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다가 다칠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에 부모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신의 자녀가 부디 안전하게 무사고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들에게는 꽤 거부감이 들 이야기다. 아동문학가이자 놀이터디자이너인 편해문 작가는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를 통해 “안전한 놀이터, 지루한 놀이터가 위험하다”며, “아이들은 작고 자주 다쳐야 크게 안 다친다”고 말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들은 아이들은 정작 큰 위험이 닥칠 때, 아무것도 방어할 수 없다.
마트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지금, 아이들이 지금 빠져든 놀이는 ‘소비’다. 무언가를 사지 않으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성인들의 모습이 이제는 아이들에게서 보인다. 왜 이런 상황이 펼쳐졌을까. 놀 시간, 놀 공간, 놀 친구들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편해문 작가는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앞으로의 10년은 “아이들은 놀다가 다칠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할 작정이다.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는 한국에서의 놀이와 놀이터를 직접 소개하며, 독일과 덴마크에서 만난 아이들이 어떻게 놀이터에서 노는지를 사진을 곁들어 보여준다. 세계적인 놀이터디자이너 귄터 벨치히와의 대담도 인상적이다. 편해문 작가는 “놀이터를 고민하는 부모, 교육운동가, 놀이터활동가, 디자이너, 예술가, 건축가, 조경가, 정책입안자, 시공 설비 안전 감리 담당자, 놀이기구 회사, 시민단체, 지자체, 정치인, 건강한 기업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작고 자주 다쳐야 크게 안 다친다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는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이후에 쓰는 ‘놀이 3부작’의 두 번째 책입니다. ‘놀이터’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교육이 아니라 놀이라는 걸 강조해왔습니다. 삶이 놀이가 되려면 시간, 친구, 공간이 있어야 해요. 20년 동안은 시간, 친구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공간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사회는 창의성 교육을 굉장히 강조하는데,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가보면 그게 거짓말이라는 게 보여요. 조그만 공간에 아이들을 집어넣고 조몰락거리는 게 우리나라의 창의성 교육인데, 제가 생각하는 창의는 몸으로 느끼는 거예요. 한국에 놀이터가 6만 개 정도 있는데, 대부분 다 똑같아요. 아이들은 모두 다른데 말이죠.
책 제목만 읽고는 놀라는 부모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위험해야 안전하다니.
이 책은 제 개인적으로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응전, 답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여러 각도로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데, 밖에 나와 촛불집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세월호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심화됐잖아요. 올해 초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강화된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놀이시설들이 대거 폐쇄됐고, 폐쇄될 예정이에요. 위험하면 어떻게든 고쳐서 사용해야 하는데 위험하니까 닫으라는 거죠. 저는 이런 상상력을 끔찍하게 봐요. 우리나라 놀이터가 굉장히 획일적으로 위험하지 않게 만들어졌잖아요. 저는 이게 분명히 아이들의 행동, 사고의 보수화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해요. 놀이터를 집 밖에 있는 거라고만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놀이터는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에요.
어떤 면에서요?
저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학교에서 배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놀이와 놀이터를 통해 배운다고 생각해요. 학교에 계신 분들이 불편하게 들으실 수 있지만, 학교에서는 규율을 가르치는 곳이에요. 놀이터는 완전히 반대의 것이고요. 학교와 놀이터가 중심을 갖고 균형을 잡아야 한 인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텐데, 너무 치우쳐있으니까 문제죠.
