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짠내 나는 혼삶러의 리얼 생존기
“혼자 사는 게 이렇게 웃픈 일이었어?” 유쾌 발랄하고, 가슴 찡한 ‘혼삶’ 입문서.
글 : 출판사 제공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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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혼자 살아 낸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주원 작가는 열일곱 살에 첫 자취를 시작해 10여 년간 도시를 옮겨 다니며 혼자 밥 먹고, 혼자 아프고, 혼자 울고 웃는 일상을 통과해왔다. 『엄마 걱정하지 마요, 나는 잘 살고 있으니까』는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을 다독이고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 기록한 책 이다. 




혼자 산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님이 혼삶 속에서 가장 ‘나를 깊이 알게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대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하고 나서야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하지만 내향인이라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껴 있는 건 체력적으로 힘들고, 적성에도 안 맞는 일이었고요. 자연스럽게 기숙사 책상에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 열심히 일기를 썼어요. 단순한 일기는 아니었고, 오늘 내 마음을 표현하는 문장을 쓰려고 애썼던 기억이 나요. 나를 괴롭히는 이 감정은 무엇인지, 나는 지금 왜 울적한 건지… 그 한 문장을 쓰려고 두 시간을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아깝다며 절대 못 할 행동이긴 한데, 그 덕분에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기 덕분에 책도 냈고요.

 

책에서는 ‘혼자 밥 먹는 것조차 부끄러웠던 시절’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은 혼자 밥도, 영화도, 여행도 잘 즐기게 되셨는데요, 혹시 아직도 "이건 아직 혼자 하기 어렵다" 싶은 것이 있다면요?

한때는 혼자서 야구를 보러 다니기도 했는데요, 제가 패배 요정이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던 팀은 만년 하위권이었는데, 야구를 끊으니까 상위권에 이어 우승까지 하지 뭡니까. 그 이후로 다시는 야구를 보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혼자 야구장에 가는 일도 없겠지요…(눈물) 작년에 혼자 결혼식에 가게 됐어요. 그전에는 항상 친구나 지인들과 같이 가서 별생각이 없었는데, 혼자 피로연장에서 밥 먹을 생각을 하니 긴장되더라고요. 다행히 아는 사람을 만나서 혼자 식사를 하는 일은 피할 수 있었지만, 혼자였다면 그 시간이 어렵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최근 몇 년간 몇 번의 장례식을 치렀는데, 혼자서라도 빈소에 찾아 와주신 분들이 유독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혼자 사니까 요리 잘하겠네?”라는 소개팅 일화는 헛웃음이 날만큼 황당하더라고요. 살다 보면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오해받거나, 선입견을 마주할 때도 있잖아요. 혼삶을 살아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편견’이 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지나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제가 고등학생 때 살았던 작은 아파트가 재건축을 위해 철거되었는데요, 그때야 그 아파트가 좋게 말해서 ‘서민 아파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 10년 전의 일인데요. 오전에 어느 어르신과 약속이 있어서 아침에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약속 장소로 갔어요. 어르신께 머리를 자르고 왔다고 했더니 ‘집에서 잘랐냐’라고 물으시는 거예요. 당시에 저는 작은 원룸에서 살고 있었고, 부유한 것도 아니었지만 집에서 머리를 잘라야 할 만큼(솜씨가 좋다면 셀프로 하겠지만) 어려운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쥐꼬리만 한 대학원생 인건비를 받으면서도 월세를 내고 저금하고, 심지어 기부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건물 외관과 평수만으로 저를 판단하겠죠. 생각하는 건 자유니까, 별로 신경은 안 써요.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는 게 제가 얻은 혼삶 스킬이기도 하고요.

 

엄마의 ‘조금’은 나의 ‘엄청 많이’였다”는 표현이 참 따뜻했어요. 혼삶 중에도 문득 ‘엄마’라는 존재가 특별히 생각났던 순간이 있었나요?

제 표현이 따뜻했나요? 실제로는 쌀쌀맞고 잔소리 많은 딸이랍니다. 엄마와 사이가 가까운 건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아쉬운 점도 많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집안일 많이 하면 커서 집안일만 하게 된다고 웬만하면 시키지 않으셨고요, 어디 갈 때도 다 데려다주셨어요. 그래서 20대가 되어서도 길 찾는 걸 잘 못했답니다. 너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커서 그런지 남들 혼자 다 하는 일도 어렵게 느껴졌어요. 어렸을 때 안 했던 집안일은 결국 혼자 살면서 다 한 것 같네요. 부모는 자식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그런 고민을 간간이 하기도 했어요. 자식 계획은 아직 없지만요.

 

우리는 왜 ‘혼자 사는 사람’을 아직도 ‘특별한’ 사람으로 분류할까요? 혼삶’이 보편적인 시대임에도 여전히 사회는 ‘함께 사는 사람’을 전제로 같습니다. 작가님은 혼자 사는 삶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인식되길 바라시나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부모와 함께 살다가 결혼하면서 새 가정을 차리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래서 혼자 사는 것이 정상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났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의 유예 상황으로 여전히 인식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나이를 불문하고 1인 가구는 점점 늘어날 거고, 이런 가정 형태에 익숙해지게 될 거라 봐요. 하지만 혼자 산다는 것이 ‘고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지구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도 혼자 살아남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혼자일수록 주변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해요. 동네 친구, 이웃, 아는 얼굴들… 그런 가볍고도 넓은 관계가 1인 가구의 삶을 지탱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는 그저 생활하는 ‘집’만을 고려했다면, 이제는 1인 가구의 생활의 질도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책에서는 ‘나를 돌보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사회는 여전히 ‘타인을 돌보는 사람’을 더 인정하는 것 같아요. 혼삶을 살아가는 이가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나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 중에 그런 게 있었어요. 나를 내 최애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요. 내 최애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고, 잠도 잘 못 자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그걸 자신에게 적용하는 거죠. 나를 학대하지 않는 것.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혼자 살아가는 이들이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라고 생각하며 책을 썼어요. 지금은 집안 사정으로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요, 자신을 돌보는 행위의 의미가 달라졌어요. 지금은 타인과 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너 피스(?)를 유지하는 법을 탐구하고 있어요. 요가 하며 내 몸에만 집중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기분을 전환하기도 하고요.

 

혼삶러’로 10년을 살아온 선배로서, 막 독립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실용적인 팁도 좋고, 마음을 다독이는 한마디도 좋습니다.)

 아이가 두 다리로 일어서서 걸음마를 배울 때 수백 번 넘어지는 것처럼, 혼자 오롯이 삶을 꾸려 나가는 데에도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더라고요. 우리 모두 혼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혼자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엄마 걱정하지 마요, 나는 잘 살고 있으니까』는 그런 시행착오를 먼저 겪은 한 사람이 건네는 위로와 조언이 담긴 책입니다. 자신을 돌보느라 오늘도 지친 여러분에게, 작은 웃음과 공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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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