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왕국 백제를 되살려낸 곰족의 후예
한국형 토종 판타지의 가능성을 밝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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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을 펴낸 출판사 대표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은이의 머리말 대신 출판사 대표의 꼬리말을 붙이게 돼서요. 제 평생 다른 저자의 책에 꼬리말을 달아보긴 처음입니다. 하지만 꼬리말을 달 수밖에 없었답니다.


몇 년 전일 겁니다. 저는 아내와 함께 계룡산에 제법 깊이 들어갔답니다. 아시잖아요? 여러분이 도통 책을 읽지 않는 통에 골치가 아파 머리도 식힐 겸 주말을 이용해 계룡산에 올랐죠.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인적이 뜸한, 한적한 곳에 가있더라고요.


두리번거리고 있는 그때, 허름한 행색의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깜짝 놀랐죠. 산속에서 좀 모자란 듯해 보이는 사람이 우리를 보고 ‘헤헤헤’ 웃고 있었으니까요.


그 사람은 저를 보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헤헤헤. 나, 머저리 보보야. 아저씨, 출판사 대표 맞지? 이 원고 줄 테니 읽어봐. 근데 돈이 보인다고 당장 출판하면 절대 안 돼!”


그러면서 그는 원고 뭉치를 제 쪽으로 휙 던졌습니다.
저도, 아내도 깜짝 놀랐죠.


‘이 사람이 어떻게 나를 알지? 영험하기로 유명하다더니 역시 계룡산이구나.’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저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땅에 떨어진 원고뭉치를 얼른 주워들었습니다. 분량이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물었죠.


“그럼, 언제 출판해야 하죠?”


머저리 보보가 말했습니다.


“헤헤헤, 곧 백제 역사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걸? 그때 출판해. ‘개벽문학’은 떠오르는 해와 더불어 세상에 나가야 돼.”


말을 마친 머저리 보보는 등장했을 때보다 더 순식간에 숲속으로 휘적휘적 가버리더군요.


아내와 저는 너무도 신기한 일을 겪은지라 멍한 채 그 사람을 따라갈 생각도 못했답니다. 한참이 지난 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그 사람의 종적은 묘연했습니다.


저는 서울로 돌아와 원고를 밤새 읽었습니다. 너무나 황당하고 기괴한 내용이었고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함께 원고를 읽던 아내도 애들처럼 옆에서 밤새 깔깔거렸고요.


원고는 전설의 아이 하얀놀매와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꼬마 친구들이 지하세계를 탈출한 사울마왕을 추격하며 벌이는, 듣도 보도 못했던 모험담이었습니다. 그 모험담은 단군 이래 우리의 역사에 너무도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의미심장한 내용이기도 했고요.


원고를 아주 재미있게 읽은 저는 당장 출판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리는 걸 가까스로 참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백제 역사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요. 이후 저는 그날이 오기만을 조마조마하며 기다렸죠. 근데 이번에 그 세계적인 일이 진짜 이뤄지더라고요.


‘비판문학이나 풍자문학은 들어보았지만 개벽문학? 사마왕이 왕묘에서 벌떡 일어난 사건과 백제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부끄럽게도 저는 도저히 그 인과관계를 알 순 없었지만, 머저리 보보가 말한 바로 그 시기를 놓칠 수 없어 밤을 새워가며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곤 머저리 보보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계룡산을 다시 찾아가 보기도 했고요.


그러나 머저리 보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기다렸습니다. ‘내가 출판사 사장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면 내 주소도 알 테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이 책의 제본이 끝날 때까지도 지은이는 연락조차 없었습니다.
 
이상이 지은이의 머리말을 붙이지 못하고 출판사 대표가 부랴부랴 꼬리말을 붙이게 된 까닭입니다. 독자는 당연히 알 권리가 있으니까요.


인세를 지불하지 않게 돼서 땡 잡았다고요? 글쎄요. 그게 과연 그렇게 될까요?


사실 땡잡은 사람들은 따로 있답니다. 이 책이 널리 읽히게 되면 꿈과 사랑과 웃음이 온 나라에 넘쳐 이 땅에 사는,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모든 사람이 다 땡을 잡겠더라고요.
광땡? 장땡? 9땡?
그건 모르죠. 아직 몽땅 패를 깔 때는 아니니까요.
아무튼 저자도 아닌 사람이 꼬리말을 달아 유감이라는 것과 아울러 죄송하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도서출판 천의무봉 대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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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 1 망각의 샘물 (상) 머저리 보보 글/유영근 그림 | 천의무봉
하늘나라 왕궁도서관의 사서였던 아기곰 두리, 성문지기였던 빨강코 꼬마도깨비 룰루, 그리고 하눌의 비밀경호원이자 왕묘지기였던 돌비를 만난다. 하얀놀매는 곧이어 1500년 전 백제의 사마왕이 다시 태어난 사마동자까지 만나게 되고 이들로부터 하늘나라의 왕인 하눌이 자신과 친구들을 공주 땅으로 내려 보낸 이유를 듣게 된다. 이렇게 하눌이 파견한 꼬마친구들을 만난 하얀놀매는 곰나루에 옛 백제왕궁의 이름을 딴 고마성(고마는 곰의 옛말)이라는 집을 짓고 친구들과 함께 이 지상에 악을 씨앗을 뿌리고 있는 사울마왕을 찾아 퇴치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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