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하트, 더 넓은 세상으로의 항해
줄리아 하트의 수려하고 섬세한 가사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었습니다. 다른 뮤지션들로부터 차별화를 둘 수 있지만 대중의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그들의 희소성은 희귀성으로 진화되었습니다. 7년 만의 정규 앨범, < 인디 달링을 찾아서 >입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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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하트(Julia hart) <인디 달링을 찾아서>

 

줄리아하트


 
줄리아 하트의 8할은 가사에 있다. 프로젝트 가을방학으로 이제는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프론트맨 정바비의 노랫말은 각각 곡들을 한 편의 단편 소설처럼 만드는 수려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췄다. 다만 이제까지의 줄리아 하트의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 또한 그 가사에 있었음도 부정할 수 없다. '멜로디에 우선하는 글'은 문학의 영역이 아닌 대중음악의 영역에서는 굉장히 외로운 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규 앨범으로만 따지면 7년 만에 발매된 < 인디 달링을 찾아서 >는 이 점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낸 작품이다. EP < B >부터 강화된 수려한 멜로디라인은 굳이 가사를 찾아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화되어 누구나 듣기에 부담 없는 팝 앨범을 만든다. 특히 주목할 부분이 정바비의 보컬 양보인데, 그룹 원펀치의 각 멤버들이 참여한 「차를 댈 곳」, 「벼락」과 인디 듀오 트램폴린 출신의 새 기타리스트 김나은이 노래한 「옆집소년효과」는 곡의 느낌을 살리며 한층 더 흡인력 있는 가사 전달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나지막한 멜로디를 읊조리는 그의 보컬 또한 「세러네이드」, 「처형 직전의 도스토옙스키」에서 빛을 발한다. 적절한 역할 배분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일궈낸 셈이다.

 

줄리아하트

 

진보한 멜로디 감각과 더불어 재치 있는 표현들과 섬세한 감성의 가사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줄리아 하트만의 색을 분명히 하고 있다. '레퍼런스 없는 연애', '롤 모델이 없는 커플'이 되어보자는 「인디 달링」과 '애플이 쓴 모든 화이트 픽셀만큼 널 원한'다는 「Ariel」 은 독창적인 표현을 통해 소소한 매력을 발하고 있다. 「옆집소년효과」와 「벼락」으로 일상 속 한 단편을 꾸밈없이 그려내는가 하면 둘」이나 「안경전쟁」에서는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노래하기도 한다. 그 누구와도 확실히 구분되는, 줄리아 하트만의 강점이다.

 

가사 자체의 매력이 점차 사라져가는 현 가요계에 수려한 가사를 기반으로 하는 팀의 존재감은 굉장히 크다. 줄리아 하트는 이번 앨범을 통해 그들이 가진 희소성을 좀 더 대중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인디 달링을 찾아' 떠난 14년간의 여정은 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의 항해를 꿈꾸고 있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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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