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학교를 ‘마음에 드는 곳’으로 만드는 일
교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어요. 학교를 어른과 시민의 책임감으로 다시 바라보고 제가 열어 보인 ‘오늘의 학교’를 희망과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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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샘’ 최현희 교사의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가 출간되었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기록해온 4년간의 교실 이야기로, 몸과 마음이 소진되는 날들에도 아이들과의 만남을 놓지 않았던 시간들을 담았다. 교사들에게 학교는 이제 쉽게 좋아할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최현희 선생님은 작은 희망을 품고 매일 모니터 앞에 앉았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오늘’의 어린이들을 정성을 다해 만나면 (어제도 내일도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오늘의 학교는 마음에 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써내려간 글이다.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라는 책 제목이 흥미로워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친한 동료가 책 제목을 듣더니 너무 ‘어그로’ 끄는 제목이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웃음) 요즘의 학교를 생각하면 선뜻 공감할 수 없는 제목이니까요. 하지만 이 문장은 제가 쓴 건 아니에요. 책에도 나오는데, 언젠가 제가 학교 업무에 치여 살던 중에 문득 이건 아니다 싶어서 모든 일을 다 제쳐놓고 국어 수업 하나를 공들여 준비한 날이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그날 바로 아이의 일기에 그 문장이 기록되었어요. 교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것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이었죠. 그 문장이 기쁘면서도 서글펐어요. 학교는 교사가 매일 그렇게 수업을 최우선순위로 공들여 준비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오늘의 학교라는 건 제목과 달리 마음에 들기가 참 어려운 공간이죠. ‘어그로’라고 할 만해요. (웃음)

 

책이 나온 지금도 거의 매일 그날의 하루를 기록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교사의 체력은 퇴근 후에 도저히 남아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꾸준히 쓰셨어요?

저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집에 가고 나면 기운이 정말 쭉 빠지거든요.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초등교사라면 그게 어떤 상태인지 잘 알 거예요. 그런데 오늘의 교실을 기록하지 않으면 도저히 다음으로 못 넘어가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의미 있는 배움과 만남이 생겨난 날들이죠. 이러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걸 저조차도 잊어버릴까 봐 조바심이 나요. 그러면 몸은 피곤하고 자잘한 업무들로 마음이 바빠도 그걸 기록한 후에야 비로소 마음에 놓여서 다른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있어요.

갈수록 교직이 어려워진다고들 하고 저도 현장에서 갈수록 체감을 하는데요. 그 어려운 하루 속에서도 기쁘고 충만했던 찰나의 순간들을 기록해두는 게 좀 든든하기도 해요. 마치 희망을 쌓아놓는 것 같거든요. 너무나 많은 동료들이 교실에서 지치고 소진된다는 걸 아니까… 그럼에도 우리가 교실에서만 볼 수 있는 희망이랄까, 기쁨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책을 읽으며 웃기도 많이 웃었지만 찡해지는 순간이 많았어요.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의 감동은 남다를 것 같아요. 책 안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한 부분을 소개해주신다면?

가장 반응이 뜨거운 글은 아무래도 3학년 민기 이야기인 것 같아요. 난장판인 교실에서 어떻게든 민기와 연결되어 결국 수업에서 만나는 과정을 인상 깊게 보고 또 감동받았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민기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데 비해 민기 보호자는 상당히 비협조적이었고 심지어 담임교사에게 공격적이기까지 했어요. 그러나 담임교사에 대한 보호나 지원책이 전혀 없었고요. 

저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들이 교사의 ‘개인기’를 칭찬하기보다 교실의 위태로움을 생생하게 경험하기를 바랐어요. 모든 아이들과의 만남이 다 그렇게 술술 풀리지 않아요.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일관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먼저 되어야 해요. 그런 시스템 위에서 교사도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과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이고요. 

 

선생님 스스로를 ‘고장난 라디오’라고 표현하신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학교라는 경직된 환경에서 해야 할 말을 반복해서 꺼내는 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으세요?

당연히 어렵습니다. 어려운 게 자연스러운 일이죠. 특히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학교 안에서 다수와 다른 의견을 낸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그런데 사실 어떤 조직의 침묵은 더 큰 고장이에요. 제가 고장난 라디오가 될 때 제가 속한 조직은 ‘정상’ 작동을 한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이건 연습이기도 해요. 교사가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교사의 삶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학생들이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내는 시민으로 성장하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제가 먼저 그런 시민이어야 하고, 그건 저에게도 꾸준히 연습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래서 용기를 내야 할 상황이 오면 생각하죠. 좋은 연습 문제구나. 풀어야겠다. 

 

이 책은 1년간 휴직하셨을 때의 이야기도 담고 있어요. 그때 서이초 사건이 있었지요. 보면서 마음이 아프셨을 것 같아요.

휴직을 했던 건 겉으로는 ‘건강 악화’가 이유였지만 속으로는 “이대로 계속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였던 것 같아요. 학교와 교사 개인을 향한 악성 민원은 더욱 집요하고 저열해지는데,  학교와 교육 당국은 이런 민원을 해결하는 데 몹시 무능하다는 걸 계속 목도하게 되니까요. 그러는 사이 서이초 사건이 있었고 당시에 뉴스를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 사건은 교사가 어떤 구조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어떤 한계를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어요. 그럼에도 지금은 그때와 다른가 질문해보면 아직도 악성 민원으로 흔들리는 학교들이 도처에 있어요.

교사가 교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어요. 요즘은 온 세상이 교사에게 교사의 마음을 포기하라고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이 교사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널리 읽혔으면 해요. 이 책을 읽으면 한 명의 교사가 ‘교사의 마음’을 붙들기 위해 어떤 필사의 노력을 하는지가 보일 거거든요.

 

오늘도 학교에 출근할 전국의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기서 더 뭔가를 열심히 하자고는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아요. 얼마나 최선을 다해 각자의 교실에서 버티고 있는지 알고 있거든요. 대신 혼자 버티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요. 서로의 교실을 더 자주 보여주고, 실패한 이야기도 안전하게 나눌 수 있고, 행정과 민원 등의 시스템을 함께 문제 삼을 수 있는 동료성과 연대가 필요해요. 저는 제 기록과 책으로 매일 그러한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으로 많은 교사들과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단 하나를 가지고 돌아간다면, 어떤 마음이었으면 하시나요?

‘좋은 교사 한 사람’에게 교육의 희망을 맡기는 마음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를 어른과 시민의 책임감으로 다시 바라보고 오늘의 학교를 마음에 드는 곳으로 만드는 일에 모두가 동참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진심을 가지고 교사의 마음을 지키려는 교사들은 정말 많거든요. 학교를 나무라는 말들, 학교에 대해 냉소하는 말들을 뒤로하고, 이런 교사들 곁에 서주셨으면 해요.

또 어린이들의 현재의 삶을 존중하는 한편으로 미래의 어린이들이 금방 옆자리의 동료가 된다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그렇다면 학교의 일은 모든 시민의 일이죠. 그러니 이 책은 학부모나 교사만을 위한 책은 아니에요. 각자의 자리에서 제가 열어 보인 ‘오늘의 학교’를 희망과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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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최현희>

출판사 |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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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