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를 마시며 글을 쓰는 시인이 그러모은 여름
쓰기는 생활과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쓰면서 지워가는 것 같기도 해요. 지우면서 써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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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출판사 시의적절 7월의 주인공은 시인 박지일이다. 『칠월은 보리차가 잘 어울리는 달』은 그의 첫 산문집으로 시 여덟 편과 함께 산문, 짧은 이야기와 일기, 단상 등을 실었다.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박지일 시인은 ‘정물적으로 보이면서도 움직이고 있는 기체적인 시세계’로 심사위원을 매혹시키며 “지금 한국 시에 필요한 감각”으로 호명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산문집에는 박지일이 그러모은 7월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박지일 시인님의 첫 산문집이에요. 산문을 쓰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시와 산문이 함께 있을 때 둘의 시너지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제가 낯가림이 심해요. 산문은 시에 비해 ‘나’가 텍스트의 표면에 뜨기 때문에 이리저리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처음 쓰려다보니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쓰는 와중에 시를 쓸 때와는 다른 즐거움을 느꼈어요. 두번째 시집 『물보라』 출간 후 ‘모리나가 유우코’라는 인물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기도 했는데요. 산문과 함께 읽으신다면 이러한 궁금증이 보다 잘 해결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칠월은 보리차가 잘 어울리는 달』 제목도 그렇고, 글을 쓸 때면 보리차를 마신다고 하셨어요. 보리차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뭘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물이나 커피를 많이 마시거든요. 다음날이 쉬는 날이면 종종 밤을 새우기도 하고요. 보리차는 산책하던 와중에 시장에서 우연찮게 사서 마시기 시작한 것인데요. 새벽의 불 꺼진 부엌에서 팔팔 끓고 있는 보리차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기분이 환기도 되고요.

 

“방이 분류하는 몇 종류의 나”(7월 4일) “나는 종종 둘 이상의 나를 사는 것 같다”(7월 31일)처럼 시인님은 다양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져요. 작품 전반에서 이런 자아들을 어떻게 드러내고 싶었는지, 독자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길 바라시는지 궁금해요.

‘나’가 단일하지 않다는 기본 전제하에 쓰는 것 같아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상태와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상태를 오가면서 쓰고 있고요. 요즘은 한 편의 글을 하나의 목소리로 쓰기가 좀 힘이 들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있고요. 자연스럽게 읽어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책에 ‘엄마’가 여러 번 등장해요. 특히 ‘끝까지 본다’는 표현이 ‘엄마’에 대한 시인님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주는 것 같아요. 시인님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요?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할 때쯤 엄마가 세상을 떠났어요. 저에게는 큰 사건인 것 같고요.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고 여러 번 중얼거려야 조금이라도 실감할 수 있어요. 

 

“그렇게 내가 쓴 글을 잊어왔다. 보면서 나는 나를 잊어가니까. 보고 있으면 잊힌다.”(7월 23일) 무언가를 잊기 위해 그것을 직면하고 기록하는 일이 버겁거나 힘들게 느껴진 적은 없는지 여쭙고 싶어요.

버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데요. 그만한 즐거움도 있는 것 같아요. 쓰기는 생활과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요즘은 일상을 좀 희미하게 사는 것 같아요. 써놓은 글도 자꾸만 깜빡하고요. 제가 쓴 것이 분명할 터인데 낯설게만 느껴지는 글이 발견되기도 해요. 어떤 순간의 무언가를 쓰면 그 순간의 무언가는 쓰이지 못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쓰면서 지워가는 것 같기도 해요. 지우면서 써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하루 한 편의 글이 실리는 것이 특징이에요.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산문, 시, 단상 등 다양한 글이 담겨 있어요. 이 글들을 구성할 때 고민하셨던 부분이나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날이 있는지 궁금해요.

‘시의적절’ 시리즈의 기획처럼 하루에 한 편씩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되도록 다양한 장르의 글로 꾸려보고 싶었고요. 한데 쓰다보니 이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저의 부족함을 계속 깨닫는 시간이었는데요. 7월 2일과 7월 3일의 글들은 해당 날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민정 시인님께서 제목과 구성을 들여다봐주셨는데요. 참 귀중한 경험이었어요.

 

시인님에게 2025년 7월은 어떤 달이었고, 어떤 달이 되길 바라시나요? 한 달을 책으로 낸 뒤 시인님에겐 무엇이 남았나요?

좀 잘 살아봐야겠다고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요. 제가 여름을 많이 힘들어해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되어지는 계절인데요. 시의적절에 참여하게 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잊지 못할 감사함도 느꼈고요. 얻은 것이 많으니 잃을 것이 생길 것 같기도 한데요. 좀 잘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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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