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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캄보디아에 간 까닭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저자 이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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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이백만 저자는 노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참여당, 통합진보당, 정의당에서 정치 활동을 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캄보디아로 떠났다.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은 캄보디아에서 써내려간 기록이다.

1956년 출생. 서울대를 졸업하고 경제기자로 활약, 국민참여 정부에서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일했다. 예순을 앞둔 이백만 저자는 인생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근본적인 성찰이 불가능했다. 딱 1년만 한국을 떠나보자. 그가 도착한 곳은 캄보디아. 한국보다 경제 수준은 훨씬 떨어지고 정치도 불안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저자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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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인데요. 첫 번째 방황은 무엇이었나요.
  

정치활동을 할 때의 고민이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서거한 후, 한국정치를 개혁하겠다는 거창한 뜻을 갖고 정치판에 뛰어 들었지만 그게 어디 쉽습니까. 기존의 낡은 정당에는 몸담기 싫어서 개혁적인 신당을 만들었지만, 냉정한 현실 정치판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현재의 선거제도 아래서는 기존의 거대 정당과 합당한 경쟁을 할 수가 없어요. 마치 마피아와 보이스카우트의 대결 같았습니다. 그 끝은 좌절이었습니다. 값진 방황이었지요.

 

두 번째 방황지로 택한 곳이 캄보디아였는데, 캄보디아를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과거 생활과의 단절이 필요했습니다. 정서적 단절은 물론이고 물리적 단절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정제천 신부에게 특별히 부탁했습니다. 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통역을 맡아 갑자기 ‘유명세’를 탔습니다만, 영성신학을 전공한 분답게 조용하게 수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정 신부에게 저의 사정을 소상히 말씀드린 다음 선진국이 아닌 후진국, 그것도 이 세상에서 가장 못사는 최빈국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아프리카에 갈 계획이었습니다. 한국과 가급적 멀리 떨어져서 살고 싶었지요. 정 신부께서 아프리카는 너무 멀고 보안문제도 심각하다면서 캄보디아에 가면 마음먹었던 바를 충분히 실천할 수 있을 거라고 합디다. 그래서 캄보디아로 가게 되었지요.

 

책은 캄보디아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과거(홍보수석 시절과 국민참여당 시절)에 관한 성찰도 있는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독자는 그 부분을 주의 깊게 읽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캄보디아에서 깨달은 게 있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순교자의 DNA’가 있었다는 사실을 캄보디아에서 발견했습니다. 공동선을 위해서라면 생명도 바치는, 그런 순정 말입니다. 잘 나가던 조세전문변호사를 저버리고 인권변호사로 변신하여 아스팔트 위에서 풍찬노숙한 사실, 대의명분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뱃지도 초개처럼 버리려했다는 사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통령 후보직이나 대통령 직도 내려놓으려 했다는 사실, 한국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던져 버린 사실, 바로 이런 것들은 순교의 논리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생명이 아닌 생물학적 생명까지도 공동선을 위해 바친 분이지요. 저는 캄보디아 인생피정을 통해 노무현의 서거를 ‘정치적 순교’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인데, 가톨릭 신자로서 활동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불교와 가톨릭은 서로 통하는 데가 많더군요. 세속적인 차원에서 보면, 불교의 수행자나 가톨릭의 수도자나 비슷하지 않나요?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불교나 가톨릭이나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캄보디아는 기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일부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운운하면서 무리한 선교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캄보디아 민주화 문제에도 관심을 표했는데요. 현재 캄보디아는 어떤 상황인가요.
  

캄보디아는 입헌군주국이어서 왕은 실권이 전혀 없어요. 훈센 총리가 실권을 쥐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로 29년째 최고권좌에 앉아 있어요. 지난해 7월 총선 때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야당이 대승을 거두었어요. 자칫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었을 정도로 대약진을 한 것입니다. 노동자들과 젊은 승려들이 야당을 대거 지지한 덕분이었지요. 과거에는 없었던 일입니다. 민주화 세력이 만만치 않음이 선거를 통해 입증된 것이지요. 2018년 총선은 정말 예측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평화적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도 커졌다고 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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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생활하시면서 한국사회와 비슷하다고 느낀 점, 다르다고 느낀 점 중 인상 깊은 게 있다면 알려 주세요.
   

캄보디아에 7개월 있는 동안 나는 어릴 적 한국을 자주 떠올렸어요. 지금의 캄보디아와 1960년대의 한국이 너무 흡사해요. 반찬을 만들 때 인공조미료를 듬북 듬북 넣고, 시골 사람들 머리에 머릿니가 득실거리고, 남정네는 동네 주점에서 밤새 술 마시면서 도박하고…. 정치적으로는 거대 권력에 대한 공포증이 비슷합니다. 독재자의 철권통치를 이미 경험한 한국에는 그런 공포증이 많이 없어졌지만, 사회 저변에는 그 잔재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훈센 체제의 캄보디아에서는 그런 공포증이 심각한 상황이지요. 
   

다른 점은 절에서 봤습니다. 신부님을 모시고 스님을 만나러 사찰을 방문했을 때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음식을 많이 실컷 먹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절에서 육식을 한다는 게 상상이나 할 수 있습니까. 문화의 차이를 실감했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에 관해서도 썼는데요. 선생님의 신앙관이 드러나는 대목 같습니다. 이 시대 참된 신앙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양극화 현상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20 대 80’의 사회가 가고 있어요. 잘 사는 20과 못 사는 80, 성공한 20과 좌절한 80 말입니다. 종교는 이 80의 사람들을 격려하고 위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70년대 운동권에서는 기독교 찬송가를 데모하면서 많이 불렀습니다. 그 가운데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앞 소절을 소개하면 “착한 자 힘 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 추한 자 정케 함이 주님의 뜻이라.”입니다. 이 시대 참된 신앙은 이 노래처럼 착한 사람에게는 힘을 주는 대신 강한 사람은 바르게 하고, 추한 권력은 깨끗하게 정화하는 데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요즘 재미는 주로 어디서 찾나요.
  

신학 공부하는데서 재미를 찾습니다. 텃밭에서 채소 가꾸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재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적인 기반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할 듯합니다. 저널리스트로, 정치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시면서 현재 한국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 자본주의가 큰 위기로 치닫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많습니다. 저 개인의 판단이 아니고 많은 경제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산업구조의 문제, 사회적 갈등의 문제, 이거 심각한 수준이거든요. 정치적 리더십이 없이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그런데, 정치권마저 위기로 치닫고 있으니…. 우리는 독일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나 경제, 모든 면에서 말입니다. 동독출신 여성 총리인 메르켈의 리더십이 부럽습니다.

 

경제전문기자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정당인으로 그리고 신앙인으로 살아 오셨는데요. 앞으로 계획은?


내년에는 신학원에 입학하려고 합니다. 사전 준비 작업으로 여러 수도원에서 개최하는 강좌도 듣고 관련 서적도 읽고 있습니다. 2년 과정의 신학원을 졸업하면 하느님께서 좋은 일거리를 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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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 이백만 저 | 메디치미디어
엉클 죠의 캄보디아 인생 피정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 준 것들』 이다. 왜 노무현 홍보수석이 '엉클 죠'가 되었을까? 노무현 홍보수석이 캄보디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 사연에서 부터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인생의 두 번째 방황을 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다. 다시, 노무현의 정신을 잇는 삶을 살고 싶으며 인생의 진정한 재미를 찾은 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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