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인 손오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서유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629년의 당나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629년은 훗날 삼장법사로 불리게 된 현장이 장안을 몰래 떠난 해이다. 삼장은 불교의 세 구조인 경經ㆍ율律ㆍ론論에 모두 뛰어난 승려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장이 장안을 몰래 빠져나가야 했던 것은 당시의 시대 상황 때문이었다. 현장은 불교의 여러 개념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사방으로 찾아다니며 물었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궁리 끝에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를 직접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나라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형제들을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당 태종이 국내의 여러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돌궐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외부로 나가는 길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현장을 비롯한 구도자들이 종교적인 이유를 밝히며 인도행 허가를 요청하지만 거절 당했다. 이 같은 국가의 결정에 다른 사람들은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현장만은 의욕을 꺾지 않았다. 현장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장안을 빠져나와야 했던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현장의 나이는 28세였다.
현장
중국 당나라의 승려로 중국 법상종 및 구사종의 시조이다.
태종의 명에 따라 대반야경(大般若經) 등 많은 불전을 번역하였다.
현장은 불법을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만을 동료로 삼아 홀로 국경을 넘었다. 현장의 가슴을 졸이는 여정은 투루판에 있는 고창국高昌國까지 이어졌다. 고창국의 왕은 현장을 만나고 그의 성품에 큰 감화를 받아 자기의 나라에서 불교를 전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제야 현장은 안도했다. 그러나 자신이 단순한 불교 전파가 아니라 불법을 구하기 위한 구도 여행을 하고 있음을 알리고 돌아올 때 들르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고창국을 떠난다.
그 이후 현장은 아시아의 동서를 나누는 톈산산맥을 넘어서 아프가니스탄을 지나 인도에 도착했다. 현장은 인도에서 18년 동안 머물면서 부처의 흔적을 탐방하고 뛰어난 승려를 만나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을 배우고 깨우친다.
645년 현장은 불교의 많은 서책을 가지고 당나라로 돌아왔다. 엄중한 감시 속에 도망치듯 떠났던 현장은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다. 다만 다시 들르겠다고 약속했던 고창국에 들르지는 못했다. 이미 국제 상황이 변해 투루판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현장이 장안에 도착하자 황제인 태종은 그를 불러 중국 바깥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현장의 논리적이고 막힘없는 대답에 감탄한 태종은 궁궐에 머물며 자기를 보좌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현장은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몰래 국경도 넘을 정도로 구도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현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 있음을 밝히고 황제의 부탁을 거절한다. 다만 오랜 여행을 통해 얻은 지식을 글로 남기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이다. 이 책은 현장이 중국으로 돌아온 다음해인 646년에 완성한 것으로 모두 12권으로 이루어졌다. 이 『대당서역기』는 불교의 전파나 교리에 대한 책이 아니라 현장이 경험한 것을 다루고 있는 여행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대당서역기』는 베네치아 상인으로 동방을 여행했던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남긴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과 이슬람 지역을 30여 년에 걸쳐 여행하면서 쓴 『이븐 바투타 여행기The Travels of Ibn Battuta』, 신라의 승려였던 혜초慧超가 남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과 함께 세계 4대 기행서로 꼽힌다.
『대당서역기』는 중앙아시아의 140개국에 이르는 나라의 민족, 풍습, 정치, 경제, 종교 등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물론 현장이 모두 이곳을 가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자기가 가본 곳과 사정을 전해들은 곳을 나누어 기록했다.
『대당서역기』가 중국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은 중국 사람들에게 중국 이외의 지역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했고, 이를 배경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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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덕
한양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그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아시아 문화, 종교 문화, 신화와 축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신화 읽어주는 남자》,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 《신화, 우리 시대의 거울》,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신화》 등이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고민하는 힘》, 《주술의 사상》, 《일본인은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공역) 등이 있다.
formkh
201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