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못 들어가요?" 건강한 공존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책 『노 휴먼 존』이 출간되었다. 다소 묵직하지만 어엿하게 살기 위해 생각해 보아야 할 담론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유머러스하게 전달하는 박민주 작가의 신작이다. 불합리하게 닫힌 문을 명랑하고 씩씩하게 돌파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노 휴먼 존』은 제목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과감한 이야기의 시작점이 궁금한데요. 어떻게 발상하게 되셨나요?
『노 휴먼 존』은 몇 년 전 자주 가던 카페에서 떠올리게 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가족과 함께 카페를 찾았다가 입구에 있는 '노 키즈 존’ 팻말을 보게 되었어요. 몇 번이나 방문했지만 그냥 지나쳤었는데, 엄마가 팻말을 짚어 주셔서 처음 인지하게 되었죠. 음료를 기다리며 창가를 보는데, 곧 출산을 앞두신 듯한 임산부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통창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어요. 순간 입구에서 봤던 팻말이 떠오르며, 저분은 당분간 다시 이곳에 오시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나의 상황이 안 돼서 내 선택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과 ‘출입 금지 구역이라 들어갈 선택지도 없다는 것’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내가 겪는 차별은 선명한데, 나와 상관없는 차별은 왜 흐릿한지에 대하여 고민하며 이야기를 엮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2222년입니다. 지구인들이 삶의 터전인 지구를 잃고 여러 행성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지요. 미래 사회의 우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독자 모두가 이야기에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지구인 모두가 차별당하는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일까를 고민했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경은 우주로 정해졌습니다. 더하여 기후 위기 등 다양한 방면에서 미래의 지구에는 더 이상 인간이 생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터라, 지구를 잃은 지구인들은 어떻게 살게 될지 상상을 덧붙였습니다.
무지개 행성인들이 지구인의 출입을 금지한 데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소위 '선량한 차별'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구성하시면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마지막까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방향이 고민될 때 편집자님, 디자이너님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초창기 더미에는 인물 사이에 더 직접적인 대립이 있었어요. 이미지의 대비를 위해 경비원도 더 몸집이 크고 위협적으로 표현되고요. 이야기를 진행시켜 가면서 경비원 캐릭터와 부딪치는 장면엔 눈알 로봇을 추가하는 등 인물끼리의 대립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더했습니다. 뉴스나 길에서 만나는 행인들도 더 날카로운 이야기를 했었다면, 인터뷰하는 인물을 대폭 줄이고, 차별적인 언행보다는 눈에 보이는 사실을 말하는 정도로 표현됐어요. 카페에서의 저처럼 노 휴먼 존이요? 그런 곳이 있었나요? 하는 인물도 등장시키고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흔한 사람들처럼요.
주인공인 지구인 아이가 문제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정공법으로 씩씩하게 돌파해 가는 점 이 돋보였습니다. 전작 『싸움말개』에서도 호쾌하게 웃으며 문제들을 훌쩍 뛰어넘는 존재들이 등장하는데요. 긍정적이고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요?
SNS나 뉴스를 보면 세상이 혐오로 가득 차서 끔찍하게 보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길을 걷다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의 면면에서 작은 선의와 따뜻함을 엿볼 때마다 세상이 그리 나쁜 것만 같진 않죠. 사람을 살펴보면 선, 악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잖아요. 불완전하고,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좌절하다가도 결국은 선하게 행동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런 사람들을 믿고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러 함의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이야기이나,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한 가지 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첫 질문에서 이야기했듯, 책을 만들면서 저에게 흐릿한 차별의 세계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나누던 대화 속에서 내가 서슴없이 한 이야기가 담고 있던 것. 나의 일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하며 누군가에겐 선명하다 못해 날카롭게 찌르고 있는 것. 이런 작은 조각들을 인지하는 순간 아주 조금씩이나마 더 보이는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저도 아직도 흐릿한 부분이 많지만, 책을 통해 나와 상관없는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간결하면서도 과감하게 형태를 과장한 캐릭터나 그래픽적이면서 감각적인 색채가 눈길을 끕니다. 이미지 구현에서 가장 중점에 두신 점은 무엇일까요?
무지개 행성은 지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행성이기 때문에 이미지와 색으로 그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지구와는 정반대로 하늘빛의 파랑이 금지를 의미하는 부정적인 색으로, 분홍과 빨강은 긍정적인 색으로 설정했어요. 아름답고 낯선 행성에서 차별당하는 지구인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파란색으로 생각합니다. 파랑, 분홍, 노랑으로만 이미지를 꾸려 가다가, 아이가 그토록 원했던 놀이공원에 입장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도록 표현했어요. 분리되어 있던 3가지 색이 섞이기 시작하고, 후에는 더 다양한 색이 나오도록요. 색 말고도 흐릿한 차별의 세계를 멀리서 보았을 때는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일 뿐인데,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지구인이 겪는 차별이 선명히 보이도록 설정했습니다. 다가가서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도 무척 기대됩니다. 이후 계획과 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일상 속 저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책 읽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사람 사이의 관계와 독서의 연관성을 다룬 책 읽는 법을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더하여 『노 휴먼 존』 작업 막바지에 오랜 시간 함께했던 제 가족이자 반려견인 몽실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는데요. 자연스럽게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더라고요. 무엇이 되었든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서 다시 뵙고 싶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노 휴먼 존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