우리나라 놀이터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놀이터를 유치원 수준으로 만들어놓고, 이 놀이터는 초등 아이들이 놀기에 안전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초등 아이들이 동네 놀이터에 가면 지루해서 정말 미치려고 해요. 몸은 이렇게 커졌는데, 놀이기구의 높이는 낮고. 그러니까 아이들은 미쳐요. 그래서 다음 단계가 뭐냐? 하면, 그 지루한 놀이기구를 원래의 용도대로 쓰지 않는 거예요. 사고가 언제 나냐? 바로 이럴 때 나요. 놀이터에 가면, 안내판이 붙어있어요. 놀이기구의 용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게 빽빽하게 적혀있죠. 문제는 아이들에게 이건,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읽힌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도전을 하고 싶고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은데, 놀이터가 유치원 수준이니까 반대로 놀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은 작고 자주 다쳐야 크게 안 다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죠. 이렇게 안전만을 강조했을 때의 문제는 아이들이 실제 재난이나 큰 어려움을 만났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이게 정말 위험한 거죠. 놀이터의 첫 번째 강령은 아이들이 위험과 만나고 한계에 도전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기준이 안전이에요. 저는 이 안전신화가 아이들을 더욱 더 안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확신이 있어요. 아이들이 안 다쳤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안 다치는 방법, 물론 있어요. 안 움직이면 돼요. 가만히 있으면 안 다쳐요. 많이 듣던 이야기 아닌가요? 제가 20년 정도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아이들이 다칠 권리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실제 부모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어떤가요? 그래도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안 다쳤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일 텐데요.
요즘 부모들의 사고를 바꾸는 게 상당히 쉽지 않은데요. 자녀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보통 하나, 아니면 둘을 낳는데. 저도 아빠인 입장에서 그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에요. 과잉 보호하게 만드는 사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부모들이 평생 자기 아이의 몸에 에어백을 입히고 헬멧을 씌울 순 없잖아요. 아이들은 지금보다 험한 국면을 맞을 거예요. 그러면 부모는 뭘 하는 사람인가? 이렇게 살아갈 아이들을 도와줘야죠. 지금 아이들을 간섭하고 제재하고 금지했을 때, 아이는 과연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까요? 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말 그것이 아이를 사랑하는 건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아이를 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아이들은 다 다르니까요. 몇 가지로 걸러지지가 않거든요. 우리는 놀이터를 바라볼 때, 놀이의 개념으로 봐야 하는데 엔터테인먼트 관점으로 보고 있어요. 이건 굉장히 큰 차이에요.
책에 일본 도쿄에 있는 후지 유치원을 소개하셨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실마다 3개의 하늘창이 있고, 수도꼭지에는 센서를 달지 않아 확 틀었을 때 물이 튀어 아이들이 수압을 느끼고 조절할 수 있게 설계했어요. 놀이기구를 설치하지 않아 아이들이 놀 궁리를 하게 만들었는데, 연구기관에 의뢰한 결과, 이곳 아이들이 여느 유치원 아이들보다 6배나 많이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외국의 예를 들어서 안타깝지만, 여기 원장님이 매년 입학설명회에서 학부모에게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자기가 오랫동안 아이들을 봐왔는데, 놀면서 다리나 팔이 부러지지 않은 아이들이 목이나 척추를 다치는 걸 너무 많이 봤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작은 위험을 경험했을 때, 자기를 돌보는 힘이 생겨요. 그런데 모든 위험요소를 다 막았을 때, 회복 불가능한 부상을 입게 돼요. 제가 여기서 말하는 위험은 회복이 가능한 부상, risk를 말하는 거예요. 놀이터에서는 회복이 가능한 부상들이 허용돼야 해요. 물론 바닥에 빈 병이 거꾸로 꽂혀있는 등의 위험(hazard)은 걸려져야 하고요.
한국에 놀이터가 6만 개나 된다는 것이 놀랐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놀이터는 주택이나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에요. 공원 같은 곳은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놀이터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너희 아파트니까 너네가 알아서 지으세요”라고 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좀 재정이 있는 아파트의 경우에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놀이터를 고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그렇지 못한 아파트나 주택은 대안이 없어요. 고치질 못하니까 폐쇄를 하는 거죠. 형편이 괜찮은 아이들은 놀이터가 없어도 다른 레저를 할 수 있지만, 어려운 아이들은 유일한 놀이터조차 닫히면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더 위험한 곳으로 내모는 이런 일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놀이터를 중심으로 책을 풀었지만, 놀이와 육아, 교육에 대한 철학이 큰 그림으로 그려졌습니다. “놀이터 사유화는 아이들의 삶을 뿌리부터 소비에 절게 할 것”이고, “결국 아이들은 뭔가를 사기 위해 공부를 하게 된다”고 지적하셨어요. 되게 가슴이 뜨끔할 부모들이 많을 것 같아요.
