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대중소설가,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호칭이다”
작가들은 각자 다른 동력으로 글을 쓴다. 김진명 작가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분명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치를, 때로는 외교나 역사를 통해 전달되는 이 ‘메시지’는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버무려져 독자와 만난다. 한바탕 재미있게 책을 읽고 나면 작가가 던져준 문제들에 한번쯤 발을 담그게 된다.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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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독자들에게 외면 받는 시대라고 한다. 특히, 한국소설은 일부 마니아 독자들을 제외하면 거의 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진명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리며 사랑 받고 있다. 물론, ‘수백만의 독자를 가졌지만 단 한 명의 평론가도 갖지 못한 작가’라는 평이 보여주듯 그는 문단에서 논의 되는 작가는 아니다. 문단 바깥에서 갑자기 출현해 문단 바깥에 머무는 김진명 작가는 긴 시간 적극적으로 대중들과 살을 부대끼며 호흡해왔다. 최근 김진명 작가는 대하소설 『고구려』의 다섯 번째 권을 출간했다. 이번 신간은 단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김진명 작가의 힘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문득, 그의 소설이 가진 힘과 작가가 보여주려는 세계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해가 쨍쨍 내리쬐던 초여름 어느 날, 궁금증을 잔뜩 안고 작가 김진명을 만났다.
오늘 우리가 있는 것은 ‘어제’가 있기 때문
우리가 잘 아는 중국의 『삼국지』와 고구려의 미천왕은 같은 시대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미천왕 을불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면서 관우, 조조, 하우돈은 외우고 있다. 지금 중국은 (고구려에 대한) 내부적 역사 조작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외부적으로 퍼트리는 단계에 있다. 고구려는 중국 역사라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를 미국 의회에 보냈고 이미 미국의회에서 의결을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별다른 자각이 없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고구려』다.
『고구려』 1권은 미천왕에서 시작한다. 미천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천왕은 고구려의 건국이념을 비로소 실현한 첫 번째 왕이다. 한은 중국을 통일하면서 고조선에 한4군을 설치하고 지배권 아래 둔다. 이후 망해버린 고조선의 동포들이 세운 나라가 고구려다. 때문에 고구려의 건국이념은 한4군을 회복하고 중국인들을 쫓아내는 것이었다. 미천왕은 처음으로 중국을 몰아내고 한4군 중 한 지역인 낙랑을 회복한 왕이다. 고조선의 옛 땅과 사람의 회복이라는 고구려의 국가적 목적을 가장 잘 수행해낸 최초의 왕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빼앗아 갔던 우리 고조선을 회복한 왕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중국이 우리나라 역사를 가져가는 시점에서 그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중국으로부터 고구려를 되찾아야 된다는 자각과 인식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천왕을 첫 번째 인물로 설정했다.
『고구려』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고구려의 정신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어떤 것일까?
앞서 말했듯 고구려에는 고조선의 고토를 회복해야 한다는 국가적 목표가 있었다.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서로 양보하고 역경 속에서도 대동단결했다. 한4군을 몰아내고 이민족 사이에서 나라를 키울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마디로 ‘큰일을 당하면 나를 죽이고 대동단결해서 목적을 이루어 낸다’는 것이 오랫동안 한인들을 통해 내려온 ‘고구려의 정신’이다. 나는 이 정신이 있기 때문에 4대 강국이 아무리 남북통일을 반대하더라도 통일은 꼭 이루어질 거라 생각한다. 세상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힘도 있지만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흐르는 힘과 맥이 있다. 고구려에서 시작된 정신이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이런 힘이 있다.
소설을 읽어보면 고구려를 좋은 국가로 만들겠다는 같은 목표 아래 등장인물마다 다양한 의견을 펼친다. 특히, 고국원왕과 왕자 무의 이야기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여러 인물들과 그들의 사유를 통해 독자들이 어떤 것을 느끼기를 바라는가?
『고구려』 1,2,3은 을불이 낙랑을 몰아내야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된다. 미천왕 을불은 고구려에 가장 잘 맞는 인물이고, 가장 고구려다운 인물이다. 고구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쟁에 대해 강조하기 때문에 흔히들 고구려를 ‘전쟁의 제국’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쟁만 계속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이기 어렵다. 『고구려』4권, 5권에 나오는 고국원왕 사유는 세계 역사상 드물게 좌파 왕이다. 백성을 살피되, 아량이나 동정으로 살피는 게 아니다. 정말 보통 사람의 평범한 삶에 가치를 두는 왕이다. 내가 보는 고구려는 아주 다방면으로 펼쳐져 있는 나라인데, 전쟁의 제국으로 내몰리는 경향이 있다. 고국원왕이나 소수림왕은 전쟁과 전혀 다른 방면에서 힘을 쌓았고 이런 힘이 모여 광개토태왕 시절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나는 고구려의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우리민족이 고조선부터 가져온 사상이 ‘홍익사상’이다. 모두가 널리 다 같이 행복하자는 생각. 전쟁이 아니라 바로 이 홍익정신을 발현한 왕을 보여주고 싶었고, 고국원왕 사유가 제일 적합한 인물이었다.
