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한낮과 별이 총총히 빛나는 새까만 밤하늘, 높이 솟은 뭉게구름과 쏟아지는 장대비, 거짓말처럼 어느새 맑게 갠 하늘과 나뭇잎 사이로 동그랗게 비치는 햇살.... 여름의 모든 순간순간에는 빛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만물이 활짝 피어나는, 초록이 펼쳐지는, 그래서 자라나는 생명을 꼭 닮아 가장 눈부신 계절. 그 갈피갈피에 깃든 빛을 그려낸 『반짝반짝』의 문지나 작가를 만났습니다.
새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여름의 반짝이는 찰나를 포착해 담은 그림책 『반짝반짝』은 어떻게 출발한 이야기인가요?
저는 미용실에 갈 때마다 책을 한 권씩 들고 가는데요. 어느 날엔가 『사랑에 대답하는 시』(아침달, 2021)에 수록된 김선오 시인의 「껌 종이」라는 시를 만났어요. ”다 씹으면 여기에 뱉어 / 너는 내 손에 껌 종이를 쥐여 주었다“ 하고 시작되는 시인데,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도 이렇게 사랑에 관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은종이로 종이학을 접어서 좋아하는 소년에게 선물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책을 읽다 보니 교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운동장의 묘한 적막, 세탁소 냄새 같은, 마치 몸에 각인된 듯한 여름의 감각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작가님께도 자국처럼 남은 어린 시절 여름의 풍경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계곡이나 바다에 놀러 갔을 때 본 햇빛에 반짝이던 물결들, 바위들,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 같은 것이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햇볕에 타서 살갗이 벗겨지고 따갑던 느낌도요. 또 여름밤마다 두근대며 납량특집 드라마를 봤거든요. 시원한 선풍기 바람에 얇은 여름 이불을 덮고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풍경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에 따라 장면도 하늘로 땅으로 또 원경과 근경으로 오가며 공간감 있게 펼쳐집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해, 장면 연출을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장면의 구도나 소품, 색상, 음악 등이 모두 감독의 의도로 연출된 것이니까요. 그림책을 만들 때에도 머릿속에 인상적인 장면들이 떠올라요. 그런 이미지들을 종이 위에 제 나름의 연출로 표현해 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오일 파스텔과 색연필로 그린 원화 작업
오일 파스텔과 색연필을 함께 사용해 더욱 섬세하고 투명한 동시에 힘 있는 그림들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이번 그림 작업에 대해 한번 소개해 주세요.
빛이 사람이나 사물들을 감싸안고 있을 때, 다정하고 부드럽게 그림의 톤이 맞춰지는 것 같아요. 특히 이 책은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일상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보니, 주변의 평범한 소재들에 조명을 비추는 느낌을 내려고 했습니다. 오일 파스텔의 강렬하고 투박한 색상과 질감이 여름을 표현하기에 참 좋은 재료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늘고 섬세한 색연필을 같이 사용해 산뜻함과 자유로움을 같이 담고자 했습니다.
나만의 반짝임을 발견하려면 일단 밖으로 나가서 날씨와 시공간을 온몸으로 느끼고 걸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틈날 때마다 집 근처나 옆 동네까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함께 걷다 보면 아이가 길에 떨어진 돌멩이나 나무 열매, 나뭇잎을 마치 보물 수집하듯이 줍더라고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의 눈에 비친 이 세상이 얼마나 경이롭고 신비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 좀 감동적이었어요. 아이가 주워 왔던 돌멩이나 솔방울, 모서리가 닳도록 읽었던 『암석과 광물』 같은 책을 몇몇 장면에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여름방학처럼 익숙한 것을 문득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일시멈춤의 시간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에게는 일상에 틈을 내는 시간은 언제이신가요?
오후에는 꼭 낮잠을 자는데요. 그때 잠시나마 몸의 스위치가 꺼지면서 일시멈춤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집 근처 커피숍을 간다든지, 헬스장을 갈 때도 복잡한 생각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머릿속이 환기되는 기분이 들어요.
『반짝반짝』을 만날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반짝반짝』은 두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반짝이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은 두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기도 하고,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이 작게나마 위로와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우리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은 화려한 무언가가 아니라, 늘 우리 가까이에 있는 작고 사소한 장면들이니까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반짝반짝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