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연이 연극 <2시 22분>으로 다시 돌아온다. 지난 2010년 뮤지컬 <맘마미아!>로 처음 무대에 선 뒤 어느덧 데뷔 15주년을 맞은 박지연에게 가장 멋진 세계는 여전히 ‘무대’다. 15년간 변함없는 애정으로 무대를 채우고 있는 박지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2시 22분>은 새벽 2시 22분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겪고 있는 제니의 경험을 두고 제니와 그의 남편 샘, 샘의 친구 로렌과 그의 남자친구 벤, 네 사람이 펼치는 논쟁을 그리는 작품이다. 박지연은 제니 역을 맡아 지난 2023년 초연 이후 다시 한번 무대에 선다. <2시 22분>은 오는 7월 5일부터 8월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올해가 데뷔 15주년이라고요. 2010년 <맘마미아!>로 데뷔하던 때를 떠올려 볼까요.
대학생 때, 아는 선배가 추천해 주셔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맘마미아!> 오디션을 봤어요. 쉽게 생각했죠. ‘용돈 벌면 좋지 뭐‘ 정도의 마음이었달까요.(웃음) 뮤지컬이 이렇게 어려운 작업인지도 몰랐고, <맘마미아!>가 이렇게 강도 높은 훈련을 필요로 하는 작품인지도 몰랐어요. 뮤지컬 음악보다는 실용 음악에 관심이 더 많던 시기였는데, 다행히도 <맘마미아!>는 팝 음악을 오디션곡으로 준비해 가도 되는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셀린 디온의 ‘The Power of Love’를 불렀죠. 음 이탈이 나는 바람에(웃음) 오디션에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다음 기회를 주셨고, 3~4번의 오디션을 거쳐 합격했어요. <맘마미아!>를 시작으로 점점 뮤지컬에 빠지게 됐어요.
얼마 전에는 본인이 늘 ‘최애작‘으로 꼽는 <원스> 재연을 마쳤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너무 행복했어요. 배우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느낄 정도로요. 마지막 공연을 하는 날까지도 넘버가 한 곡 한 곡 지나가는 게 아쉬울 만큼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저는 <원스>를 대할 때 마음의 파도가 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단 한 순간도 저를 가만히 두지 않았던 작품이에요. 물론 초연 때도 같은 마음으로 사랑했지만, 이번에 재연으로 다시 만나니 사랑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번에는 매일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공연했어요. 사실 어떤 것을 너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잖아요? 반대로 그 대상이 지닌 모든 부분이 사랑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제게 <원스>는 그런 작품이에요.
연극 <2시 22분>도 지난 2023년 초연 이후 다시 만나게 됐죠. 출연작 목록을 보면 <맘마미아!> <원스> <고스트> 등 출연했던 작품에 다시 한번 출연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한 작품에 되도록 두 번 이상 출연하려고 해요. 한 번으로는 그 작품에 대해 다 알 수 없더라고요. 실제로 두 번 이상 출연했을 때 더 즐기면서, 재미있게 공연했던 기억이 많고요. 그 작품과 한 발 거리를 두고, 작품을 복기한 다음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새로운 느낌을 받기도 해요. 사실 이번 <2시 22분>은 공연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꼭 다시 하고 싶었어요. (웃음) 체력 소모도 크고, 대사량도 많고, 텍스트도 어려운데, 그럼에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고, 재미도 큰 작품이에요. 배우와 텍스트의 힘으로 나아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만난 <2시 22분>은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나요.
앞서 말했듯 대사량도 많고, 캐릭터 간에 대사 리듬을 잘 맞추기 위한 긴장감도 필요한 작품이라서 초연 때는 그 부분에 집중하느라 시야를 넓게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미 대본 자체가 너무 훌륭하기 때문에 그저 대본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죠. 이번 시즌에는 내 대사, 상대방 대사의 이면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출연하는 배우 모두 초연에 이어 다시 참여하는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작업부터 다시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대사의 의도를 새롭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반전이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거기에 치중하기보다는 극 중 모든 순간순간을 잘 만들어 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부터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까지, '윌휴' 콤비(박천휴&윌 애런슨)의 오리지널 콘텐츠 세 작품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예요. 이번 토니어워즈에서의 윌휴 콤비의 활약이 지연 씨에게도 반가운 일이었겠죠?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두 사람은 한국의 자랑이에요. (웃음)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을 할 때 두 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런 사람들이라면 평생 같이 일해도 되겠다.‘ 좋은 사람이라는 게 눈에 바로 보이는 분들이거든요. 운이 좋게 윌휴 콤비의 세 작품에 모두 출연할 수 있었지만, 전 여전히 그들의 감성을 짝사랑하는 기분이에요. 두 사람이 지닌 결을 너무나 사랑해요.
최근에는 무대뿐만 아니라 드라마에도 꾸준히 출연하고 있잖아요. 장르를 떠나서, 작품을 선택하는 지연 씨만의 기준이 있나요?
예전에는 음악의 힘이 있는 작품을 선호했어요. 내가 보컬로서 잘 사용될 수 있는 작품은 무엇일까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신뢰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배우, 제작진을 비롯한 동료들에 대한 신뢰도요. 여담이지만, 저는 계속해서 ’공연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공연을 할 때의 제가 제일 멋있는 것 같다고 느껴요. (웃음) 드라마도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고, 감사하게도 출연 제안도 많이 해주셔서 앞으로도 놓지 않고 계속 가져가야 할 부분이지만, 저는 공연만큼 멋진 세계가 없는 것 같아요. 연습을 하면 할수록 새롭고, 같은 것을 같지 않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매일 공연을 반복하면서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느낌이 들까 기대되기도 하고요.
지연 씨와 대화를 하다 보면 본인의 출연작을 언제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을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건가요. (웃음)
저는 제가 하는 공연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같은 시기에 공연되는 수많은 작품 중, 제가 하는 공연이 제게는 언제나 최고예요. 저는 공연은 오래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찬찬히 뜯어봐야 하고요. 연습부터 공연까지, 오래도록 지켜보고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면 제 공연이 그렇게 좋고 애틋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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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희
뮤지컬 전문 매체 <더뮤지컬> 기자. 좋아하는 건 무대 위의 작고 완벽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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