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2회 대상 작가] 김이람 “채팅은 이미 ‘삶의 일부’이자 ‘원동력’”
『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 김이람 작가 인터뷰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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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나고도 유쾌한 일본생활기를 그리는 저자 김이람이 첫 책 『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제12회 카카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한 10,500여 편의 작품 가운데 대상으로 선정된 「우리 집 일본인」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로, 저자가 일본생활 10년 차 때 ‘랜덤채팅’에서 만난 일본인 남자와 결혼해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채팅’은 그 인연의 출발점이자 지금도 누군가와 일상을 나누는 그의 방식이다.

 

폐쇄적인 일본사회에서 “한국인, 미혼, 여성” “마이너리티 삼종 세트”로 살아온 저자는 연애를 사치라고 생각했다. 가끔 우울해질 때면 채팅 앱에 접속해 감정을 털어놓곤 했지만, 경계심을 풀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저자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킨다. “꽃구경 다녀왔어요?” 홀로 벚꽃을 보고 온 다음 날, 도착한 한 일본인의 메시지. 그 말에 가볍게 답장했을 뿐인데, 그 끝이 결혼일 줄이야. 1년 만에 매일을 함께하게 되었다.

 

힘차게 마늘을 다져 냉동고에 쟁여두고, 남편의 퇴사를 꿈꾸며 연금복권을 사고, 비 오는 날엔 부침개를 부쳐 먹으며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서투르지만 다정하게 살아간다. 부딪칠 때도 있지만 ‘다르니까 그래’라며 다시 손을 맞잡는다. 손바닥을 맞대야 박수 소리가 나듯 함께 노력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 마음을 다해 살아가는 이 부부를 보면, ‘짝’ 하고 손뼉을 마주치고 싶은 누군가가 떠오를 것이다. 그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함께 손뼉을 쳐보자.



 『취미는 채팅이고요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로 12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게  계기가 궁금합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계기였어요. 도쿄에서 시골 마을로 이주하며 새 일자리를 구해야 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이사간 동네는 예전부터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지역이고, 제가 어떤 사람인가보다도 배우자가 일본인인 것이 제 최대 스펙이 되더라고요. 각오는 했지만 솔직히 참담했습니다. 무쓸모 인간이 된 것 같았어요. 외벌이인 남편에게도 미안했고요. 그때 글쓰기를 떠올렸어요. 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것이고, 자본도 들어가지 않으니 일단 뭐라도 하다보면 답이 나오겠지 싶어서요. 남편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라 말해주어서 조금 덜 평범하게 시작한 첫 만남을 블로그에 짧은 일기처럼 써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블로그 이웃분이 브런치스토리가 글쓰기에 더 적합한 환경이라고 추천해주셔서 그곳으로 옮겨가 더 긴 호흡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정말 반응이 없었는데, 점점 이야기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났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출간  많은 분들이 축하 메시지를 전해주셨을  같은데요지인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출간 이전엔 제가 글을 쓰고 있다는 건 주위에 알리지 않았어요. 일일이 드러내지 않았던 생활상이나 날것의 생각이 글을 통해 주변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요. 책 속의 「최고의 보답이자 행복」이라는 글에서 다루어지기도 하는데, 사실 저희 부모님께는 남편과 ‘글 쓰다 만났다’고 했어요. 채팅으로 만난 외국인과 결혼하겠다고 하면 납득하지 못하실 것 같았어요. 채팅 메시지도 글이니 거짓말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책을 보시면 왠지 속았다고 생각하실까봐 책이 나오고 두 분께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사후 보고라 그런가 전혀 놀라지 않으셨어요. 책도 읽어보셨는데 그냥 ‘참 빠르게 사귀었더구나’라고만 하셔서 오히려 제가 놀랐습니다. 한동안 SNS로만 생사를 확인하던 지인들에게는 많은 축하를 받았어요. ‘가볍지 않은 내용을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며 기분좋은 감상평을 남겨준 친구, 24년 전의 제 장래희망이 ‘자유 기고가’였었다며 꿈을 이루었다고 대견해하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정작 저는 잊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사람과 랜덤채팅으로 만나 1 만에 결혼했다는 스토리가 흥미로운데요작가님께 ‘채팅 어떤 의미인가요?

당시의 저는 채팅을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했어요. 자기계발에 쏟아도 모자랄 시간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채팅이라니, 스스로도 한심하다 생각했고요. 하지만 동시에 혼자 있는 시간, 랜선으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에 안도감을 느꼈어요. 만난 적 없는 사람이기에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래서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물론 채팅으로 만난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남편은 제게 100점짜리 남자는 아니었어요. 그의 아픔을 다 보듬을 수 있을 만큼 저는 큰 그릇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한 지 벌써 4년 차가 되었네요. 다사다난한 시간 속에서 저는 여전히 채팅을 합니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감정들을 글로 만들어 브런치스토리에 발행하고, 남편이 돌아오면 밥상 앞에 앉아 각자가 보낸 하루와 생각을 나누는 식으로요. 형태는 조금 달라졌지만 아무래도 채팅은 제게 이미 ‘삶의 일부’이자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국제커플은 문화 차이 때문에 자주 다툰다고들 합니다작가님은 그런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 지역에 살아온 사람들은 비슷한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되잖아요. 그런 생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편적인 이념으로 자리잡고 교육을 통해 대대손손 이어지기도 하지요. 그러니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면 그 차이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꼭 국제커플만 그런 건 아닐 거예요.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해도 가정환경이나 주변의 가치관은 다 다를 테니까요. 운 좋게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면 그만큼 부딪칠 요소는 줄어들겠지만, 국제커플은 비슷하지 않은 문화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잖아요. 그래서 그런 말이 생긴 게 아닐까요? 저도 한때 우리가 한국인, 일본인이라 부딪친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문화 차이를 이유로 들어야 상대방을 덜 미워하게 되고, 그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핑계도 되더라고요. 차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닌데도요. 그러니까 국제커플은 꼭 문화 차이 때문에 다투게 된다기보다는 여느 커플들이 그러하듯 서로가 달라서 다툰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문화 차이를 탓해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타협의 여지가 존재하는 한 다툼이나 차이는 관계를 돈독히 하는 조미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봅니다. 