역사에 대한 의식이 남다르다. 역사를 특별히 중요하게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다면?
흔히들 역사를 지나간 시간의 기록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오늘 우리가 있는 것은 어제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다. 과거와 현재는 단절되는 게 아니고 같은 거다. 그래서 역사를 지나간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 이미 현실에 대한 파악 능력이 없어진다. 과거를 잘 기억해야 현실을 보고 대처할 수 있다. 또, 현재를 잘 살아야 좋은 미래가 만들 수 있다. 그러니 과거, 현재, 미래는 구분되는 게 아니다. 몸체가 같다. 내가 역사를 연구하자고 하는 건 과거를 공부하자는 게 아니라 오늘을 잘 살자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로 이야기 한다. 이런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에 대한 세상의 평판과 평가는 대부분 잘못되어 있다. 내가 처음 쓴 책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인데 당시 우리 문단 풍토로는 생각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문단 풍토라는 건 작가들이 유명 작가나 비평가 또는 교수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하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파를 이루는 방식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단에 진입을 못했다. 그런데 나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다. 게다가 책을 5천 권, 1만 권을 팔기도 힘든데 600만 부를 팔았다. 자연히 그 분야의 모든 질시와 오해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 당시 평가들은 냉정하고 정확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보다 더 핵심적인 건 우리사회가 가진 문제다.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정체성의 회복’이 필요한 나라다. 사회가 너무 빨리 변화를 겪다 보니 문화가 서지 않고 곳곳이 황폐화가 되었다. 이래서는 선진국과 경쟁할 수 없다. 단순히 기술이나 상술이 좋고, 물건을 잘 만드는 걸로는 부족하다. 결국은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다. 외국의 괜찮은 나라들을 보면 자신들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 자기 나라에 대한 한없는 신뢰와 애정이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 나라,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다. 문화가 없고 맥이 잘려있어서 그렇다. 자랑스러운 역사가 꾸준히 계속되어 나고 있으면 어려울 때마다 떠올리면서 힘을 얻을 수 있다. 힘든 상황에서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구려』의 고국원왕이 나이 70에 전쟁에 나가서 싸운 이야기가 그렇다. 이런 전통이 살아있으면 역사를 배우면서 ‘내면의 힘’이 생길 텐데 한국에는 이런 전통이 없다. 우리가 앞으로 선진강국 지위에 올라서려면 우리 스스로가 제대로 된 정체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부분을 쓰는 것이다. 일본에 빼앗긴 문화제를 가져오고, 중국에 빼앗긴 역사를 찾자고 이야기 한다. 나에 대해 국수주의라고 하는데, 국수주의는 우리나라 것을 최고라고 주장하며 그 힘으로 상대나라를 억압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변나라를 괴롭힐 힘이 없다. 5천년 동안 침략만 당해온 나라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민족적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한 정신적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도 이 중요한 작업을 하는 나를 국수주의라고 몰아세운다. 가장 가치중립적이면서 철학적인 시각도 결국은 그 사회에서 나온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세계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냥 돈을 따라 현실적으로 움직이기만 한다. 어떤 가치를 창출하려면 과거의 자기 것을 잘 정비를 하고 거기에 대한 인식을 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점도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다 보니 중국과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일본과의 문제를 지적하면 일본과 관계가 좋아야 하는 사람들이, 반대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생존조건을 탐색하고 주변국가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저항은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면의 힘을 갖기 위해서 세상을 바라보라
외적인 것들이 중요하게 평가 받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한국인들이 ‘내면의 힘’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내면의 힘의 반대는 외면의 힘이다. 공부를 잘한다, 인물이 예쁘다, 지식이 높다, 지위가 높다. 이런 것들이다. 우리 사회는 모두가 그걸 위해서 달려간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인간이 행복할 수 없다. 오히려 외면의 힘을 얻을수록 내면은 깨져간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때로는 과장되게, 때로는 거짓되게 살게 된다. 보통 이렇게 해서 외면의 힘을 얻는다. 내면의 힘은 그 반대다. 성실함, 진지함, 착함, 효도, 정의. 이런 것들은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내면의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각을 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외면의 힘과 내면의 힘의 장단점을 보고 인식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갈 길을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부유하지 못하더라도 옳다고 믿는 걸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런 인생을 살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스스로 세상을 읽고 판단하는 인식능력이 필요한데, 이건 오로지 독서에 의해서만 키워진다. 그러니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독서다.
작가 김진명만의 특별한 독서법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문리가 트이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밑으로 내려가면 그 뿌리는 같다. 모두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경지에 오르면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그 맥을 읽을 수가 있다. 이걸 문리가 트인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독서법을 말하지만 나는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글과 친해지는 거다. 글을 보고 싶고, 책을 읽고 싶으면 성공이다. 그 길을 가다 보면 문리는 자연스럽게 트인다. 어떤 글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과거에 나쁜 책으로 분류되던 음란 소설이나 만화도 상관없다. 그냥 글을 읽는 게 좋으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아주 많이 읽으면 된다. 그러면 천천히 문리가 트이고 다른 분야의 것들도 통찰할 수 있게 된다.
