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말이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을 말해준다고도 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인정을 받았고 또 그만한 대우를 받았다.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 오늘날에는 제대로 말하고 표현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필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세계 유명인사들의 스피치를 배우고, ‘~대화법’ 제목이 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말하기 학원도 성업 중이고, 그중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유명한 말하기 코치를 데려다가 개인 교습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당연한 의문이 생긴다. 왜 많은 노력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공부’라고들 한다. 그 이유가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말이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는 명제와 관련이 깊다.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품과 인격, 가치관, 그리고 본성들이 집약되어 나오는 것이다. 내면의 힘이 말의 힘이 되고, 내면의 충실함이 말의 충실함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을 기술로 배우려 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내면보다는 겉을 꾸미고 겉치레 말로 포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곧 밑천이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 그 폐단을 우리는 매스컴에서 자주 보곤 한다. 최근만 해도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말을 하는 청와대 대변인이나 장관들이 ‘말’이 아닌 내면의 부실함으로 인해 추락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공자는 ‘말은 뜻을 전달하면 그만이다’라고 《논어》에서 가르치고 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사람들, 오직 겉만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서 말하려는 진실하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공자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공자의 가르침 전반을 살펴보면 공자는 투박하기만 한 말과 글을 경계했고, 겉과 속이 잘 조화된 사람을 군자로 인정했다. 공자는 “바탕과 겉모습이 조화를 이루어야 군자답다”라고 말했다. 내면의 깊이만큼이나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말 잘하는 방법의 핵심을 알 수 있다. 바로 나의 내면에 지혜와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가꾸고, 그 내면을 정확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을 갖추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지혜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말에 진실함을 담아야 능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공자는 교언영색(巧言令色), 즉 번드르르한 말과 꾸미는 얼굴빛을 한 사람은 ‘인(仁)’이 드물다고 했다. 말과 행동에 진실함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공자가 추구했던 ‘인’을 갖춘 군자는 그 사람됨과 말이 모두 진실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논어》를 읽으면서 새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논어’라는 책의 제목이 ‘토론하고 이야기한다’라는 의미인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공자가 제자들이나 위정자들을 가르치는 과정이 모두 대화를 통해서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공자의 말 속에 그의 모든 지혜가 녹아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대화를 가르침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았기에 공자가 핵심적으로 추구했던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철학뿐 아니라, 그것을 전하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크게 비중을 두어 다루고 있었다. 결국 가르침은 ‘말’을 통해 이루어졌고, 공자의 그 말들이 바로 우리가 소통할 때 배워야 할 ‘말공부’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그 밖에 다른 수많은 고전들을 읽으면서도 지혜와 통찰을 얻었고, 그리고 동시에 고전 속 수많은 철학자와 영웅들이 보여준 ‘말’의 향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자, 맹자, 장자 등의 철학자들이 어떻게 제자를 가르치고 진리를 전했으며, 유방, 항우, 유비, 조조 등 황제를 꿈꾸던 영웅들이 역사를 바꾼 극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말을 했는지를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오늘날 소위 말을 잘한다는 사람들의 핵심적인 비법 역시 2천여 년 전 현자들과 영웅들이 이미 다양한 상황 속에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용, 비유, 유머, 스토리텔링 등 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그리고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역사적인 인물들의 대화 속에 모두 녹아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논어》, 《맹자》, 《장자》 등의 철학서, 《사기》, 《십팔사략》, 《전국책》 등의 역사서, 《설원》, 《세설신어》 등의 설화집을 비롯한 수십 권의 고전에서 찾아낸 명 대화들이 담겨 있다. 어떤 때는 촌철살인으로, 어떤 때는 이심전심으로, 언중유골로, 언어유희로 보여주는 역사적 인물들의 말을 통해 필자는 이것이 바로 진정한 말의 지혜와 내공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말의 능력이라는 것도 절감했다. 또한 이들 책 속에 담겨 있는 인생의 지혜로 내면의 깊이를 더욱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독자들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담대하게, 상황을 절묘하게 반전시키는 재치로, 그리고 항상 유쾌하고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말은 힘이 있다.” 링컨이 말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인용한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고, 몸을 망치는 도끼이다.” 경박하고 무책임한 말이 판치는 세상에 대한 《명심보감》의 무서운 경고이다. 도가(道家)의 시조인 노자 역시 “말은 많이 할수록 자주 궁해진다”고 하며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고 극단적으로 이야기했다. 공자 역시 번드르르한 말과 진실하지 못한 말, 그리고 실천이 따르지 못하는 말을 하지 말 것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은 끊임없이 소통하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공자가 말했듯이 “개인이 출세하기 위해서도 말에 허물이 적어야 하고”, “한 마디 말로 나라가 흥하고, 한 마디 말로 나라가 망하기도 한다”고 할 정도로 말은 막강한 힘을 지닌다.
공자의 가르침을 세 가지로 압축한 《논어》의 맨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은 ‘삼부지(三不知)’로 끝맺고 있다. “천명(天命)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禮)를 모르면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없으며, 말(言)을 모르면 사람을 알 수 없다.”
자기 자신은 물론 사람을 다스리는 말을 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람 공부를 하고 싶다면, 먼저 말을 제대로 배워야 할 것이다. 다가가면 따뜻하고, 말은 합리적이며, 바라보면 기품과 위엄이 느껴지는 사람, 그러한 사람의 말을 지금 공부해보자.
- 말공부 조윤제 저 | 흐름출판
말을 단순히 기술이나 재주로 배우려 하면 금세 밑천이 드러나고 만다. 내면의 힘과 지혜를 길러야 비로소 제대로 말을 잘하게 되는 것이다. 고전 속 영웅들이 벌인 수많은 전쟁에서 그 승패를 가른 촌철살인! 스승과 제자의 치열한 논쟁과 신경전!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데 귀신같은 능력을 보인 삼국지 영웅들의 언중유골과 언어유희! 사람의 마음을 읽고, 또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혜와 통찰이 살아숨쉬는 어록들! 2500년 동양고전에서 찾아낸 말의 향연 속에서 진정한 ‘말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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