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 부모들의 생활 속 육아법
명령으로 아이의 몸을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마음을 움직이진 못한다. 부모의 명령에 마지못해 굴복하는 아이는 마음속에 불만을 품는다. 부모자식 간에도 무조건 한쪽만 양보하는 관계는 곪게 되어 있다. 아이의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 부모와의 거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다.
201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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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탄생해 70년 가까이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삐삐 롱스타킹』 은 우리나라에서도 ‘말괄량이 삐삐’라는 제목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삐죽빼죽 땋은 빨강 머리에 긴 스타킹을 신은 개성 만점 아홉 살짜리 여자아이, 삐삐는 괴력의 소유자인 데다 금화가 가득 든 여행 가방을 가지고 혼자 사는 아이다.
제멋대로이고 학교에도 가지 않는 삐삐가 어른들한테는 못 말리는 말괄량이요 문제아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삐삐는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만 하게 하는’ 당시의 교육을 비판하는 아이콘이었다. 부조리한 교육제도에 모두가 회의를 품기 시작하던 1945년에 탄생한 삐삐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후 스웨덴의 학교와 어른들의 가치관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허락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스칸디 부모들은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통제를 하는 대신 대화를 통해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한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 마을의 귀여운 여자아이 그레타가 세 살이 되었을 때였다. 그레타는 외할머니가 준 사탕을 먹고 처음으로 사탕 맛을 알게 됐다. 외갓집에 다녀오고 며칠 뒤, 그레타는 엄마 아빠를 따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과자 코너에 있는 사탕을 금방 알아보고는 먹고 싶다고 떼를 썼다. 엄마는 “오늘은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유모차가 사탕 코너를 그냥 지나치자 그레타는 고함을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그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되도록이면 늦게, 더 자란 다음에 사탕을 주려고 미뤄왔지만 이제 더는 미룰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엄마는 아이를 진정시키며 “오늘은 사탕 먹는 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제 ‘토요사탕제’를 도입할 때가 된 것이다. 스웨덴 사회에서 통용되는 토요사탕제란 아이들이 단것을 자주 그리고 많이 먹지 않게 하기 위해 토요일에만 군것질을 허락하는 규칙이다.
토요사탕제가 스웨덴의 육아법 중 하나로 통용되어온 것은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조건 단것은 안 된다며 아이의 욕구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보다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아이를 이해시키는 편이 훨씬 낫다. 스칸디 부모는 “안 돼”, “하지 마”를 말하기 전에 아이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타협한다. 이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줘서도 안 되고 부모의 주장만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대신 적당한 선에서 규칙을 정하고 수십 번이라도 반복해서 설명한다.
명령으로 아이의 몸을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마음을 움직이진 못한다. 부모의 명령에 마지못해 굴복하는 아이는 마음속에 불만을 품는다. 부모자식 간에도 무조건 한쪽만 양보하는 관계는 곪게 되어 있다. 아이의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 부모와의 거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다.
