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혼자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는 ‘나혼산’ 시대에 더 이상 지나칠 수 없는 문제, ‘혼자 맞이하는 죽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1인 가구의 죽음을 더 이상 고독사라는 비참한 이름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우리를 잡아끄는 책이다.
저자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무겁게 가라앉지 않는다. 오히려 놀라울 만큼 다정하고, 현실적이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 책 안에서 곧 ‘삶을 정리한다’는 뜻이며, 이를 위한 단계들은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디지털 유산 정리, 연명의료 결정, 장례 절차, 중요한 연락처 목록 정리, 소중한 물건과 감정의 해소까지.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홈 옵저버(방구석 관찰자)”로 활동하고 있는 서윤미입니다. 지금은 책이 출간되어서 책 저자로도 활동 중이지만, 고등학교 교사, 공공기관 외부 면접위원, 스타트업, 미술관, 공기업, 각종 알바 등등 다양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력에서 알 수 있 듯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게다가 불편부당한 상황을 잘 못 참아서, 사회의 허술한 틈새를 관찰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책을 쓰거나,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1인 가구의 삶과 죽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중입니다.
『혼자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를 집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주변에는 통계청 수치인 35.5%보다 높은 수치로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 어머니를 비롯해, 주변 지인들이 1인 가구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활에서 겪는 각종 사건, 사고들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겪는 사고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공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노령의 어르신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삶의 형태이기도 하지만, 청년과 중장년의 1인 가구는 그 양상이 매우 다릅니다. 그들은 여러 사회, 경제적 요인들로 인해 자신이 적극적으로 선택한 삶의 형태인데, 단지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부분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연말정산에서 부양가족 1인당 150만원의 인적공제가 가능한데, 1인 가구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이른바 “싱글세”라고 하죠. 그리고 책에서도 언급한 기준 중위소득의 32%에 간신히 넘는 소득을 가진 프리랜서의 경우 기본적인 생계에 위협받고 있는 수준이지만 생계급여 대상이 아닙니다. 2052년에는 1인 가구 추계가 41.3%에 달합니다. 이제는 1인 가구도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그들을 위한 실제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죽음 관련 책들이 많은데, 『혼자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른바 “웰다잉”이라고 하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성찰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그 책들의 기본적인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현재의 삶을 잘 살아야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동의하지만, 많은 책들이 상념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생각에서 그치지 말고 매우 현실적으로 죽음을 준비하자는 의미로 워크북 형태로 “엔딩 맵”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황들이지만, 아무도 미리 준비하려고 하지는 않는 부분들까지 들춰내서 미리 준비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또, 1인 가구로서 죽음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1인 가구라는 특정한 상황에서 준비해야 할 실질적인 부분들을 살펴봤습니다. 아직까지 1인 가구의 죽음에 대해서는 두려움만 있지 구체적인 지침 같은 건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죽음을 잘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을 포함, 1인 가구를 특정해서 죽음을 조명해 보았습니다.
작가님께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꼭 죽음을 먼저 떠올린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21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살았고, 업의 특성상, 제게는 매우 고지식한 면이 있었습니다. 어느 시점에, 제게 희귀난치병이 발병했고, 그동안 제가 외면하고 살았던 저의 온갖 심리적인 문제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발화되어 폭풍 같은 시기를 거쳤습니다. 결국, 태어날 때는 각자의 수저가 색깔이 다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죽음”뿐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내가 미래에 얻을 이익에 대해 저울질만 하는 대신, 내가 내일 죽는다면 이 선택에서 무엇을 고를까, 라고 생각한다면 고민의 95%는 없어지고 선택이 명확해집니다. 우리의 예측과 의지대로만 일이 풀려나간다면, 이 세상에는 무병장수하는 부자들만 살고 있겠죠. 내가 내일 살아있을지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 알아도 내 본능에 맞는 선택을 할 것이고, 본능에 적응하는 삶이 현실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혼자 죽음에 대비하여 ‘엔딩 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엔딩 맵'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요?
“엔딩 맵”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지침서입니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1인 가구이기 때문이죠. 특히, 1인 가구로서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구상했는데, 1인 가구가 죽음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매우 추상적이고 형용할 수 없는 심리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낱낱이 해부해서 살펴보면 막연했던 공포와 두려움도 결국 실체를 드러내고 우리 힘으로 어느 정도는 제어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두려움과 공포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커집니다. ‘누구나 죽는다’ 를 염두에 두고, 구체적으로 심리적, 경제적 요소들을 쓰다 보면 혼자 죽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담담히 수용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현실적인 예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형제와 내가 있는 상황에서 형제는 결혼을 해서 조카가 있고, 나는 비혼일 경우, 내가 죽은 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유산이 집행될 수 있는가 같은 문제나, 노후 파산을 막기 위해 재정 상태를 미리 점검해 보기도 하고, 내가 지금 겪는 심리적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등등에 대해 각자의 사정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얘기는 무엇이며,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인가요?
냉정하게 얘기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죽을 때 내 옆에 아무도 없을 확률이 매우 큽니다. 가까운 이들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은 누구나 혼자 맞이합니다. 이 책을 계기로, 지금 1인 가구의 삶을 사는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비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1인 가구로서 여러분들이 이 책에 공감할수록, 정부에서 1인 가구를 위한 복지에 대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거라는 겁니다. 책에도 썼지만, ‘악’은 매우 부지런합니다. 우리가 ‘악’보다 더 부지런해야 우리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Q7.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나간 제 과거에 대해 후회가 없습니다. 천직이라 생각했던 교사를 그만둔 선택을 포함해서요. 미래에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현재를 본능에 충실해서 살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다른 길을 가는 것이지, 잘못된 길은 없다고 믿으니까요. 한쪽 문을 닫으면, 반드시 다른 쪽 문이 열립니다. 여러분이 한국 사회가 강요하는 천편일률적인 ‘모범적 노동자’, ‘모범적인 가구형태’ 등에 해당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여러분들이 기대하고 계획했던 중요한 일이 실패해도, 정말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죽음은 내가 먼저 찾아가지 않아도, 언젠가는 나에게 꼭 찾아오는 손님입니다. 손님맞이를 천천히 준비하면서 여러분의 본능에 충실한 현재의 삶을 살길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방구석 관찰자’ 활동을 계속하며 한국 사회에서 구멍난 곳을 찾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여기 구멍난 곳이 있다고 목청껏 떠들겠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혼자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출판사 | 시크릿하우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