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공중으로 15센티미터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 소설 『나의 리을 이야기』의 주인공 ‘오율’이다. 오율은 케이팝과 시, 그리고 ‘ㄹ’이라는 글자를 붙잡아 현실을 견딘다. 동화 『단어의 여왕』에서 단어를 수집하는 어린이 주인공을 그렸던 작가가, 이번에는 ‘리을’이라는 한 단어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화의 낭만과 시언어의 첨예함이 공존하는 몽환적인 청소년 소설, 『나의 리을 이야기』의 작가 신소영을 만나 보았다.
시와 동화를 여러 편 써 오셨고 『나의 리을 이야기』로 첫 청소년 소설을 선보이십니다. 집필 과정에서 전작들과 달랐던 지점이 있는지, 특히 신경 쓰신 포인트가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평소에 ‘시 쓰기는 괴롭고 동화 쓰기는 즐겁다’라고 말해요. 그러면서도 동화 쓰는 걸 더 어려워해요. 시와 동화 사이는 그 거리가 멀다면, 시와 청소년 소설 사이는 그보다 거리가 가깝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 소설 쓰기가 좋았어요. 시 쓰기에 좀 더 가까운 어떤 푸릇한 글의 공간을 발견한 느낌이었어요. 이 점에서 이 소설의 특징이라면 시 한 편처럼 짧은 단락이 하나의 장으로 구성된다는 것이에요. 그 짧은 단락들이 소설의 운율과 여운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주인공 오율은 음악과 시, 로맨스를 통해 자신만의 ‘리을’을 발견하고 만들어 갑니다. 그런데 14개 자음 중 오율의 마음을 동하게 한 것이 왜 하필 ‘ㄹ’이었나요? 책을 쓰고 난 지금 작가님에게 제일 크게 와닿는 ‘나의 리을’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어느 교수가 쓴 ‘ㄹ’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어요. 고려가요의 후렴구에 있는 리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흥미로웠어요. 청산별곡에 있는 리을은 물이 흘러가는 듯한 소리의 표현이었어요. 리을로만 가사가 이루어진 군마대왕이라는 고려가요도 있었어요. 이것은 무가(巫歌)여서 리을엔 주술적인 힘도 있었어요. 이 신비한 리을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이 리을의 힘으로 공중 부양 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상상으로 인물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저는 요즘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외우고 다녀요. “고요히, 높이 튀어 오르는 성질이다. 나는 리을한다.” 청소년들에게 던진 문장이지만 지금의 저에게도 필요한 문장이에요.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게 평탄하지만은 않아요. 힘들고 지칠 때 제 방식의 ‘리을하기’를 생각해요. 고요히, 높이 튀어 오르려고 해요. 꿈꾸는 글을 향해.
을오는 오율의 거울에 비친 또 다른 자아 같다고도 느꼈어요. 구체적 상황은 다르지만 둘 다 가정과 또래 집단에서 소외당하고, 음악을 피난처 삼지요. 이렇게 비슷한 처지에 놓인 두 인물의 로맨스를 통해 독자에게 어떤 말이나 느낌을 전해 주고 싶으셨나요?
사랑은 힘이 세요. 리을의 성질이에요. 어떤 불행 속에서도 사랑만이 연약한 우리들을 지켜 내요. 오율과 을오의 사랑은 불행 속에서 서로를 구조하는 일이에요. 이 사랑엔 연대의 힘도 있어요. 또한 을오는 오율의 거울에 비친 또 다른 자아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사랑은 자기애이기도 해요. 불행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단단히 사랑하는 일. 그 ‘리을’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소설 속에서 오율이 주로 영감을 얻는 음악과 시는 각각 케이팝과 랭보의 시구절입니다. 대중적 장르인 케이팝과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랭보의 시. 두 장르는 작품 안에서 어떻게 맞물리나요?