어떤 부모들, 특히 권위적인 부모들은 아이와 타협하는 것을 굴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타협은 ‘서로 양보해 협의한다’는 뜻이다. 갈등을 감정의 대립으로 끌고 가지 않는 능력, 자신의 의견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능력, 자기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서로가 만족스럽게 마무리 짓는 소통의 기술이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서 자녀와의 갈등을 언제나 잘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엔 타협하는 방법을 몰라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이와 타협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의견의 차이를 좁히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련 기사]
-“아버지가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초등학생도 있었어요” - 황선준 박사
-북유럽 사람들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엄마와 아빠의 경계 없는 육아
-스칸디 부모들은 아이에게 독립심을 길러준다
-핀란드, 프랑스 부모들에게 배우는 육아 노하우
제멋대로이고 학교에도 가지 않는 삐삐가 어른들한테는 못 말리는 말괄량이요 문제아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삐삐는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만 하게 하는’ 당시의 교육을 비판하는 아이콘이었다. 부조리한 교육제도에 모두가 회의를 품기 시작하던 1945년에 탄생한 삐삐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후 스웨덴의 학교와 어른들의 가치관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허락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스칸디 부모들은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통제를 하는 대신 대화를 통해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한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 마을의 귀여운 여자아이 그레타가 세 살이 되었을 때였다. 그레타는 외할머니가 준 사탕을 먹고 처음으로 사탕 맛을 알게 됐다. 외갓집에 다녀오고 며칠 뒤, 그레타는 엄마 아빠를 따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과자 코너에 있는 사탕을 금방 알아보고는 먹고 싶다고 떼를 썼다. 엄마는 “오늘은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유모차가 사탕 코너를 그냥 지나치자 그레타는 고함을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그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되도록이면 늦게, 더 자란 다음에 사탕을 주려고 미뤄왔지만 이제 더는 미룰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엄마는 아이를 진정시키며 “오늘은 사탕 먹는 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제 ‘토요사탕제’를 도입할 때가 된 것이다. 스웨덴 사회에서 통용되는 토요사탕제란 아이들이 단것을 자주 그리고 많이 먹지 않게 하기 위해 토요일에만 군것질을 허락하는 규칙이다.
토요사탕제가 스웨덴의 육아법 중 하나로 통용되어온 것은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조건 단것은 안 된다며 아이의 욕구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보다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아이를 이해시키는 편이 훨씬 낫다. 스칸디 부모는 “안 돼”, “하지 마”를 말하기 전에 아이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타협한다. 이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줘서도 안 되고 부모의 주장만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대신 적당한 선에서 규칙을 정하고 수십 번이라도 반복해서 설명한다.
명령으로 아이의 몸을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마음을 움직이진 못한다. 부모의 명령에 마지못해 굴복하는 아이는 마음속에 불만을 품는다. 부모자식 간에도 무조건 한쪽만 양보하는 관계는 곪게 되어 있다. 아이의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 부모와의 거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다.
어떤 부모들, 특히 권위적인 부모들은 아이와 타협하는 것을 굴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타협은 ‘서로 양보해 협의한다’는 뜻이다. 갈등을 감정의 대립으로 끌고 가지 않는 능력, 자신의 의견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능력, 자기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서로가 만족스럽게 마무리 짓는 소통의 기술이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서 자녀와의 갈등을 언제나 잘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엔 타협하는 방법을 몰라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이와 타협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의견의 차이를 좁히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련 기사]
-“아버지가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초등학생도 있었어요” - 황선준 박사
-북유럽 사람들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엄마와 아빠의 경계 없는 육아
-스칸디 부모들은 아이에게 독립심을 길러준다
-핀란드, 프랑스 부모들에게 배우는 육아 노하우
-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 황선준,황레나 공저 | 예담friend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스칸디나비아식 교육법. 아이들의 행복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북유럽 아이들이 우리나라 아이들에 비해 자신감과 행복지수 면에서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이 책은 두 저자가 북유럽 부모들의 육아와 교육의 본질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몸소 체험한 결과물이다. 가부장적이고 고집 센 경상도 남자가 자유롭고 합리적인 스웨덴 여성을 만나, 26년간 스웨덴에서 세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하며 ‘스칸디 맘’의 남편이자 ‘스칸디 대디’로 살아온 이야기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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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황선준
서른 가까운 나이에 국비장학생으로 스웨덴 유학길에 올라, 스톡홀름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강의교수와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정치 이론을 강의했고, 스웨덴 감사원 및 국가 재무행정원, 스웨덴 국립교육청 간부를 역임하며 교육 행정의 일선에서 뛴 스웨덴 교육통이다. 유학 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해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아 키우며 26년을 꼬박 스웨덴에서 살았다. 가부장적이고 고집 센 경상도 남자가 합리적인 페미니스트 스웨덴 여성을 만나,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교육하는 일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었고 배움의 연속이었다. 2011년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원장으로 임명되어 한국으로 돌아왔고, 현재 경기교육청 초빙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그간의 경험들을 한국의 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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