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25년 차가 된 저자는 MBN 대표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의 메인 작가로 수년간 많은 자연인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돌보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자연인들은 먹고사는 일에 치여 쉬는 법을 몰랐던 세월, 서로 밟고 밟히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잃어버린 평온, 남의 시선과 평가에만 신경 쓰던 시간 때문에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나를 돌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묵묵히 나를 위로하고 돌볼 기회를 선물해 주는 자연에 깃들고 싶어 했다. 자연인들이 누리는 충만한 행복이 카메라에 담기는 동안, 그 뒤에 서 있던 저자도 늦게나마 스스로의 편에 서서 나의 안녕을 살피고 나에게 가장 다정해보기로 했다.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에는 극적인 반전도, 과장된 서사도 없다. 그저 미련하리만치 열심히 달려온, 우리 모두와 똑같은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마침내 다정한 인사를 건네기까지 길고 어려웠던 여정을 담담히 털어놓은 글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돼 각자의 안부를 묻는 일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다정한 마음이 담겨 있다.
25년 차 방송작가로 살아오면서, 더 일찍 책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이 시점에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저는 평소에도 ‘책을 출간해야 겠다’는 생각은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이번 책 역시 원고를 썼던 기간보다는 ‘내가 책을 내도 될까?’라는 ‘제 마음의 산’을 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고, 실제로 1년 넘게 고민했어요. 내 이야기를 대중에서 알리는 것도 자신이 없었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들은 이미 책으로 나와 있지 않나?’라는 의문 때문에요.
그러다 3년 전쯤, 우연히 ‘방송원고가 아닌 내 글을 한 번 써볼까’라는 생각에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됐었는데요. 거기서 나만의 글을 쓰는 나름의 의미를 발견하게 됐고 그 무렵, 모임 리더가 지속적으로 출간을 추천했어요. 리더를 통해 제 이야기가 가진 특별함, 강점에 대해 계속해서 들으면서, ‘아, 어쩌면 내 이야기만의 고유함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전환하게 된 거죠.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라는 제목에는 작가님의 어떤 마음이 담겨 있고, 또 독자에게는 어떻게 닿기를 바라시나요?
예전의 저는 대체로 긴장하며 살았던 거 같아요. 저의 부족함, 실수를 살피거나 혹은 비교를 하는 일 때문에요. 그 덕에 성장의 속도가 빠른 사람이었을 수는 있지만 주로 종종거리는 모습이었어요. 이 책은 그런 저를 다시 만나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에서 쓰기 시작한 책이에요. 어느 시절, 어느 순간, 나에게 너무 엄격했던, 그래서 ‘나조차도 남의 편이었을지 모르는 그때의 나’를 다정하게 만나주고 싶은 마음이요. 자신의 안녕에 너무 무심하지 않았으면 하는 제 마음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다정함'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살아가면서 선택해야 했던 다정함의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정이 많다’라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어떤 모습의 나라도, 설령 부족하고 실패한 나라도 안아줄 수 있는 마음’ 그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매 순간 진심이었고, 열심이었을 나를 결과와 상관없이 토닥여주는 마음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의 30대 역시 꽤 치열했어요. 방송작가로서도 살아남아야 했고, 두 아이를 키워야 했고, 경제적으로도 번듯하게 자립해야 했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저는 저를 다그치기만 한 거 같아요. ‘조금 더 다정했어도 어떻게든 내 속도대로 잘 지나왔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절입니다.
이번 책을 집필하면서 MBN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출연자 중, 떠오른 자연인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요?
책에도 언급했던 ‘순수 노총각’ 자연인인데요. 30년 넘게 너무나 원시적인 환경에서 문명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한 분이라 얼핏 보면 낙오자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었는데요.
“나무가 땅의 물을 빨아들이면 내가 숨을 쉬는 거 같아. 나도 숨 쉬고 나무도 숨 쉬고 그냥 같이 있는 거지. 서로 말을 안 해도 서로 지켜보고 있는 거, 그게 좋은 거지.”
답사 때 느릿느릿하게 하신 말인데요. 그 말과 눈빛이 너무나 진심이라 잠시 정적이 흘렀는데, 그 순간이 꽤 여운이 남았어요. ‘자연이 주는 묵묵한 위로’라는 내레이션이 단순히 글이 아니라 진짜 삶이구나라는 생각이 그분 목소리의 떨림에서 전해졌어요. 문득 제가 추구하는 행복이란 게 좀 공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방송국의 치열한 현장과 산속 자연인의 삶. 반대되는 두 세계를 오래 지켜보신 분으로서, 요즘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감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하는 분들은 대부분 자신의 상황, 형편, 모습과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굉장히 자랑스러워해요. 반면에 출연을 거부하는 분들의 거절 이유는 ‘남사스러워서’인데요. 어쩌면 우리도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남사스럽지 않기 위해서’ 무언가에 ‘열심’을 쏟긴 하는데, 그 속에 나를, 내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물론 ‘열심’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 마음이 없다면 결국 그 ‘열심’이 자신을 소진하게 하는 거 같아요.
작가님께서는 방송작가이면서 동시에 상담가이자 코칭 전문가이신데요. 다양한 역할 속에서 ‘글’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였나요?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의미가 가장 큰 듯해요. 평소에 잘 쓰인 글 속에서 탁월한 문장이나 표현을 보면 설레는 편인데요. 곰곰 생각해 보니 그게 설레었던 이유는 진짜 내면의 감정을 적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설명하기 어렵고 복잡한 심리를 글로 또렷하게 표현해낸 그 지점에서 느끼는 대리만족 같은 거죠.
상담과 코칭 역시 더 깊은 내면을 탐험해서 진짜 감정을 마침내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선명하게 글이나 말로 표현했을 때 감탄이 커지는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 입장에서는 상담, 코칭, 작가는 다 같은 일을 하는 거처럼 여겨져요. 그게 말이냐, 글이냐의 수단의 차이일 뿐.
마지막 장을 덮는 독자에게 한 문장을 건넨다면, 어떤 문장이었으면 하나요?
“한 걸음, 한 걸음 매 순간 진심이었을 우리의 모든 시절에 다정한 안부를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출판사 | 브로북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