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등원하는 날, 새 친구를 사귈 때, 새로운 과목을 배우거나 진도를 나갈 때. 아이들은 매일매일 모르던 세상을 만나고 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더해 AI의 등장, 수시로 바뀌는 교육 제도, 예측할 수 없는 직업 환경까지 하루아침에 수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요즘 사회에서는 부모님까지도 쉽게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죠.
『내 아이의 적응지능』은 이렇듯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아이가 흔들림 없이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을 위한 책입니다. 이번 책을 통해 이 시대 아이들의 필수 성장 역량인 ‘적응지능(AQ)’을 소개한 방성애 저자(서울대 의과대학 뇌신경과학 박사, 아동 청소년 학습적응역량 상담센터 ‘(주)우리아이교육연구소’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적응지능(AQ)’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의 미래도 예상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힘이라 느꼈는데요. 적응지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시게 된 계기나 순간이 있었을까요?
저는 오랫동안 대학병원에서 뇌신경과학과 임상 연구를 해왔습니다. 늘 과학적 데이터와 통계로 인간의 마음을 해석하던 사람이었죠. 그런데 제 아이가 어느 날 선택적 함구증과 소아 불안 진단을 받으면서, 그동안 익숙하게 다뤄오던 숫자와 그래프가 더 이상 마음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검사 결과지 속의 수치는 아이의 ‘상태’를 보여주지만, 아이가 세상을 마주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혼자 견뎌내야 하는 순간의 감정은 그 어디에도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힘은 무엇일까?’ 항상 아이 곁에 있어 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결국 아이는 언젠가 혼자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해요. 아이가 그 혼자만의 시간, 낯선 환경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성장하는 힘, 그 능력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적응지능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심리학과 뇌과학의 지식을 아이의 일상과 마음의 언어로 풀어나갔어요. IQ의 인지적 요인이나 EQ의 감정과 관계에 갇힌 논의를 넘어서, ‘환경 변화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적응하고 성장하는 힘’을 키울 조건을 찾아나갔죠.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 어떤 기술이 세상을 바꿀지 누구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변화에 대한 불안을 이겨내는 것은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입니다. 『내 아이의 적응지능』에는 바로 그 힘을 길러주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책에서는 아이가 세상 속에서 흔들리더라도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법, 부모가 불안 대신 신뢰로 아이를 바라보는 법을 함께 다루고 있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적응지능’은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아이의 회복과 성장, 그리고 한 엄마의 깨달음에서 태어난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번 책은 특히 선택적 함구증과 소아 불안을 겪은 딸아이를 육아하신 실제 경험도 함께 들어있어 더욱 의미가 깊으셨을 것 같아요. 혹시 박사님이 아이였을 때 적응지능을 발휘했거나 적응지능이 필요했던 기억이 있으실까요?
고등학교 1학년 말쯤,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집안이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적이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공부가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어요. 매번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고, 독서실에 가방만 두고 나와서 놀기도 했죠. 그런데 상황이 바뀌고 대학에 가지 못하면 바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난생처음으로 현실적인 두려움을 겪은 시기였어요. 그때 처음으로 ‘살아내야 한다’라는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는 학원을 끊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던 생활도 완전히 바꿨습니다. 하루하루를 스스로 계획했고, 좌절하더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공부에 몰두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적응지능을 발휘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네요. 환경이 바뀌고 익숙했던 조건이 무너졌을 때 그 안에서 나를 새롭게 세우고 버티는 힘, 그게 바로 적응지능이니까요.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불안이나 두려움에만 머물지 않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적응해 나갔던 첫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나 힘들었던 시절이 지금의 저에게 큰 밑거름이 되었어요. 결국 예기치 못한 변화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경험이 우리 모두를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는 내면의 근육, 적응지능을 키울 기회가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서 내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오히려 아이의 적응지능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신 부분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이 외에도 부모가 아이의 적응지능을 키워주는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나 놓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 많은 부모님이 아이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는 무의식적인 잣대를 가지고 계시는 것 같아요. 또한 부모 세대가 거쳐온 여러 고난을 아이는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우리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 탓에 가능한 모든 돌부리를 미리 치워주려는 부모님들이 많죠.
하지만 적응지능은 결국 아이가 오롯이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에 작동하는 힘입니다. 부모가 아이 앞의 돌부리를 치워주면 당장의 어려움은 막아줄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건 결국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넘어진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나고, 다음번에 같은 돌부리를 피할 방법을 익힐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돌부리에 넘어지며 세상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배우고, 작은 불안과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하며 내면의 단단함을 기릅니다. 부모가 너무 완벽하게 환경을 통제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면, 아이는 세상이 항상 평탄할 것이라 착각할 수 있어요. 이는 결국 아이가 미래의 불확실한 변화와 마주했을 때 더욱 극심한 불안과 부적응을 겪는 원인이 됩니다.
적응지능을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도록 뒤에서 지지해 주는 '안전 기지'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아이 혼자만의 시간, 특히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는 시간을 침범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 이것이 부모님들이 아이의 적응지능을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적응지능의 여섯 가지 역량 중 ‘사회지능’을 소개하시며, 사회지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마음도 잘 알아차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아이가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과 그럼에도 자기를 잃지 않는 것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요?
