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보다 더 좋아, 양갱 라이프
선물이 해야 되니까 하는 숙제 같은 게 아니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주는 것이라면 언제든,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을 생각해서 어울리는 선물을 고르는 것도 좋지만, 어떤 물건을 봤을 때 그 사람이 떠올라서 주는 선물이 더 감동적인 것 같아요.
글ㆍ사진 정의정
20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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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채널특집>의 주제는 ‘사랑을 말하는 책 그리고……’입니다.

 

한국인의 날짜별 스트레스 지수를 파악할 수 있다면 분명 추석과 설날 이후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도 스트레스 높은 날 베스트10 안에 들지 않을까. 오죽 밸런타인데이와 초콜릿이 싫었으면 2월 14일이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라고 애써 그 날짜의 상업성과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안달인 사람도 있다. 자동 연상으로 어느 데이마다 뭘 사야 하는지도 챙겨야 하는 이 때, 자신을 ‘팥티쉐’로 소개하는 ‘배러댄초코렛’ 김지원 대표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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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러댄초코렛 : 김지원 대표 1인 기업. 집에서 만드는 건강한 홈메이드 수제양갱을 판매하는 곳으로, 초콜릿보다 나은 양갱라이프를 지향한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 2012년경 처음 시작해 과자전 등 소규모 플리마켓에서 주로 판매하다 최근 마포구에 작업실 겸 가게를 열었다.(사진출처_배러댄초코렛)

 

처음 양갱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남자친구에게 밸런타인 선물을 하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초콜릿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아무래도 초콜릿을 줘야 의미가 있는 날인데 싫어하는 걸 줄 수는 없고, 생각하다 보니 양갱이 질감이나 형태, 색깔, 달달한 것까지 초콜릿과 비슷하겠다 싶더라고요. 남들과는 다른 위트 있는 선물을 하고 싶다는 욕구랑, 초콜릿만 줘야 하고 받아야 하는 날에 대한 패러디 느낌도 있고 해서 양갱을 초콜릿 판 모양 몰드에 넣어서 만들었어요. 그 이후에 주변에도 선물하기 시작했는데, 다들 시판용 양갱보다 자극적이지 않다며 좋아하셨어요..

 

그 이후로 초콜릿보다 나은 게 있다는 걸 더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초콜릿은 주변에서 쉽게 살수 있는데, 양갱은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접할 기회가 별로 없죠. 사실 옛어른들이 즐겨드시던 맛있는 디저트들이 많은데 서양문물에 밀려 금새 잊혀지는 게 아쉽기도 했어요.

 

이제까지 판매한 양갱의 포장 디자인이 특이합니다. 복고적인 느낌이 나기도 하고요. 각 시즌마다 판매하시면서 조금씩 디자인이 달라졌는데 변화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서 직접 캘리그라피로 일일이 썼어요. 양갱도 직접 정성스럽게 손으로 만드니까 공통점이 있겠다 싶었고요. 지금은 외래어를 어색하게 한글로 쓸 때의 특유한 느낌을 살려서 좀 더 복고적인 로고를 써요. 양갱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저트이기도 하잖아요.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아니라, 경쾌한 색감위에 타이포를 툭툭 던져서 거칠지만 한눈에 와닿는 그 시절만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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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른 광고 없이 혼자 제작과 판매 모두 하고 계시잖아요. 기존 시판 제품과는 다른 디자인이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마케팅을 위해서 만들었다기보다는 제가 어필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까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아직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보여드리려면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많은 분이 먼저 알아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매니악한 부분도 조금 있는데, 그걸 공감해주셨던 것 같아요.

 

판매는 주로 어떻게 하시나요?

 

지금은 SNS 홍보와 직접 오프라인으로 플리마켓에 나가서 판매하는 비율이 반반이에요. 홍보는 눈으로도 입으로도 함께 즐겼으면 해서 온라인/오프라인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명절 같은 매 시즌마다 SNS 공지를 올려서 주문 제작을 하고, 일시적인 플리마켓에도 참가하고 있고요. 답례품이라든지 특별한 날 맞춤 패키지 디자인도 함께 제안 드려서 별도 주문을 받아 만들어 드리기도 해요.

 

사실은 유통 채널을 많이 안 늘리려고 해요. 유통이 잘 되려면 양갱을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는데그러면 과연 지금 제가 만들어서 파는 것만큼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직원이야 늘려서 많이 만들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만드는 대로 손님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정도까지가 좋아요. 매장도 일부러 조용히 혼자서 쉬다 갈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으로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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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팥티쉐’

 

기사를 너무 크게 내면 안되겠네요.(웃음)

 

그러면 제가 인터뷰를 하지도 않았겠죠?(웃음) 노출이 안되면 아예 찾아오실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거니까요. 노출은 많이, 열심히 알리되 이런 종류의 디저트에 관심 있고 좋은 선물을 하고 싶은 분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는 특정 데이에는 특정한 선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잖아요. 이런 선물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처음 양갱을 만든 계기도 밸런타인데이로 시작을 하긴 했지만, 계기가 있어야만 선물을 하게 되는 문화가 있잖아요. 화이트데이는 사탕, 빼빼로데이는 빼빼로를 줘야만 하고.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선물을 주는 날인데 나만 가만히 있자니 이상해 보이고.

 

선물이 해야 되니까 하는 숙제 같은 게 아니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주는 것이라면 언제든,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초콜릿보다 더 좋은 양갱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사람을 생각해서 어울리는 선물을 고르는 것도 좋지만, 어떤 물건을 봤을 때 그 사람이 떠올라서 주는 선물이 더 감동적인 것 같아요.

 

양갱 외에 다른 메뉴도 운영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양갱은 조금씩 정착을 시키면서 새 메뉴를 만들고 있어요. 당도도 적당히 단맛을 유지해야 하고, 식감도 너무 퍽퍽하지 않으면서 젤리와는 다른 쫄깃함이 있어야 하니까요. 잘 만든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계속 먹고 싶은 양갱을 만들고 싶어요.

 

매장을 운영하면 다른 메뉴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양갱 시식도 해보시고, 어울리는 차도 함께 드실 수 있게 티타임 메뉴를 준비 중이에요. 추억의 옛날 토스트나, 옛날 빙수도 있는 코리안 레트로 디저트카페 정도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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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팥티쉐의 추천하고 싶은 책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

나가오카 겐메이 저/허보윤 역 | 에피그람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 사면서 배우고, 먹으면서 배우는 가게]는 제대로 된 물건을 찾는 사람이 모여드는 가게, 올바른 물건과 생산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가게 디앤디파트먼트 설립자 나가오카 겐메이가 현재의 디앤디파트먼트를 만들기까지 실제로 체험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 입니다.

 

 

 

 

 

 

[연속 기사]

 

- 달콤한 초콜릿, 어디까지 먹어봤니?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양갱 #화이트데이 #발렌타인 #프러포즈 #프로포즈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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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6.02.22

팥티쉐란 단어가 기발하네요 ㅎㅎ 저도 전에 아버지께 초콜렛 대신 양갱을 드린 적이 있어요. 확실히 나이드신 분들께는 양갱이 최고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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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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