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 『고추장 심부름』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정작. 구수한 사투리로 소곤소곤 전하는 맵고 짜고 달달한 심부름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요?
글: 출판사 제공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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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심부름』은 ‘고추장을 사랑한 임금님’에서 시작된 상상이 가지를 뻗어 탄생한 이야기로, 임금님의 입맛을 되살린 고추장을 찾아 나선 생각시 소복이의 심부름길과 그 길 위에서 만난 사연들이 굽이굽이 담겨 있다. ‘기존의 역사 동화, 전래 동화, 창작 동화의 장점을 살려 한 차원 더 높은 영역으로 발전시킨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제1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에 선정되었다. 통통 리듬감 넘치는 유쾌한 서사에 사람과 마음이 이어지는 감동 포인트까지, 고추장처럼 맛깔나는 이야기를 지어 낸 한소곤 작가를 만나 보았다.

 

 

 


『고추장 심부름』으로 ‘제1회 주니어김영사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소감을 부탁드릴게요.

이야기를 지을 때마다 마음 속 마을을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마을은 우리가 사는 곳과 비슷하면서도 여러 가지 별난 일들이 벌어지죠.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마음처럼요. 그런 동심의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하는 마음으로 『고추장 심부름』을 지었습니다. 심사평을 보면서 제가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알아주신 것 같아 뭉클했습니다. 이 이야기로 어린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이번 공모전에는 ‘한소곤’이라는 필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셨고, 동화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신지는 벌써 15년이 되셨어요. 그간 장르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작품을 쓰셨는데 평소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한소곤’은 어린이들에게 소곤소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라는 뜻을 담았어요. 그동안에는 ‘한영미’라는 이름으로 여러 편의 이야기를 지어 왔고요. 담장 위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 같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마음으로 어린이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오늘이 지나면 어제는 역사가 된다는 친근함으로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었지요. 저는 ‘이런 캐릭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라는 질문에서 여러 이야기의 영감을 얻습니다. 이를테면 머리핀에 마법의 힘이 있다고 믿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그 머리핀을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할까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거죠. 

 

『고추장 심부름』은 심사위원들에게 ‘어느 한 군데 흠잡을 곳 없는 이야기’라는 평을 받으며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되었는데요. 이 이야기를 떠올리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매년 저는 어머니를 도와 고추장을 담급니다. 어머니께서 올해는 고추가 맵다고 하시기에 맛을 한번 보았더니 코끝이 찡하게 맵더라고요. 그때 문득 민가에서 만든 고추장을 즐겼다는 조선 21대 영조 임금님이 떠올랐어요. 영조는 왜 산해진미 수라보다 매운 고추장을 좋아했을까, 매운 맛을 느끼는 그 순간만큼은 아들을 여읜 괴로움을 잊고 싶었을까 아니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싶었을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그러다가 궁궐 밖으로 힘차게 뛰어가는 어린 생각시가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소복이예요.

 

역사’라는 장르의 특성과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서술 방식이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주인공 소복이의 사투리 조도 어우러져서 읽는 맛을 더욱 올려 주고요. 작품 전체의 어조나 분위기를 정할 때 특히 더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동화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멋지고 대단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단단히 벼르면 원고 쓰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는데,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글이 술술 잘 풀립니다. 『고추장 심부름』도 그런 마음으로 썼어요. 게다가 왠지 사투리는 정감 있고 따뜻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사투리로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소복이가 참 귀여웠어요. 


이 작품을 쓸 때 특히 신경 쓴 점은 이야기의 짜임새예요.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면 지루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고민하다가 조금 과감한 방법을 선택했어요. 이 방법은 어렸을 적 제 특별한 경험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아주 특별한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매일 조금씩 이야기를 해 주셨거든요. 다음이 궁금할 때 딱 끊고, ‘내일 해 줄게’ 하는 식이었지요. 저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계속 상상하며 다음 날을 기다렸어요. 그 기다림 자체가 정말로 꿈결 같은 시간이었고요. 

 

임금님, 세손, 양 상궁, 기름 장수, 똥강아지 그리고 가막 할아버지까지, 소복이의 심부름길을 함께하는 등장인물들이 인상적이에요. 잠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마저 살아 숨 쉬며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데 이들은 어떤 이유로 선택하셨나요? 또, 선생님께서 특별히 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인지도 궁금합니다.

소복이는 심부름길에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요. 안 보이는데도 길눈이 훤한 기름 장수, 땡고추를 잘못 먹고서 맵다고 펑펑 우는 똥강아지, 임금님에게 뼈 있는 말을 넌지시 남기는 가막 할아버지 등 모두가 재미나고 따뜻한 이야깃거리를 안겨 주는 소중한 인연입니다. 한편 임금님, 세손, 상선, 양 상궁은 궁궐에서 소복이의 심부름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인데 소복이로서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상대지만 의외의 매력으로 긴장을 풀어 주지요. 


(똘똘한 강아지 백구를 포함하여) 이 많은 사람들 중에 특별히 정이 가는 인물은 단연 똥강아지입니다. 이 아이는 자기 입이 그렇게 매운데도 소복이가 입안을 달래라며 준 엿을 먹지 않고 동생에게 갖다 줘요. 소복이가 산을 넘어갈 때는 산짐승들이 공격할까 봐 걱정하며 소리도 질러 주고요. 이렇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착한 똥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나면 고추장의 비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결과’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이 독자들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길, 또 어떤 맛으로 기억해 주길 바라시나요?

옛 기억을 한번 더듬어 보세요. 달리기에서 몇 등을 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잘하고 싶어서 땀 흘리며 연습했던 과정은 좀처럼 잊히지 않아요. 소복이의 심부름길도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힘들지만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슬기롭게 헤쳐 나가죠. 고추장처럼 맵고 짜고 달달한 사연도 만나게 되고요. 어린이 독자들도 그만큼 여러 가지를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독서는 읽는 이에 따라 달라지니 자기만의 맛을 느끼게 되길 바라고요. 부디 그 첫 맛을 잊지 않기를, 독자들의 첫 맛을 모두 합해 『고추장 심부름』이 참 맛있는 동화였다고 오래도록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꾸준히 걸어 오신 지난 시간만큼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지요? 이후 계획과 선생님의 새 이야기를 기다릴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만든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서 나무가 되어 자라는 꿈을 꿔 봅니다. 자꾸 생각나다가 뿌리를 내리고, 더 많은 걸 상상하면서 가지를 뻗고, 나중에는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그 이야기 속에서 작가인 저도, 독자인 어린이들도 모두 즐거운 추억을 만들길 바라요. 저는 앞으로도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푸른 새싹 같은 글을 심을 겁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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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