케이팝이라는 대중가요는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환경과 같아요. 어디에서나 들리고, 흔하게 소비되는 것이에요. 대중적인 것들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찾아내고 즐기는 것. 이것이 랭보의 시 읽기로 비유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케이팝 작사가가 꿈인 오율에겐 대중성과 함께 자기만의 문학성이 필요해요. 난해한 시를 자기 방식대로 읽어 나가는 일은 자기 시에 다다르는 과정이에요. 시에 대한 환상과 질문을 거쳐 언젠가는 자기 시를 멋지게 써낼 거예요.
주인공인 오율 캐릭터가 굉장히 독특해요. 검은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이어폰을 꽂고 다니고,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울 방법을 찾아요. 겉으론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아이 같아요. 이런 오율 캐릭터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나요?
저는 이 소설에 나오는 ‘움도서관(마포평생학습관)’에 자주 가요. 5층에 있는 북카페에서 글을 써요. 거기서 빈백에 누워 대놓고 자는 학생들을 가끔씩 봐요. 힘이 없고 지친 모습들이에요. 그중에서 몽상에 빠진 한 얼굴을 보았어요. 천장의 난간을 올려다보는 아이였어요. 그 아이를 살려 내고 싶었어요. 갈 곳이 없어서 도서관 천장 난간에라도 올라가려는 아이! 움도서관 2층에는 ‘학교밖청소년거점센터’가 있어요. 그곳을 서성이면서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생각했어요. 도서관에서 그 아이들을 재워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 생각들이 오율이라는 인물로 스며든 것 같아요. 그곳 카페에서 글을 쓰면서 저도 자주 천장의 난간을 올려다봐요. 이 소설 『나의 리을 이야기』는 그 난간을 올려다보며 구상했어요. 움도서관에서 초고를 쓰고, 탈고도 했어요.
오율은 15센티미터 공중으로 떠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왜 하필 15센티이며, 그렇게 미세한 높이의 공중 부양이 오율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이 설정을 통해 독자에겐 어떤 감각을 전해 주고 싶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사람들 눈에 잘 안 띄는 높이, 외면당하기 쉬운 높이를 생각했어요. 그러나 한 아이가 온 힘을 다해서 떠오른 높이, 그것만이라도 떠올라야 살 수 있는 간절한 높이를 생각했어요. 그게 15센티였어요. 세상에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발버둥으로 겨우 떠오른 높이. 그 15센티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오율에게 15센티 공중 부양은 아이들의 폭력에 대항하는 묘기예요.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반항이고, 꿈에 대한 들뜸이에요. 누구에게나 15센티의 공중이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누구나 기분이 붕 뜨잖아요. 그게 15센티의 공중일 거예요. 그 공중은 꿈이 현실로 가는 첫 계단일 거예요.
즐겨 듣는 케이팝 다섯 곡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면요? 이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도 말씀해 주세요.
1. 검정치마, <Antifreeze>: 우울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2. 새소년, <Kidd>: 절망 속에서 힘을 내야 할 때.
3. 아이유, <Love wins all>: 꿈 같은 사랑이 그리워질 때.
4. 에스파, <SUPERNOVA>: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고 싶을 때.
5. 9와 숫자들, <죽지는 마>: 실패와 어둠이 찾아왔을 때.
특히 <Antifreeze>는 결코 얼어 죽지 않는 이들의 강한 사랑 노래예요.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이 가사는 짜릿해요. 어떤 절망 속에서도 예쁘게 피워 낼 여러분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죽지는 마>는 이 소설 주인공이 모든 것을 잃고 나서 듣는 노래예요. 「공중잠자기」라는 챕터에서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했는데 이 노래를 같이 듣다가 눈물이 났어요. 글을 쓰다가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 노래 때문이었어요. 한없이 슬프면서도 희망을 주는 노래예요. “울어도 돼 부숴도 돼 싸워도 괜찮아 죽지는 마.” 이 가사를 전하고 싶어요. 힘든 시절을 지나고 있는 모두에게.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나의 리을 이야기
출판사 | 씨드북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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