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카엘』 사랑은 따뜻한 손에 따뜻한 심장
따뜻한 손에 차가운 심장이거나 혹은 차가운 손에 따뜻한 심장만으로 사랑이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글ㆍ사진 임재청(서평가)
20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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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그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듯이,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 이상이 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난 실재예요 미카엘. 그저 당신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가 아니라고요. (…)당신이 당신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게 끔찍한 게 아니라 당신이 당신 아버지처럼 말하기 시작했다는 게 끔직한 거라구요. 그리고 당신 할아버지 잘만. 우리 할아버지.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그리고 우리 다음에는 야이르. 우리 모두가요. 인간이 계속해서 거부당하는 거잖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초안이 만들어지는데 결국은 다 거부되고 구겨져서 쓰레기통에 던져지고는 새롭고 약간 발전된 개작으로 대체되는 거죠. 이 모든 게 다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 정말 무의미한 농담이죠.
-『나의 미카엘』
 

차가운 손에 따뜻한 심장


사랑에 빠질 때 거친 사람과 강한 사람의 차이는 뭘까요? 거친 사람은 거짓된 친절함을 과시하고는 남의 생각 따위는 마음에도 없이 오로지 자기집착만 하게 됩니다. 그런가하면 강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데 있어 사소한 것까지도 놓치지 않습니다. 사소한 것에서 얼마든지 즐거워하고 더 나아가 호의를 갖게 되면서 열정을 불태웁니다. 아모스 오즈의『나의 미카엘』에 나오는 미카엘은 고양이를 특별히 좋아했습니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자기를 좋아할 것 같지 않는 사람은 결코 사귀지 않았습니다. 고양이한테서 배운 삶의 법칙은 정확하다는 것.

그래서 계단에서 미끄러진 한나의 손을 우연히 잡아 줄 때 그 짧은 순간에 그녀가 차가운 손에 따뜻한 심장을 가진 여자라는 것을 운명적으로 느꼈던 것입니다.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이라면 차가운 손을 잡아주고 싶은 게 사랑의 블랙홀이겠지요. 그녀가 보기에 그는 재치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그에게서 정신적인 긴장을 느끼면서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원하면 그녀보다 더 아주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받아들였습니다. 더구나 그의 말은 얼마나 평온했던가요? 그가 따뜻한 손에 따뜻한 심장을 가진 남자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냉정한 균형


그녀는 거친 남자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결혼식 날 밤까지 그와 한 몸이 되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다른 성(性)의 존재 자체가 세상의 고통을 배가 시키는 무질서이며 사람들이 그 무질서의 결과를 완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습니다. 만약에 그가 갈증으로 죽어가는 사람처럼 덤벼들었다면 그녀는 수치스럽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녀는 그의 조용한 열정의 물결에 휩쓸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혼 후 그들의 사랑은 물 한잔을 마시는 것처럼 단순하고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임신했다고 하자 그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의학서적에 봤다며 첫 번째에는 증상을 잘못 생각하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면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됩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운명이 더 이상 자신의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운명이 자신을 슬프게 만든다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그들 사이에서는 냉정한 균형이 존재했습니다. 즉, 서로에게 부담을 주거나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예절바르고 이해심을 발휘해야 하고, 가끔씩은 유쾌하고 피상적인 잡담으로 서로를 즐겁게 해주려고 해야 하고,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으며, 때로는 절제된 동정심을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거죠? 묻자 그는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죽는다는 것이 진부하면서도 동시에 진실이라고 여겼습니다.

 

진실의 반대


하루하루의 음울한 똑같음. 정말로 사람들이 만족해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지면 감정은 악성종양같이 되어버리는 것일까요? 예전에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힘이 넘쳤지만 이제 그 사랑하는 힘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정신이 지체시키고 있는 그녀의 편두통은 온통 자기 안에 몰두해 있으면서 조금도 그녀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그가 낯선 사람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의 발전이 그녀 자신의 운명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을 마치 어린아이 같이 무책임하다고 비난을 받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실체가 없다는 희미한 두려움 때문에 계속해서 마음이 차가워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자제력은 진부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낙관주의자들처럼 현재가 부드럽고 형체 없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책임감 있게 노력하여 그것을 가지고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과거를 의심하면서 악몽이거나 버려야 할 오렌지 껍질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는 미래를 위해 자기 앞에 정해진 계획을 위해서만 책임감을 발휘했습니다. 삶의 내적인 선율은 2 2=4가 되는 일종의 연금술이며, 그것은 진부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진실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래도 미카엘, 진부하다는 것은 확실히 진실의 반대라고.

 

그녀의 사랑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보통 사람들이면 휘어졌다 펴졌다, 펴졌다 휘어졌다하겠지요. 그러나 그녀는 구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깨지고 말았습니다. 에리히 프롬은『사랑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랑은 활동이다. 내가 사랑하고 있다면 나는 그나 그녀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적극적 관심을 갖는 상태에 놓여 있다. 내가 게으르다면 내가 끊임없는 각성과 주의와 활동의 상태에 있지 않다면, 나는 사랑 받는 사람과 능동적으로 관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잠자는 것만이 비활동에 적합한 상태다. 각성 상태는 게으름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상태다.

 

따뜻한 손에 차가운 심장이거나 혹은 차가운 손에 따뜻한 심장만으로 사랑이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사랑의 완벽함은 불가능해서 몸에 뭔가가 부족하다고 그것이 사랑의 문제가 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사랑의 완벽함이 아니라 온전함이겠지요. 단지 몸이 아니라 진실로 마음이 건강해야 따뜻한 손에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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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카엘아모스 오즈 저/최창모 역 | 민음사
이스라엘 최고의 작가 아모즈오즈의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나의 미카엘>은 1956년 수에즈 위기 전후를 무대로 한나 고넨과 미카엘의 사랑 이야기와 결혼 생활을 그린 소설로서 심오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갖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이자 아름다운 서정시로서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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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카엘 #임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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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2.15

1956년 수에즈 위기 전후를 무대로 한나 고넨과 미카엘의 사랑 이야기와 결혼 생활을 그린 소설로서 심오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갖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이자 아름다운 서정시
영역도 한국어본도 아닌 원어 이스라엘어로 읽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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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청(서평가)

책만 보는 바보. 그래서 내가 나의 벗이 되어 오우아(吾友我)을 마주하게 되지만 읽은 책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때만큼은 진짜 외롭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