아이가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균형의 핵심은 바로 '경계(Boundary)'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지키는 데에 있습니다. 이 경계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적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요.
첫 번째로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또래 집단 안에서 주도권을 가진 친구에게 비아냥거림, 비난, 은근한 따돌림, 나쁜 말을 들으면서도 그저 참고 견디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이럴 때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불쾌감이나 모멸감 같은 감정들이 '내 경계가 침범당하고 있다'라는 신호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인정해 주면서, 친구에게 건넬 현명한 거절이나 자기표현의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죠.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사회적 압력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단단한 경계를 세울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타인의 경계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나에게 침범받고 싶지 않은 경계가 있듯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되는 개인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하죠.
이 두 가지 경계를 배우면서 아이는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균형을 터득합니다. 그게 곧 ‘존중’이죠.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아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어요. 그렇게 타인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적응할 때 진정한 사회지능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함께 적응지능을 길러야 한다고 말씀 또한 감명이 깊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혹시 아이를 키우며 “지금 내 적응지능이 부족하구나”라고 느끼셨던 순간이 있으실까요? 부모로서의 불안감은 어떻게 다스리시는지, 적응지능을 연구하시게 된 이후로 육아 중 흔들리는 상황에서의 태도나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적응지능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저희 아이가 선택적 함구증으로 말을 거의 하지 못하며 ‘교육’ 문제를 맞닥트렸을 때였어요. 유년기의 교육 대부분이 언어 발화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아이가 학원에서도, 심지어 태블릿으로 하는 화상수업에서도 한마디도 하지 못하니 ‘이 아이의 교육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하는 불안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왔습니다. 그때의 저는 늘 조급했고, 마치 시간에 쫓기듯 주변 아이들의 발달을 따라잡으려 했어요.
하지만 그 시기를 통해 적응지능을 연구해 나가며 차차 이러한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익혀나갔습니다.
우선 불안할 때일수록 ‘내가 지금 조급하게 반응하고 있구나’ 하고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이었습니다. 그 순간이 바로 제 안에서 부모로서의 적응지능이 자라기 시작한 순간이었어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의 문제를 곧바로 해결해 줘야 한다는 조급함을 느끼죠. 하지만 그것은 사실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불안’이고, 그 불안감으로는 어떠한 것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후회할 일만 만들어요. 그 조급함과 불안감 때문에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무엇보다 부모인 내가 먼저 나의 불안을 인식하는 게 첫 번째 단계입니다.
다음으로는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과거에는 내 아이가 또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문제 혹은 결핍으로 여기고 조급해했습니다. 하지만 적응지능을 알고 난 후로는 ‘아이가 어제보다 0.1%라도 성장했다면 그것이 곧 성과’라는 마음가짐을 얻었어요. 아이가 현재 머무는 지점이 아니라 나아갈 방향을 인식하는 것이죠.
아이의 키는 자는 동안에 크잖아요. 사실 우리는 아이의 키가 크는 그 순간을 결코 볼 수 없습니다. 이처럼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이의 마음은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불안을 다스리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답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아이의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면, 이제는 ‘당장 결정짓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여유를 가지려고 해요.
이와 같은 내용을 다룬 심리학 실험도 있는데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적 압박을 주면 사람들은 확률과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계산하지 못하고, 자신의 직관대로 즉흥적인 선택을 해버린다는 실험입니다. 육아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좋은 선택은 여유 있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아이는 적게 잡아도 20년, 꽤 긴 시간 동안 성장합니다. 게다가 불확실성의 시대에 아이의 미래에 대한 완벽한 답은 어떤 부모도 내릴 수 없어요. 그렇기에 조금은 여유를 갖고 아이 스스로 '내면의 나침반'을 찾아가길 돕는 데 집중하기를 권해드려요. 사실 부모의 역할은 그 과정을 옆에서 함께 고민하는, 가장 든든한 내 편이 되어주는 걸로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복잡다단한 세상에서도 아이가 자신감 있고 단단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님들께 “이 한 문장만 기억해라!” 하는 응원과 조언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세상에 맞추려 애쓰지 마시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아이 안에서 길러주세요.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가 스스로 중심을 잡고 선택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이 곧 적응지능입니다. 아이에게 완벽한 길을 찾아주기보다, 아이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순간을 믿고 지켜봐 주세요. 아이는 그 믿음 아래서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우고 단단한 자신감을 키웁니다. 세상은 복잡해도 아이의 성장은 단순합니다. 아이는 우리가 믿어주는 만큼 자라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내 아이의 적응지능
출판사 | 다산북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서점 직원의 선택] 예스24 사내 동호회 추천 책](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1/20251107-43d6abe9.jpg)
![[요즘 독서 생활 탐구] 책으로 연결되는 사람들](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1/20251106-8bfc37fc.jpg)
![[요즘 독서 생활 탐구] 언리미티드 에디션 이로, 함께 갱신합니다](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1/20251106-798b7a0a.jpg)
![[요즘 독서 생활 탐구] 군산북페어 김광철, ‘초대하고 모이는 실천’으로서 북페어](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1/20251106-43ea880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