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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대의 사운드, 엑소와 god

엑소의 「중독」과 god의 「미운오리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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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퍼즐 맞추기야말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아닐까. 아무튼 이 시대의 소리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이 비트의 향연을 어떻게 추억하게 될까. god의 「미운오리새끼」를 들으면서 엑소의 「중독」을 생각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지오디

 

어떤 시대에는 그 시대의 ‘소리’라는 게 존재한다고 본다. 음악에 대해서라면 특정 악기나 멜로디, 코드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빈티지 사운드’라고 할 때의 특징, 요컨대 ‘음색’이 어떤 시대적 감수성을 대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때 등장한 악기에 의해서, 아니면 음악이 만들어진 구조나 특정 문화권에 속한 작곡가들의 관습(혹은 습관)에 의한 것일 수 있다. 가수의 발성도 마찬가지. 곳곳에 당대의 ‘맥락’이 작동한다. 그래서 1970년대의 통기타 음악을 들으면 각기 다른 곡들에서 유사한 특징이 감지되는 것이다. 1980년대의 음악도, 1990년대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흥미로운 건 동시대의 구성원들은 그 특징을 잘 잡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2014년의 소리라는 건, 어쩌면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감지될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 점에서 엑소와 지오디의 신곡은 꽤 흥미로운 자극을 준다.

 

지오디

데뷔 15주년을 맞이해 전 멤버가 그대로 결합한 god의 신곡 「미운오리새끼」는 이단옆차기가 만든 곡으로 꽤 신기한 감상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전에 박진영이 만든 god의 히트곡들이 오롯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공기방울이 터지는 것 같은 효과음을 비롯해 F, D, A 계열의 코드로 구성된 버스(verse)도 기존 god의 히트곡을 연상시킨다. 감정에 호소하는 부드러운 보컬, 단절되는 랩과 틈틈이 삽입되는 핑거 스냅과 스네어의 조화가 90년대 말의 감수성을 환기한다.

 

랩 스킬마저도 god 특유의 촌스러운, 단순한, 미숙한 감각을 불러오는데 이단옆차기는 그야말로 박물관의 모사화가처럼 사람들이 ‘기억’하는 god의 한 순간을 복원해내는 셈이다. 이로서 god는 2005년 이후의 공백을 뛰어넘어 여기에 온다. 이것은 짧으면 6년, 길면 10년 정도의 공백기를 끝내고 복귀한 대다수 가수들이 ‘지금’의 소리를 반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들은 아마도 변화에 적응하기보다는 추억을 재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덕분에 이 음악을 들으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대다수의 팬들은 반가워하는 분위기지만, 나로서는 꽤 완고하게 보이는 「미운오리새끼」의 작법을 어떻게 이해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이 음악은 god의 현재를 보여주는 곡일까, 아니면 이단옆차기가 팬들을 향해 던진 서비스에 부과할까. 그에 대한 얘기는 정규 앨범이 공개되는 7월이 되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엑소

 

반면 엑소의 새 앨범 <중독>은 기존의 K와 M으로 나뉜 유닛으로 중국과 한국에서 각각 활동한다. 그 타이틀인 「중독」은 미국의 프로듀서 그룹 언더독스(The Underdogs)와 SM 엔터테인먼트의 켄지(Kenzie), 유한진 등이 참여했다. 엑소는 현재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그룹으로 알려졌다. 「으르렁」으로 찍은 정점에서 신곡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인데 언더독스가 샤이니와 소녀시대의 곡에 참여한 인원보다 더 많은 인력을 투입했다는 걸로도 이 곡에 기울인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으르렁」과 유사한 지점들이 반복되면서 음악적으로 분명한 색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일단 충분히 만족스럽다. 긴박하게 흐르는 경고음처럼 왜곡된 리프와 킥 드럼이 반복되는 중에 클랩 사운드가 차곡차곡 쌓이는 구조는 「으르렁」에서 확인했듯 꽤 세련된, 그럼에도 익숙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전곡과의 유사함을 유지하는 가운데「중독」에서 차별화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잠깐의 쉼표를 기준으로 랩이 등장하며 분위기가 달라지는 구성도 「으르렁」과 유사하다. 짐작하건데 언더독스가 메인 테마를 짜고 후렴을 켄지가 구성한 게 아닌가 싶다. 2/3 지점에서 곡이 전환되는 타이밍도 반복되는 루프의 피로감을 완화시킨다.

 

엑소

이 음악이 지향하는 소리는 한국보다는 미국에 가깝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나 크리스 브라운 등이 선보인 알앤비의 구성을 계속 환기시키는 것으로 이 음악의 위치가 한국보다는 국제적인 맥락에 있음을 계속해서 드러낸다. 이건 단지 작곡을 미국 팀이 맡았다는 것 뿐 아니라 SM 엔터테인먼트 혹은 엑소가 이미 국제적인 산업 안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으르렁」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그 곡은 21세기 이후 등장한 한국 팝 중에서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미운오리새끼」와 「중독」을 함께 듣는 건 2014년 현재의 소리가 어떤 것인지, 그 맥락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로컬과 글로벌의 감수성을 환기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독」의 소리가 21세기 한국 팝의 소리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결국 한 시대의 소리는 뭔가가 다 지난 뒤에야 재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각각의 소리가 지향하는 바, 만들어진 조건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퍼즐 맞추기야말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아닐까. 아무튼 이 시대의 소리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이 비트의 향연을 어떻게 추억하게 될까. god의 「미운오리새끼」를 들으면서 엑소의 「중독」을 생각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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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차우진

음악웹진 <weiv> 편집장. 『청춘의 사운드』를 썼다. 대체로 음악평론가로 불리지만, 사실은 지구멸망과 부동산에 더 관심이 많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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