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 사진 : 정민호
매일 새로운 사건이 터졌다. 2022년 하반기부터 수면 위로 드러난 전세사기는 전국을 강타했다. 2023년 6월부터 시행한 전세사기특별법이 한 차례 연장된 지금까지도 피해자는 계속 접수된다. 한국의 전세제도, 이대로 괜찮을까? 제도 위에서 일상을 꾸리고 ‘가능한 미래’를 꿈꾸던 이들의 삶은 멈췄고, 전세사기는 막연한 사회적 공포가 됐다. 피해자는 차례로 목숨을 끊었고, 아파트 전셋값은 치솟았다. 『스위트 홈』은 사태의 중심에서 ‘해결의 목소리’를 내던 피해자들 주거 생애를 톺아보는 작업이자, 숫자가 못 담은 피해의 기록이기도 하다. 2019년과 2021년, 피해자들처럼 전세대란 속에 집 구하던 임차인이었으나 ‘운 좋게 사기를 면한 것’이라 고백하는 기록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피해자는 아닌데 직접 기획부터 출판까지 하신 게 눈에 띕니다. 계기가 있나요?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폭발하듯 드러날 때 지켜보고는 있었어요. ‘정말 심각하구나’ 생각하던 중에 평소처럼 시사 주간지를 넘겨보던 어느 날은 소스라치게 깜짝 놀랐고요. 전세사기 피해 청년 인터뷰가 속 얼굴이 아는 얼굴이었거든요. 이 비극이 나와 무관하지 않고 내 주변, 이웃에게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자각했어요. 일종의 부채감에 ‘나도 뭔가 해야 한다’라는 감각이 일었던 거 같아요. 피해자가 대거 발생한 시기에 저도 집을 구하는 사람이었고요.
어떤 부채감인가요?
같은 시기에 누군가는 운이 나빠 전 재산, 그것도 미래까지 저당 잡아 만든 목숨과도 같은 전 재산을 잃었는데 나는 운 좋게 살아 남았거든요.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 초년생인데 이런 시절에 나 혼자 괜찮게 산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무거웠어요. 사회적 재난 생존자 중엔 비슷한 부채감을 가진 분이 많잖아요. 우리 모두 주택임차제도 위에서 움직이는데, 누구든 언제든 강도 맞을 수 있는 시스템이 그대로 운영된다? 다음에 그게 나일수도 있고 또 다른 이웃일 수도 있고. 지금 임차인이 아니라고 해서 앞으로도 쭉 임차인이 안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다 같이 안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위 열릴 때마다 머릿수 보태면서 책을 기획했어요. 부채감도 좀 덜고 싶고요. 책 만드는 건 원래 제 일이고, 관련 에세이를 쓴 경험이 있는 다큐 영화 감독님에게 애초 작업을 제안했어요.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셨는데 시기가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했어요.
‘송충이가 기어가는 아파트 담장 장면’으로 구술 첫 에피소드가 시작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회 문제를 다루지만 ‘공격적인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구술자가 그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 찰나의 얼굴이 행복해보였거든요. 그런 장면을 기억하는 현수 씨도 특별하고, 이야기 자체가 떠올리는 공통의 향수가 있다고 생각해서 첫 에피소드로 넣었어요. 『스위트 홈』의 소재가 편히 읽을 수 없는 소재잖아요. 적어도 이 책을 집어 드는 분의 독서 경험이 너무 거칠지 않기를,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소비하기를 바라요. 구술자들이 아름답게 들려주신 부분은 독자에게도 아름답게 다가가도록, 그 이야기들에 독자들이 젖어 들 수 있도록. 첫 에피소드부터 끝 에피소드까지, 프롤로그는 물론 에필로그까지도요.
이야기에 젖어 들 수 있도록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하잖아요? 한 편 두 편 이야기에 젖어 들다 보면 그들의 여정이, 같은 시공간의 전세사기 사태가 읽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박세열 〈프레시안〉 기자님이 “국회의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스위트 홈』을 소개해주셨는데, 만들면서 정말 책이 정책 입안자와 책임자들에게도 가 닿길 희망했거든요. 그분들도 이야기를 읽을 때 피해의 사회적 폐해에 공감하는 게 우선이고 생각했어요. 시스템 개선의 당위를 모르는 분은 없을 거잖아요.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에 제도를 부작용 없이 바꾸는 게 어렵겠죠. 그런데 채찍질부터 당하는 느낌이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을까,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어차피 책은 이 사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있어요. 각자 기억 속 첫 집부터 시작하는 열 명의 집 이야기가 삶과 함께 발전하며 이어지다가 특정 시기에 이 제도가 용인하다시피한 전세사기로 모두 좌초하거든요. 이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큰 상흔은 무엇보다 멈춰진 삶의 이야기 그 자체라는 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도는 사회 구성원의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만드는 건데…. 사는 지역도 생애 배경도 노동과 인간관계도 제각각인 분들의 주거 여정이 너무 큰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돈과 시간 이상으로 많은 걸 빼앗겼고. 해결하려면 사회 구성원이 협업해야 하는데 좋은 관계 속에서 잘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2025. 11. 05.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수원무)과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간담회에서
염두에 둔 독자들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스위트 홈』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를 통해 국회 종사자들에게 우선 전달했는데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과 예방 대책 마련에 계속 힘쓰시는 국회의원분들이 독서 후기를 대책위에 들려주셨더라고요. ‘증정 책을 정말 읽을까’ 의심했는데 말이에요. 더 증정받을 수 있는지 묻는 종사자분도 있어서 추가로 드리면서 이후엔 꼭 서점에서 구매해달라고 전달드렸어요.(웃음) 초판 구매 독자분들이 책이 예쁘다고 인증샷을 많이 올려주신 게 정말 기뻤어요.
판형이 한 손에 들어오는 책이라 신선했는데, 특별히 의도한 바가 있나요?
디자이너가 판형에서 의도한 바가 분명했고, 제작자로서 그 의도에 설득됐어요. ‘사회적 비극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집이 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집은 〈즐거운 나의 집〉 노랫말처럼 여전히 모두에게 즐겁고 안락해야 하는 공간으로서 아름다운 느낌을 주고 싶다’ ‘이야기 속 집들이 거대하고 럭셔리한 집이 아니라 작지만 소중한 보금자리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런 설명을 제안과 함께 주셨거든요. 작지만 아름다운 느낌의 물성이 이야기와 잘 어울릴 거라는 디자이너 의견이 좋은 협업으로 잘 구현됐다 느끼면서도 걱정을 좀 했는데, 독자분들도 좋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작아서 들고 다니거나 옮기기도 좋다는 반응도 있고요. 작아도 잘 펼쳐지도록 제작했고, 글자 크기도 커서 가독엔 문제 없으실 거예요.
『스위트 홈』이 삼프레스 첫 단행본인데요. 다음 출간 계획도 있으신가요?
후속 작업으로 사회사 책을 기획 중이에요. 꼭 모시고 싶은 필자가 있는데 그분과 연초 계약을 하는 게 일단 목표입니다. 그리고 삼프레스에서 3호까지 발행한 잡지 「삼」의 4호를 단행본으로 풀어 볼 계획인데요. ‘금단의 사랑 이야기’를 내년 상반기에 펴낼 것 같아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스위트 홈
출판사 | 삼프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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