요즘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을 보면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애들이 하는 놀이를 보면, 게임이랑 SNS 같은 거예요. 이건 여기 속세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공기와 같은 것들이에요.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거죠. 저는 아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소비가 아이들의 놀이가 됐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어른들이 언제 행복한지를 생각해보면 뭔가를 샀을 때에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소비가 아이들의 국면이 됐어요. 큰 마트에 유료 놀이터가 들어섰는데, 이제 돈을 내지 않으면 놀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어요. 공공놀이터가 6만 개가 있는데, 공기도 안 좋고 놀이도구가 다 화학재료로 만들어진 유료 놀이공간에서 노는 판국이 됐어요.
부모들도 사실 마음이 썩 편하진 않습니다.
저 역시 마음이 불편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상업화된 놀이터에 가면 아이들이 혼자 놀고 있어요. 옆에 누가 있는지 잘 몰라요. 부모들도 그렇게 노는 아이들을 보는 게 좋진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공공놀이터 6만 개가 제자리를 찾아야 해요. 갈만한 곳으로 탈바꿈이 돼야 해요.
이 책을 놀이터를 고민하는 부모, 교육운동가, 놀이터활동가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밝히셨는데요. 영유아를 비롯해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라면 굉장히 공감할 이야기가 많아요. ‘놀이터’라는 범주를 넘어서 이 책이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꼭 놀이터에 제한을 두고 쓴 책은 아니에요.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지를 조망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해요. 독자를 한정하고 싶지는 않고요. 부모들이 읽어도 좋겠고, 실제 놀이터를 만드는 사람들이 꼭 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아이들의 놀 공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거예요. 아이들은 아무 힘이 없잖아요. 놀이터를 짓는 사람은 힘이 센 사람인데, 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사람은 아니란 말이에요. 이건 불일치죠. 이런 상황들을 알고 있으면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나 교육활동가, 예술가들이 다같이 밑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터에 고민해보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공공의 건축이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에 보니, 프로필 소개가 ‘놀이터 디자이너’라고만 써있더라고요.
번거로운 게 좀 싫더라고요. 저는 디자이너는 삶을 바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는 어떤 디자인이 있어야만, 그게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라도 아이들의 놀 공간에 대해 얼마든지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잘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라면요.
오는 10월에 전남 순천에 국내 첫 혁신형 놀이터 ‘기적의 놀이터’가 생길 예정입니다. 작가님께서 조성 총괄 책임을 맡으셨는데요.
2003년에 순천에서 첫 번째 ‘기적의 도서관’이 만들어졌잖아요. 이 때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성인이 됐는데요. 공공의 건축이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어요. 그래서 첫 번째 ‘기적의 놀이터’를 순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보려고 해요. 제가 마스터 플래너를 맡았는데, 주변 분들이 순천시에서 뭐를 받냐는 그런 이야기를 해요. (웃음) 저는 이걸 통해서 돈을 벌자, 이런 게 아니에요. 그런 일도 아니고요. 놀이터를 통해서 놀이의 궁극적인 이상향,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어요.
궁극의 놀이터는 어떤 놀이터일까요?
제가 놀이터 이야기를 하니까, “놀이터를 좋게 짓자”는 말로 이해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제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은 궁극의 놀이터는 하우스(house), 홈(home)이라는 거예요. 두 개념이 조금 다르잖아요. 하우스는 ‘터’의 느낌이 강하고, 홈은 조금 따뜻한 느낌이 있는데.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집을 놀이터로 내줘야 해요. 지금 우리의 집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허용하고 있는가, 여기서부터 놀이터에 대한 개념은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이 내 동네에 있는 놀이터에요.
