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그릇에 기대어 살았다
해외에 나가면 그릇 가게에서 현지 그릇을 사들여 가방을 빵빵하게 채우는 사람의 이야기.
글 : 출판사 제공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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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은 기쁨을 주는 27가지 그릇 이야기로, 꼭 그릇이 아니어도 당신에게 조금씩 위로가 되는 존재를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말하는 길정현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정말 독특하게도 그릇 에세이를 출간하셨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책 소개와 함께 출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릇으로도 책이 돼?’라는 이야기를 그간 참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릇은 생각보다 우리와 아주 가까운 물건이에요. 일단 성별을 떠나 우리 다수는 소꿉장난의 세계를 거쳐 성장했기도 하고요. 본인 밥그릇은 본인이 갖고 태어난다거나, 그 사람은 그럴 그릇이 못 된다거나, 심보가 아주 간장 종지 같다거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거나, 이미 깨진 접시는 다시 붙일 수 없다거나 하는 말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이니까요. 특히나 깨진 접시는 깨진 마음에 곧잘 비유되는 표현이기도 하고요. 뭐가 됐든 그릇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어쩌면 이 이야기는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굉장히 다양한 에세이를 출간하셨더라고요?

작가로 활동한 지 8~9년 정도 된 것 같고 이번 책이 9번째 책이에요.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1년에 1권씩 작업한 셈이네요. 저는 여행에세이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어요. 최초에는 예술 기행 관련 도서들로 이 세계에 진입했지만 이후 여러 에세이를 썼습니다. 음식이나 미술을 주제로 한 책들도 있었고요. 최근에는 에세이보다는 인문에 더 가까운 책 위주로 작업을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은 순도 100% 에세이입니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개인적인 집착을 놓지 못해 이번 책이 나온 게 아닌가 합니다.

 

책을 보면 작가님은 해외 일정 중엔 맛집에서 배를 채우기보다 그릇 가게에서 현지 그릇을 사들여 가방을 빵빵하게 채우는 사람이라고 쓰여있어요. 그릇을 언제부터 왜 좋아하게 됐나요?

그릇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사실 그릇뿐만 아니라 저는 아름다운 유형의 물건들을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여행의 기억은 휘발되지만 여행지에서 데려온 그릇이나 마그넷, 사진엽서 같은 것은 영원히 남죠. 누군가는 그것을 ‘물욕’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 사실 요즘 세상 대부분은 무형의 것들이잖아요. 몇 년 동안의 기록도 포맷 한번, 탈퇴 한 번으로 모두 사라지고요. 저는 이런 부분에 큰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고 손으로 꼭 쥘 수 있는 것에 애정을 품는 사람입니다. 

 

책 내용 중 작가님께서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읽어드리고 싶은 부분은 어디일까요?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쓸 필요성을 못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요. 결핍이 있는 부분을 쓰면서 채운다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저는 이 부분을 읽어드리고 싶어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컵을 사용하는지, 어떤 접시를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아니, 꼭 컵과 접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나는 당신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혹여 아직까지 위로가 되는 존재를 찾지 못했다면 부엌 구석에 자리 잡은 투박한 머그 컵에라도 기대어보기를, 그렇게 조금씩 위로가 되는 존재를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그릇 중 빈티지 그릇에 대한 나와요. 빈티지 그릇에 대해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가격이지 않을까요? ‘빈티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대개 좀 비싸다 싶거든요. 가격 책정을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가 가장 궁금한 부분일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사실 저도 전문 업자가 아닌지라 자세히는 모릅니다. 마음대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격에 반영되겠거니 정도만 생각하는 거죠.


말이 나와서 말인데, 빈티지 그릇을 구하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은 돈이 아니라 바로 끈기입니다. 내가 찾는 물건이 지구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다는 마음으로 꾸준하게 계속 찾아봐야 하거든요. 누가 어떤 물건을 언제 시장에 내놓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웨지우드의 골든버드 시리즈의 컵과 소서, 디저트 접시를 구하는데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그나마도 접시는 일본에서, 컵과 소서는 미국에서 구했어요. 기약 없는 기다림이 빈티지의 재미라면 재미인데 누군가는 또 절대 못 견딜 수도 있겠다 싶어요.

 

책에서 “어떤 계절은 그릇으로 기억되기도 하는 듯싶다”라는 말이 나와요. 작가님은 요새 어떤 그릇과 함께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는 요즘,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그릇은 휴대용 와인잔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에도 와인잔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그 와인잔과는 다른 물건이에요. 요즘 글램핑이랄지, 캠프닉이라 해야 할지 아무튼 외부 활동을 꽤 자주 하고 있는데요. 유리로 된 와인잔을 들고 다니기는 부담스러워 플라스틱으로 된 휴대용 와인잔을 가지고 다니고 있어요. 무려 와인잔의 스템과 보울을 분리할 수 있는 물건이라 휴대성이 극대화된 물건입니다. 플라스틱이라는 재질의 특성상 와인의 풍미에 영향을 주겠지만 저는 그저 기분만 내도 충분한 사람이기 때문에 제법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작가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그간 논픽션 작가로 살며 정말 좋았어요.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많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픽션에 대한 갈망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에서도 언급했지만 제가 그림책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이래저래 그림책 작업에 욕심이 생겨 한 걸음씩 도전하고 있는데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일이라 그런지 정말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럼에도 언젠가는 꼭 완성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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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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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