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해진 빌보드 최장기록의 '이매진 드래곤스' (Imagine Dragons)
작년 빌보드 최장기록의 이매진 드래곤스가 진중해졌습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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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 < Smoke Mirro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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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같은 「Radioactive」의 성공은 네바다 출신 인디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를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좀처럼 주류 차트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록 음악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87주나 상주한 것은 그야말로 하나의 사건. 이어지는 「It's time」, 「Demons」, 「On top of the world」의 히트곡 퍼레이드를 통해 더욱 견고한 네임밸류를 구축했다. 달콤한 성공이 가져온 3년 동안 이들은 세계 투어를 통해, 각종 OST 참여를 통해, 심지어는 롤드컵까지 아우르며 활동과 경험의 폭을 넓혔다.

 

이들의 음악은 재기발랄하고 반짝이면서도 깊은 진지함이 있었기에 신선했다. 독실한 모르몬 교도인 리더 댄 레이놀즈와 그 친구들은 즐거움 대신 깨달음과 고뇌, 겸손을 새기는 데 익숙하다. 「Demons」의 자가수행적인 가사와 「It's time」의 자그마한 출발 선서가 대표적인 예였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On top of the world」에서도 자신을 낮추는 구도자의 길을 보였다. 그 때문에 작년부터 예고된 차기작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데뷔작보다 무게감이 더해지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가능했다.

 

다행히도(?) 예상은 적중하여, 힙합, 뉴웨이브,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를 교배했던 과거와 달리 신보는 좀 더 밴드 지향적이고 성숙한 모습을 지향한다. 찰랑거리는 기타 리프로 출발하여 후렴에 힘을 실은 메인 싱글 「Shots」와 「I bet my life」가 앨범을 대표하며, 간단한 멜로디 구조에 전자음과 가스펠을 연상케 하는 합창으로 공간감을 빚어내는 「Polaroid」와 「Gold」 등은 작품 집필의 주요 문법이다. 콜드플레이 스타일의 서정적인 「It comes back to you」와 「Dream」 같은 새 즐길 거리도 추가되었다.

 

전체적으로 톤 다운되는 대신 무게감은 확실히 더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작의 활기는 실종되었다. 질주 능력이 부족한 대신 목청이 찢어질 듯한 보컬과 독특하면서도 강력한 드럼 세트로 음악을 채웠는데 이마저도 없고, 발을 구르고 몸을 마구 움직여야만 했던 「On the top of the world」, 「It's time」의 독특한 리듬도 없다.

 

강한 기타 리프의 「I'm so sorry」와 전자음의 파괴력을 빌린 「Friction」이 분위기를 타개하려 하나 전체 조감도에서 어울리지 않는 예외로 남는다. 시종일관 짙게 깔린 코러스의 안개는 계속되는 감상에 피로를 제공하며 오히려 성가(聖歌)의 인상만 깊어진다.

 

조금 힘을 뺏어도 될만한 상황에서 더 진지해졌으니 과잉이다. 비현실적이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묘사하는 관용구 <Smoke and mirrors>의 의도는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나, 현실은 뿌연 안갯속에 혼란스러운 대중의 무뎌진 반응이다. 물론 이매진 드래곤스는 성실한 밴드지만, 때로는 여유 없이 매사 성실한 친구가 외려 피곤한 법이다.

 

 

 
 

2015/02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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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드래곤스 #Imagine Dragons #Smoke+Mirros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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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m

2015.03.09

힘을 빼야 할 때를 아는 게 참으로 힘든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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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