의미와 인생의 불가해한 이면에 대해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바람의 풍경 
신경림 저 | 문이당

바람처럼 살아온 신경림 시인의 삶에 대한 가슴앓이의 흔적이면서 지나간 날들의 신산한 삶의 풍경이 곰삭은 젓갈처럼 소복이 담긴 시인의 첫 자전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폭압의 세월과 소외된 민중에 대한 신경림 시인의 끝없는 사랑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순정한 기록을 통해 우리는 신경림 시인의 고통과 방랑과 사랑을 만난다. 한 시인의 도저한 문학의 뿌리가 이 기록 속에 오롯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일제시대와 해방공간에서 유신시절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격동의 시절을 살아온 시인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껏 살아온 나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했던 이들의 추억과 지난날의 기억을 함께 더듬으며 시인의 사람에 대한 애정과 겸손한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하게 된다. 삶과 사람의 본질을 드러내 보여주는 그의 시들이 ‘왜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저 | 실천문학사 

1998년 처음 출간된 시집 『가난한 사랑노래』에서 신경림은 도시 빈민층의 고달픈 삶에 주목하면서 기존의 농민 시인에서 민중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시집은 신경림의 시 세계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중요한 시집으로 한국문학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시 「가난한 사랑노래」는 1970년대 한국 도시 노동자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자조 어린 편지글로 풀어낸 수작으로 평가 받아왔다.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 등 인간적 진실함을 모두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오로지 가난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적인 것을 버려야만 했던 시대를 잘 드러낸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고, 사랑을 받았다. 시집 『가난한 사랑노래』는 절판되었다가 출간 25주년을 기념하여 2013년 특별판으로 재출간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생명력을 획득한 『가난한 사랑노래』는 신경림 시인의 대표시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신경림 저 | 우리교육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은 시를 찾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즐겁게 읽을 수 있겠는가’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책으로, 시인 신경림이 3년여에 걸쳐 한국 현대시사를 빛낸 22명의 시인들의 자취를 찾아 나섰다. 생가와 시비, 살았던 곳 등 시인들의 삶의 족적을 들여다보고 시와의 긴밀한 관련을 파헤쳤다. 시인이 어떤 조건 아래서 살았으며, 그 시를 쓸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현장을 다녔다. 신경림은 자기 시관만을 고집하지 않고 작자의 의견을 서슴없이 독자에게 알렸으며 다른 평자의 의견도 많이 참작했다. 한 시인 한 시인의 평전적 성격에서 벗어나 서로 유기적으로 조합되어 우리시의 한 경관으로 만들었다. 시를 재미있게 읽고 싶어 하는 사람, 학교에서 시를 가르치는 교사들, 그리고 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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