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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2009년 제17회 대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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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목매달고 죽어도 좋은 나무”라 말하는 박범신은 항상 위태롭게 보고 가파르게 부딪치며 사는 작가이다. 화려한 문체와 단단한 서사로 무장한 그의 작품들은 채우려 하면 할수록 비어가는 현대인의 쓸쓸한 내면, 부조리한 현실과 그 현실을 뒤덮은 욕망, 그에 맞선 순수에의 갈망을 그려왔다.

박범신(채널예스 인터뷰) 4.jpg

 

1946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78년까지 문예지 중심으로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단편을 발표하며 문제작가로 주목을 받았다. 1979년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 등을 발표, 베스트셀러가 되어 1970~8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빛나는 상상력과 역동적 서사가 어우러진 화려한 문체로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낸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박범신의 작품 중 1970년대와 8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은 폭력의 구조적인 근원을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도시와 고향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를 통해 가치의 세계를 해부하려는 시도로 인해 대중작가라는 곱지 않은 평을 듣기도 했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93년 돌연 절필을 선언하고 문학과 삶과 존재의 문제에 대한 겸허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 사유의 공간으로 선택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멀게 느껴지던 히말라야였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히말라야를 여섯 차례 다녀왔으며 킬리만자로 트레킹에서 해발 5895미터의 우후루 피크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유형과도 같은 오랜 고행의 시간 끝에 <문학동네> 가을호에 중편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재개한 후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묘사, 영혼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 세계로 문학적 열정을 새로이 펼쳐 보이고 있다.

 

작품으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겨울강 하늬바람』, 『킬리만자로의 눈꽃』, 『침묵의 집』, 『와등』,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등이 있고, 소설집에 『토끼와 잠수함』, 『덫』,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등이, 연작소설에 『빈 방』, 『흰수레가 끄는 수레』 등이 있다. 2001년 소설집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제4회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나마스테』로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고산자』로 2009년 ‘제17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5개월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한 소설 『촐라체』는 2005년 1월 히말라야 촐라체봉(6440m)에서 조난당했다가 살아 돌아온 산악인 박정헌, 최강식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또한 『촐라체』와 『고산자』와 함께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인 『은교』에서는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이며,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는 작가 박범신은 최근에도 『비즈니스』, 『빈방』, 『외등』, 『힐링』, 『소소한 풍경』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박범신 작가의 대표작

 

고산자
박범신 저 | 문학동네

계간 <문학동네> 2008년 가을호부터 총 4회에 걸쳐 연재했던 『고산자』는 조선시대의 가장 정확한 실측지도로 평가 받는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다수의 지도와 전국지리지를 편찬한 고산자 김정호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박범신이 공들여 써 내려간, 힘껏 벼린 한 문장 한 문장으로 다시 살아온 고산자 김정호. 평생 시대로부터 따돌림 당했던 고산자(孤山子), 백성에게 지도를 돌려주고자 하는 높은 뜻을 품고 있던 고산자(高山子), 고요하고 자애로운 옛 산을 닮고 그에 기대어 살고 싶어 했던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생애는 장중한 울림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고산자』를 통해 김정호의 생애를 복원함으로써 "누구보다 세상을 사랑했고, 그래서 세상과 계속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뼈저리게 지켜온 강토에서, 나와 우리가 지금 계속 이어 살고 있다는 큰 위로와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고산자』는 <고산자, 대동여지도>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어 2016년 여름에 개봉될 예정이다.

 

 

흰 소가 끄는 수레
박범신 저 | 문학동네

1993년 절필을 선언하고 용인 근교의 외딴집 '한터산방'에 스스로를 유폐시켰던 박범신은 그로부터 3년 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칩거했다. 『흰 소가 끄는 수레』는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작품으로 절필 시절 내면을 여행하며 얻은 성찰의 기록이자 자전적 연작소설집이다. '문학이 무엇이고 어느 제단에 바쳐져야 하는가' 하는 고통스러운 질문과 정면으로 마주하고자 선택했던 절필이라는 길,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실존적 결핍을 끌어안은 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고뇌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흰 소가 끄는 수레』에는 불행했던 가정사, 그리고 문학과 삶의 뿌리를 돌아보는 표제작 등 다섯 편의 연작과 절필에 이른 심리적 연원이 담긴 작품 「그해 내린 눈 지금 어디에」가 실려 있다.

 

 

은교
박범신 저 | 문학동네

박범신은 『촐라체』, 『고산자』와 함께 『은교』를 '갈망의 삼부작(三部作)'이라고 소개한다. 『촐라체』에서는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인간 의지의 수직적 한계를, 『고산자』에서는 역사적 시간을 통한 꿈의 수평적인 정한(情恨)을, 그리고 『은교』에서는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기록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 이적요를 핑계 대고 자신의 욕망을 투영했다는 작가에게 '갈망'이란 단순히 열일곱 어린 여자애를 탐하기 위하는 데 쓰이는 감정만은 아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존재론적인 물음을 던진다. 욕망이란 무엇이며,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소설은 또 무엇인가. 젊음이란 무엇이며, 늙음이란 또 무엇인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는 작가 박범신은 『은교』를 통해 존재론적 갈망을 그리며, 자신의 살아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촐라체
박범신 저 | 푸른숲

에베레스트 서남쪽에 있는 촐라체라는 산의 정상을 오른 뒤 하산 중에 실족한 형제가 7일 만에 극적으로 돌아온 생환기를 담은 디지털 인터랙티브 연재소설. 박범신은 국내 소설가로는 최초로 이 작품을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발표했다.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매체에 연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오히려 클래식한 글쓰기를 고집하면서 문제의식을 극한으로 밀고 나갔다. 시대를 고민하는 작가의 날 선 문제의식이 이 시대 젊은 독자들의 독서 욕망과 행복하게 조우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 『촐라체』는 거세된 꿈을 찾아 떠나는 장중한 이야기로 경쟁주의를 기반으로 한 배금주의와 편이성, 효율성만을 앞세운 문명이 만들어낸 안락주의적 삶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꿈'이 없는 삶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말해준다. 작품 속에서 촐라체는 단순한 산이 아니다. 촐라체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고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고, 야성에 대한 이야기고, 우리가 잃어버린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촐라체』는 생존의 길과 인간의 길이 하나로 모이는 경험, 극한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더 존엄해지는 인간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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