 

책에 담지 못한 이야기  기억에 남는 남편과의 유쾌한 순간이나 일본에서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남편을 처음 만난 날을 그린 글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 듯 호흡이 척척 맞았다’. 사실 그 뒤에 한 문장이 더 있었어요. ‘나는 여고를 나왔는데도 말이다’라는 문장입니다. 편집 과정을 거치면서 책에는 들어가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변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저의 감상이 딱 그 말이거든요. ‘여고 동창’. 아주 잘생기거나 로맨틱하거나 돈다발을 쥐여주는 남편은 아니지만(물론 저도 그런 부인은 아니지만요) 과자를 먹고 이에 초콜릿이 묻은 채로 웃어도 부끄럽지 않고, 같이 있으면 처음 가는 곳도, 처음 해보는 일도 두렵지 않고, 때때로 어깨동무를 하고 <아리랑 목동>을 부르며 좌우로 몸을 흔들 수 있는 사람. 분명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다른 성별을 하고 있는데도 마치 여고 동창생처럼 수다스럽고 조금 방정맞은, 한창 즐거웠던 시절을 함께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같이 있으면 재밌고 이상한 일투성이에요. 어쩐지 맛있던 팬케이크가 알고 보니 상한 두유로 만든 것이었다든가, 손가락이 가느다란 남편이 자기 건 줄 알고 제 결혼반지를 끼고 출근했다가 잠들기 직전에 눈치챘다거나, 난데없이 나타난 멧비둘기가 현관문 앞에 나뭇가지를 잔뜩 쌓아놓는다거나. 웃음이 웃음을 부르는 걸까요. 매일매일 그런 소소한 유쾌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남편과 한국어로 두 번 정도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아이고’, ‘하아 진짜’, ‘아니, 왜?’ ‘내가?’, ‘아저씨 아니야, 나 오빠야’ 정도로 가벼운 추임새를 던지곤 하지만 묘하게 제 말투와 닮아가 왠지 얄밉습니다. 


앞에서 멧비둘기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최근에는 현관 밖 복도에 제비가 둥지를 틀었어요. 한번 오면 계속 온다길래 작년에는 둥지 짓기를 방해했는데, 올해에 다시 찾아온 그 친구들을 보니 측은하기도 하고 새들의 생태가 궁금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당돌한 호기심이 우리집에 일본인뿐 아니라 제비까지 들이고 말았습니다. 제비와의 기묘한 동거생활로 다소 외출이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남편과 함께 매일 제비들을 관찰하는 일이 우리의 새로운 공통 취미가 되었습니다. 인터뷰가 게재될 즈음이면 새끼 제비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겠네요.

 

『취미는 채팅이고요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의 출간까지 전체 과정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아주 놀랐지만, 출판사 편집자님께 메일로 책 제목안을 받았을 때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에요. 충격적이었고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그 제목이 조금 싫었습니다. 책에서 그려지고 있는 무거운 감정은 희석되고 가벼운 이야기로만 비치지 않을까, 제목에 쓰인 남편이라는 단어가 책을 곡해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전까지 편집자님과 큰 의견 차이가 있었던 적은 없었는데 출간 말미에 제목으로 의견이 달라지더라고요. 도저히 그날은 답장을 쓸 수가 없어서 다음 날 어렵사리 재고를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편집자님이 제 우려를 헤아려주시면서 그간의 고민과 어떤 점을 부각하고 싶으셨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셨어요. 재고를 하게 되더라도 이런 부분은 유지했으면 좋겠다고요. 사실 원고 작업을 하면서 괜히 제 과거 이야기에 울컥한 적이 있어요. 원고 마감날에는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밤을 세우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죠. 그런데 아마 그날, 제목으로 편집자님 메일을 받았던 날이 가장 많이 운 날이었을 거예요. 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크게 와닿아 뭉클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목이 이렇게까지 마음에 걸렸다는 건 그만큼 눈에 띄는 제목이라는 뜻이기도 아닐까? 한 분이라도 더 많은 분들의 시선에 이 책이 머물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닿았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아주 좋은 마음으로 『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를 제목으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을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는 초콜릿 같은 책입니다. 연애가 시작되는 순간의 달달하고 몽글몽글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지만, 삶에 지친 이방인이 어떻게든 삶의 반짝임을 발견하려 애쓰는, 약간 씁쓸한 이야기도 담겨 있지요. 달콤하지만 어딘가 쌉싸름한 초콜릿처럼요. 그래서 부디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께도 초콜릿 한 조각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맛으로 삶의 작은 즐거움이 되고, 지쳤을 때 입에 물면 은은하게 미소가 번지고 힘이 나는 초콜릿 한 조각이요. 저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더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도전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브런치스토리에 유학생활을 소재로 한 소설과 다육식물을 기르는 희로애락을 담은 에세이를 쓰고 있어요. 그리고 한일 양국의 문학 공모전에도 도전해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쓰는 사람 김이람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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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