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까지 일주일 남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대겸 작가가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에서 펼쳐 보이는 명랑하고 리드미컬한 상상력.
글 : 출판사 제공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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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에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박대겸의 신작 장편소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에서 주인공 지민은 놀랍게도 이전과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동아리 탁구 대회에 나가 승부욕을 불태우고, 라멘 가게에서 성실히 아르바이트한다. 전 애인에게 연락이 오거나 친한 친구가 사랑 고백을 하는 등 외계인을 핑계 삼은 재미난 에피소드는 있어도, 여느 디스토피아 소설처럼 비장한 영웅, 끔찍한 폭도는 없다. 그러던 지민은 여러 에피소드 속에서 ‘어쩌면 혼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하고, 바로 인류를 구하기 위해 행동한다. 박대겸 작가의 경쾌한 상상력으로, 이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우주 끝까지 뻗어나간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경쾌한 상상력이 폭발하는 이 소설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궁금해요. 특히 외계인이 인류를 전부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0.0001%의 인류만 남기고 소멸시킨다”고 경고하는데, 특별히 이 수치로 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어떤 의미가 있는 숫자인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에게 자신의 힘만으로는 컨트롤 할 수 없는 거대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인물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수치는, 실제로 외계 종족이 자신의 행성에서 지구인을 노예(?)처럼 부리려면 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예상과, 지구상에 과학 문명이 전혀 닿지 않는 오지에 사는 부족이 그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추측이 결합해서 나온 것 같아요.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작품 속에 대사가 많아서,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드는데요. 대사를 쓸 때 가장 신경 썼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또,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는 대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그러하듯 실제 그 인물이 할 법한 말투로 대사를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제 말투나 글투가 섞여 들어가긴 합니다만. 그리고 대사든 서술문이든 마찬가지인데, 단문보다는 장문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점도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애정하는 대사를 하나만 꼽기는 어렵네요!

 

만약 작가님이 ‘일주일 뒤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외계인의 경고를 받는다면, 오늘부터 무엇을 하실 건가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거나 사두고 아직 못 읽은 소설을 읽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기를 쓰겠네요. D-7으로 시작하는 일기. 이런(?) 소설을 쓰긴 했지만 저는 그저 소설을 좋아하는 평범한 인간이니까요. 사실 지민도 처음엔 평범한 인물이었죠. 



작품 속 지민의 전 애인인 연호수는 자신이 사실은 지민이 아는 연호수가 아니라, 평행우주에 사는 연호수라고 이야기합니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키기 전에 이 세계로 넘어 오라고요. 평행우주의 작가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만일, 그 평행우주의 작가님이 지구를 버리고 넘어오라고 한다면, 작가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른 평행우주에서도 아마 소설을 쓰고 있지 않을까요? 상황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네요. 만약 다른 평행우주로 넘어가서 살 수 있다면 가볼 것 같아요. 물론 정말로 이 세계와 작별한다고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거든요…… 라고 상상하는 것은 일단 가능한데, 실제로 그런 일이 닥치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일상을 살아가던 지민은 결국 ‘외계 생명체의 인류 멸망 계획 무산시키기 연대’에 들어가, 삿포로에서 ‘좀비 폰 공격’으로 외계 생명체의 공격을 무마하고자 합니다. 무선통신을 끊어야 인류를 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좀비 폰을 사용한다는 부분이 참 재밌었어요. 어떻게 구상하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혹시 집필하면서 고민하신 다른 ‘인류를 구할 방법’도 있나요?

계속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라 어떻게 떠올렸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핸드폰이나 통신과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문득 떠올렸을 수도 있겠고요. 운 좋게 과거에 본 작품의 어떤 소재를 활용하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나오면 차용하기도 했지만(책 말미에 목록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계속 고민했습니다. 앉아서 고민하기도 하고 걸어다니면서 고민하기도 하고.


인류를 구할 방법을 고민했다기보다는 지민이 어떻게 될지를 제일 고민한 것 같아요. 지민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인류를 구할 방법과 이어질 테니까. 

 

이번 작품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가 독자들에게 어떻게 가 닿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100명의 독자가 있다면 100명 모두에게 조금씩 다르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 1000명의 독자, 10000명의 독자가 있다면 당연히 겹치는 부분이 발생하겠지만, 아주 조금씩이라도 다르게 가 닿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어요. 이건 이 소설뿐 아니라 이전에 썼고 앞으로 쓸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끝으로, 작가님이 구상하는 다음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톡톡 튀는 세계관을 구상 중이신가요?

지금 작업중인 소설에 대해선 언급하기가 조심스럽고, 한 2, 3년 내로 쓰고 싶은 소설이라면 있습니다. 1930, 1940년대 만주국을 배경으로 체펠린 같은 거대한 비행선이 날아다니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SF적인 요소를 적절히 도입해서. 언젠가부터 이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거든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따금 이 이야기를 하고 만주국 관련 도서를 추천 받기도 하는데(아직 못 읽었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쓸 수 있겠죠.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혔으니 쓸 수밖에 없겠네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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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박대겸>

출판사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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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