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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 부모들은 아이에게 독립심을 길러준다

서툴러도 좋으니 스스로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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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독립심을 가르치기 위해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인내심이다. 아이가 서툴다고, 답답하다고 대신 해주다가는 아이에게 오히려 해가 된다.

스웨덴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웨덴 아이들은 독립심이 강하다는 걸 참 많이 느꼈다. 일반적인 스웨덴 가정에서는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가르친다. 사회 전체 분위기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덕도 크다. 어려서부터 강한 독립심을 갖고 자연과 이웃을 사랑하며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가르친다. 특히 공부 면에서는 더욱 독립적이라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기 힘들 정도다.

아이가 중1인가 중2였을 때 작문 숙제를 도와준 일이 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표현을 달리 바꾸거나 첨삭을 해서 아이에게 돌려주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아침에 보니 내가 도와준 부분을 전부 삭제하거나 원위치로 되돌려놓은 것이 아닌가. 아내에게 아이가 왜 그랬는지 물어보니, 고쳐도 아이 스스로 고치지 다른 사람이 고쳐준 대로 절대 제출하지 않는단다. 숙제를 해서 제출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다음 수업 시간에 자신의 작문을 발표해야 하고 선생님이 질문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표현에 확신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어른들이 조언하고 도와줄 수는 있지만 결정은 자신이 하고 그 결정에 대해 어릴 때부터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처럼 학습에 대한 스웨덴 학생들의 독립심은 한국에서 흔히 쓰는 표현대로 말하자면 ‘자기주도학습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기주도학습을 해나가도록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가족 여행을 갈 때는 초등학생도 자기 여행 가방은 제 손으로 챙긴다. 그렇게 해야 실수로 뭘 빠뜨렸어도 그다음 여행 때는 다시 빠뜨리지 않게 된다. 한국에서 자란 나로서는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매정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잘해내는 것을 볼 때마다 참 기특하고 편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 모든 게 습관이 되어서 아이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짜증이 날 정도다.

첫 아이가 태어난 지 5~6개월이 됐을 무렵부터 아내는 아이를 유아 의자에 앉히고 제 손으로 밥을 떠서 먹게 했다. 접시에 음식을 담아주면 아이는 양손으로 밥을 먹었다. 팔의 움직임을 제 뜻대로 조절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 음식의 반 이상을 흘렸다. 얼굴과 머리카락에까지 음식이 묻고 턱받이도 소용없었다. 밥을 먹고 난 후의 뒤처리가 더 번거로워서 나는 그냥 떠먹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는 반대했다. 어릴 때부터 제 손으로 먹게 해야 독립심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오래 걸리고 힘들더라도 밥 먹기, 옷 입기, 신발 신기, 공부하기 등을 아이 스스로 하게끔 하는 것이 스칸디 부모들이다. 또 초등학생쯤 되면 자기 방은 스스로 치우게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역시 아이들이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으면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해야 했다. 귀찮고 힘들어서 “에잇, 그냥 내가 하고 말지” 하며 내가 해치우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는 아이들이 하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하는 걸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독립심을 가르치기 위해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인내심이다. 아이가 서툴다고, 답답하다고 대신 해주다가는 아이에게 오히려 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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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 황선준,황레나 공저 | 예담friend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스칸디나비아식 교육법. 아이들의 행복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북유럽 아이들이 우리나라 아이들에 비해 자신감과 행복지수 면에서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이 책은 두 저자가 북유럽 부모들의 육아와 교육의 본질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몸소 체험한 결과물이다. 가부장적이고 고집 센 경상도 남자가 자유롭고 합리적인 스웨덴 여성을 만나, 26년간 스웨덴에서 세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하며 ‘스칸디 맘’의 남편이자 ‘스칸디 대디’로 살아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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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선준

서른 가까운 나이에 국비장학생으로 스웨덴 유학길에 올라, 스톡홀름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강의교수와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정치 이론을 강의했고, 스웨덴 감사원 및 국가 재무행정원, 스웨덴 국립교육청 간부를 역임하며 교육 행정의 일선에서 뛴 스웨덴 교육통이다. 유학 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해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아 키우며 26년을 꼬박 스웨덴에서 살았다. 가부장적이고 고집 센 경상도 남자가 합리적인 페미니스트 스웨덴 여성을 만나,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교육하는 일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었고 배움의 연속이었다. 2011년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원장으로 임명되어 한국으로 돌아왔고, 현재 경기교육청 초빙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그간의 경험들을 한국의 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

<황선준>,<황레나> 공저12,600원(10% + 5%)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스칸디나비아식 교육법. 아이들의 행복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북유럽 아이들이 우리나라 아이들에 비해 자신감과 행복지수 면에서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스칸디 부모들은 아이를 키울 때 ‘아이에게 최선은 무엇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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