현재 안동에 살고 계신데요. 작가님의 동네 뒷산에 놀이터를 가꾸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동네 아이들과 조금씩 만들고 있는데, 뒷산이 저희 집은 아니니까요. 책에도 썼지만, 독일의 놀이터 디자이너 권터 벨치히가 자신의 동네에 만든 놀이터를 보면서 좀 충격을 받았어요. 그 분은 유럽에 있는 놀이터 몇 천 개를 설계하고 놀이기구를 만들었는데, 정작 최후에 자신이 손수 가꾼 놀이터에는 그 놀이기구가 단 하나도 없어요. 철저하게 자신을 부정하는 건데요. 제가 이런 말을 할 연배는 아니지만, ‘내가 생각했던 놀이터가 맞구나. 그런 놀이터를 가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보면서, 장난감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놀이터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그 수많은 장난감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요. 매일 새로운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부모들도 많은데요.
엄마 아빠들이 사는 데 정신이 없으니까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요. 그러니까 장난감을 하나씩 건네주는 거예요. 아이들을 보는 사람들은 부모여야 하는데, 한국사회에서는 뭐를 사주거나 돈을 투자해 어디를 보내는 게 육아가 됐어요. 아이들은 새로운 장난감을 갖게 되면 환호합니다. 마트에 가서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드러누워요. 부모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이들을 보지 않기 때문에 알지를 못하는 거예요. 무선 자동차의 기능이 총 몇 가지인가요? 기껏해야 네 가지에요. 앞, 뒤, 양 옆으로 가는 게 다에요. 며칠 있다가 쓰레기통에 들어가요. 왜냐, 아이들은 장난감을 갖고 끊임없이 배반을 느껴요.
배반이라니요?
내가 정말 갖고 놀고 싶은 게 이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뜻이에요. 저는 부모들이 마트에서 드러눕는 아이들을 보면서 뭘 느끼길 바라냐 면요. “나는 엄마랑 놀고 싶어. 아빠랑 놀고 싶어. 친구랑 놀고 싶어”라고 속삭이고 있다는 거예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장난감은 아무리 좋아도 네 가지 기능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사람을 만났을 때는 이게 무한히 늘어나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장난감이 아니에요. 같이 놀아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거죠.
요즘 정부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만들겠다고 선언을 하고, 헌장을 만든다고 합니다.
저도 국회에서 발제를 하기도 했는데. 이제 ‘권리’라는 말을 들으면 속이 울렁거려요. 어떻게 만들겠다는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거 없이 헌장만 만들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OECD 국가들 중에 한국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로 나왔는데. 각 부처들은 이벤트성 행정만 하고 있어요. 놀 권리가 대두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진정성이 없다면 “놀 권리가 있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런데 아이들한테는 줄 수 없어. 이게 현실 아냐?”라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요.
명함 뒷장에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는 문구를 새기셨는데요.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유, 그리고 내가 주인이 되는 거예요. 내가 놀면서 주인이 되는 경험은 놀이밖에 없어요. 아이들을 정으로 키울 것인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키울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해요. 제가 놀이터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이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기 때문이에요. 놀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요. 같이 놀지 않으면 갈등이 만들어지지 않고, 그 갈등을 어떻게 푸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놀이터는 민주 시민의 소양을 기르는 첫 번째 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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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편해문 저 | 소나무
이 책은 한국에서의 놀이와 놀이터를 직접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일과 덴마크에 직접 가서 놀이터 디자이너들과 만나 대담하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어떻게 노는지를 사진을 곁들여 보여준다. 또한 모험놀이터로 놀이 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는 일본의 아이들은 어떻게 노는지도 취재하여, 한국 아이들의 놀이 현실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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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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