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자전을 멈춘다면 인류는 어디로 향할까
생존의 문제는 늘 이렇게 아이러니합니다.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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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캣콜링』으로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며 첫 발걸음부터 문학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시인 이소호의 첫 소설집이자 첫 연작소설 『세 평짜리 숲』이 출간되었다. 가장 내밀한 공간의 폭력을 고발(『캣콜링』)하고 잔혹한 우화집과도 같은 시집(『홈 스위트 홈』)을 내는 등 끊임없이 자신만의 시 세계의 지평을 넓혀 온 이소호는 멸망해가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 SF 소설 『세 평짜리 숲』에서 그 지평을 온갖 극한의 감정들을 통해 폭발적으로 확장시킨다.


 

작가님의 책은 매번 흥미로운 기획이 눈에 띕니다. 『세 평짜리 숲』은 첫 소설집이자 첫 연작소설이라 더 촘촘한 기획을 바탕으로 쓰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세 평짜리 숲』은 제 공백의 시간에 탄생하였어요. 저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당시 하루 종일 우주나 지구 멸망에 관한 다큐를 보고 있었거든요. 그때 문득 떠오른 주제였습니다. 지구가 자전을 천천히 멈춘다면, 중력 말고 또 다른 힘을 받는다면, 그때는 낮과 밤만 있는 세상이 올 텐데 인류는 어디로 향하게 되는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쓰는 내내 꼭 제가 이주를 앞둔 것처럼 막막했습니다.

 

소설의 설정과 세계관도 굉장히 재밌는데요. 이를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고 정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책에 미처 나오지 못한 세부 설정들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아진과 이린의 캐릭터를 만들며 그들이 말할 수 있는 상황에 따라 또 다른 캐릭터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림을 그려두고요. 데저트랜드와 아이스랜드 전도, 주인공들의 가족 관계도를 그려 놓고 쓰는 동안 막히면 그 그림을 보고는 하였습니다. 세부 설정까지는 아니지만, 다음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이 이후의 이야기를요. 책 속에 파묻히는 이린과 데저트랜드에서 아이스랜드로의 행로를 모색하는 아진의 이야기 등을요.

 

이어지는 세 단편(「열두 개의 틈」 「세 평짜리 숲」 「창백한 푸른 점」)의 제목은 각기 ‘틈’ ‘숲’ ‘점’이라는 단어의 배열이나 이미지뿐만 아니라 작품 내적인 차원에서도 의미심장하게 연결되는 제목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각각 어떻게 이름 붙이게 되셨나요?

사실 생각을 많이 하고 붙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리듬이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순전히 시인 같은 이야기지요. 음절과 리듬이 통일되는 제목으로, 연작소설이니 그렇게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정거장은 틈, 마굴은 숲 그리고 컨테이너는 점으로 표현했던 것 같아요.

 

소설 초반에 지구 시민들은 모두 또렷하게 대비되는 두 세계(‘데저트랜드’와 ‘아이스랜드’) 중 한 곳을 선택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는데요. 작가님은 어느 쪽을 선택하실 것 같나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저는 아이스랜드요. 아진과 같은 용기는 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쉽게 주체적이거나 자주적이지 되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환상과 꿈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소설의 주인공들, 아진과 이린 또한 데저트랜드와 아이스랜드처럼 모든 면에서 대비되는 인물입니다.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쌍둥이처럼 생각하는 관계이기도 하죠. 이러한 두 인물의 언뜻 모순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설정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전쟁 이전이나 직후의 남북한의 상황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북한이 남한보다 잘 살았다고 하잖아요. 평등하게 가난한 세계였겠죠.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이 있을지언정 결국에는 남한이 잘살게 됩니다. 이러한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두 인물이 모순적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여러 선택을 하면서 결국 서로 닮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주체적인 삶을 찾는 것이 목표라는 점은 둘 다 변함이 없죠.

 

새로이 정착한 세계에서 부조리와 마주한 아진과 이린은 그 전까지 드러난 그들의 성격과 사뭇 다른 결말을 고릅니다. ‘그들답지 않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두 주인공이 그러한 선택을 하도록 이끄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진은 은밀하지만 자신만의 것인 자리를 골랐고, 이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자리를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를 생각한 결과죠. 결국에는 내가 어떻게 이 환경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생존의 문제는 늘 이렇게 아이러니합니다.

 

작가님은 언제나 여성 서사를 작품의 주제로 삼으시는데요. 『세 평짜리 숲』에서는 여성들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세 평짜리 숲』을 읽은 여성 독자들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보고 현실에서 어떤 여성이 되기를 바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여성 서사 작품을 좋아합니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이야기에, 그 여성이 꿈꾸는 미래에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소망을 담아보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번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은 단 한 명도 주체적이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수동적인 인물을 좋아하지 않아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의 의견이 있으면 소극적이더라도 목소리를 얹기를 바랍니다. 중립은 의견을 던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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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