꾸준히 역사나 현실적인 문제들에 상상을 버무려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이런 작업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면?
내가 쓰는 소설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란 여러 사람들, 서로 다른 조직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나는 그 속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뽑아내서 글로 쓴다. 사실 정상적인 사회라면 각각의 분야에서 다루어져야 할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각 분야의 문화가 서 있지 않다 보니 내가 쓰는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구려』는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빼앗아가니까 자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고, 『천년의 금서』는 우리나라의 한이 어디서 왔는가를 다룬 것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우리가 과거 핵개발에 어떻게 대처를 해왔고, 한반도의 핵을 두고 주변국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문제다. 모두 너무 중요한 문제다. 다른 사회 같으면 당연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루고 분석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각 분야의 질서정연한 문화가 없다 보니 그 일을 내가 맡게 된 것이다.
대하소설을 쓰는 일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알고 있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오랜만에 출판사 왔더니 야위었다고 한다. 아침에 좀 걷는 산책을 하는 걸로 체력을 보존하고 있다.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옳은 것, 진리에 대해 고민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예민한 인식론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대해 다양한 문제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 사회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핵 문제를 접하면서 반응한 셈이다. 20년 전, 북한이 핵개발을 했다는 정보가 미국을 통해 흘러나왔다. 핵탄두를 10개 가지고 있다고 미국 CIA국장이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하지만 이익을 위해 사실을 조작하는 일은 어디에나 있다. 그보다 더 나쁜 사회는 한 가지 논리만 존재하는 사회다. 당시 미국이 북한을 폭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남한 사회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그 나름대로 두 가지 이상의 논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있으니 폭격을 해야 한다는 어마어마한 논리, 이 사회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이야기에 반대 목소리가 없었다. 나는 이 사회가 병든 사회라 생각했고, 무언가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쳐 주기 위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으니 북한을 폭격해서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남한과 북한이 함께 핵개발을 하는 건 어떤가,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이런 고민을 해보는 건 무턱대고 처음부터 틀렸다고 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일방논리에 대한 형식논리적 고찰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나의 소설은 ‘공동체 사회의 현실과 방향을 확인해보는 것’
오랫동안 글을 쓰다 보면 소설 쓰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내가 쓰는 소설은 문학적 향기가 강하다거나 작가 개인의 무한 상상을 가지고 쓰는 예술성 높은 작품은 아니다. 한 개인의 의식 세계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확인해보는 소설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고구려』까지 굉장히 일관된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글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 때는 어떻게 하나?
그럴 때는 죽고 싶다(웃음). 보통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신 다음, 새롭게 다시 시작해 본다.
소위 대중소설가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중’ 이라는 말이 붙으면 질이 낮다고 보는 건 이미 틀린 생각이 되었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대중은 어떤 것에 대한 추구나 전문성이 많이 떨어지는, 독서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이 대중들이 자기 돈을 내서 책을 사보게 한다는 건 마니아 작가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까 대중소설가라는 건 오히려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호칭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취미가 맞고 계층이 맞고 의식이 맞는 사람끼리 공유되는 작가들을 편협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문학적 귀족주의에 빠져서 대중소설을 격이 낮은 것이라 보는 시선도 문제다. 물론, 불륜이나 섹스만을 다루는 대중소설에 대해 가지는 정당한 반감은 당연하다. 하지만 외교나 정치, 역사 같이 골치 아픈 이야기들을 대중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들려주는 것, 이를 통해 의식을 깨우쳐 주는 것. 이 모든 게 대중소설의 좋은 면이다. 충분히 훌륭하고 당당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는 대중소설가가 의미 있는 칭호라고 생각한다.
김진명 작가에게 글쓰기란?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인류가 존경하는 인류의 스승들은 잘 먹고 잘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 석가 모두 지금 이 사회가 동경하는 부를 차버린 사람들이다. 인류의 스승들이 그런 길을 걸었다는 건 우리 인간의 정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짐승처럼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먹고 살기에도 바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을 조금 더 의미 있게 살아가려면 더 높은 세상을 인식하고 거기에서 자아실현을 해야 한다. 글쓰기라는 건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영역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 하는 생각을 깊이 갈고 닦아서 세상에 내놓는 거다. 나한테 글쓰기는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내가 생각하는 세상의 의미를 주변 사람들과 같이 나누는 자아실현의 한 방식이다.
- 고구려 김진명 저 | 새움
낙랑을 정복한 미천왕 을불의 두 아들 사유와 무.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의 고구려를 이끌어 갈 왕은 강한 무여야 한다고, 그가 태자가 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을불은 왕의 재목이라 일컬어지던 동생 무가 아닌, 형 사유를 택했다. 굳세고 용맹한 무가 아닌 유약하기만 했던 사유를 태자로 세운 것이다. 미천왕의 죽음 이후 왕이 된 사유는 과연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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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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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앙ㅋ
2014.07.14
좋은 말씀이네요.
보라빛방울
2013.07.17
구름바다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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