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량 시인 “외롭게 건강하기를”
“11월은 우리가 향수할 수 있을 모든 날에 대한 뒤늦은 찬사” 오병량 시인 첫 산문집.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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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11월의 주인공은 시인 오병량이다. 『생일과 일생』은 등단 12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첫 산문집으로 여섯 편의 시와 잡문, 단상, 편지 등을 담았다. “11월은 우리가 향수할 수 있을 모든 날에 대한 뒤늦은 찬사, 그 하나라 해도 족하다고 생각”하는 시인은 이번 산문집에서 그에게 왔고 다녀간, 사랑하고 앓던 손님 같은 마음들을 적어냈다.

 


 

오병량 시인님의 첫 산문집이에요. 시와는 또다른 형식의 글쓰기이기에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시를 쓰실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지구력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기에 의자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제게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11월은 우리가 향수할 수 있을 모든 날에 대한 뒤늦은 찬사”라는 구절이 인상 깊어요. 시인님에게 앞으로의 11월은 어떤 감정과 의미로 다가올까요?

그런 건 없습니다. 모두 같고 틀림없이 똑같은 날들이니까요. 특별한 날이 있다는 건, 특별하지 않은 날이 더욱 많다는 것이기도 하니 슬퍼질 수도 있죠. 그러니까 ‘모든 날’이 중요하고 분명 그러하다는 다짐이 있는 11월. 딱 그 정도가 저는 좋습니다.

 

횡단보도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달리던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달리기」의 할머니처럼, 시인님 마음속에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움직임’이 있나요?

셀 수 없이 많아서 무엇 하나를 선택할 수 없네요. 가령 제가 바라보기 좋아하는 달리기의 세 가지 유형을 말하자면, 하나는 할머니들의 종종거리는 달리기가 있고 또 하나는 반려견에 끌려가는 의지와 무관한 달리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영문도 모른 채 한 아이가 뛰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모든 아이들이 헐레벌떡 뛰어가는, 자신의 등보다 커다란 가방을 멘 어린아이들의 달리기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즐겁고 때론 슬픕니다. 하루하루가 같으나 또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내가 오뱅이었던 때」에는 따식이, 딩구, 쪼단 같은 오래된 이름들이 등장하죠.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누구 하나 아는 이가 없는 경우도 있고 이미 아주 멀리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것을 간직할밖에 도리가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시의적절’ 시리즈에는 시, 잡문, 편지 외에도 레시피가 여럿 실려 있어요. 시인님에게 요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나를 위한 것보다는 그 누구를 위한 것, 내가 먹는 것보다 남을 먹이기 위한 것, 나만 먹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것. 요리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고 음식은 같은 재료를 같은 식탁에서 같은 영양과 같은 독성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다르게 맛보고 소화시키는 일이니 이보다 내밀하고 공평하며 평화로운 일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예전엔 누구라도 좋았던 ‘시의 마음’이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까요? 지금의 시인님은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고 계신가요?

고백하자면 그 시절만큼 간절하지가 않습니다. 때문에 시쓰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 시절의 내가 간직하려 했던 그 마음으로 여전히 시를 쓰는 분들이 많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염치없고 면목없는 일입니다.

 

쌀쌀한 11월을 함께 지나고 있는 독자들에게, 시인님은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가을에게 흠씬 두들겨 맞으며 “외롭게 건강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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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과 일생

<오병량>

출판사 |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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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