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는 옛 사이비 종교의 힘을 간직한 수첩이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네 인물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겪게 되는 기나긴 일대기를 다룬 오컬트 스릴러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기이한 힘을 지닌 수첩을 중심으로 각종 욕망의 투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차고 넘치는 욕망으로 인한 폭력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네 인물이 안고 있는 결핍과 그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사정을 낱낱이 서술하여, 결핍된 욕망이 폭력을 유도하는 상황과 결부되었을 때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 욕망의 투쟁이 어떻게 비인륜적인 현장을 만들어내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드리머』는 표지부터 강렬한 책인데요. 강력한 동양적인 주술 이미지와 힌두교 이미지, ‘꿈을 꾸는 자’라는 의미의 책 이름 ‘드리머(Dreamer)’가 뒤섞여 불길한 시너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어떤 소설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력의 꿈을 꾸게 하는 수첩에 대한 오컬트 소설입니다. 수첩은 붓다 시대로부터 내려온 물건으로, 사이비 종교 교주의 손에 들어갔다가 교인들이 집단 자살을 하고 남겨집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들 손에 들어오지요. 네 명의 주인공은 모두 스무 살로, 그 수첩을 접하고 난 뒤 이들의 삶은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넷은 수첩을 서로 뺏고 뺏기고, 서로를 욕망하고 증오하고 배신하고 달아나고 추적합니다. 꿈은 삶 속에서 작렬하고, 삶은 꿈속에서 풍화되어 버립니다. 이런 이야기네요. 어쩌면, 성장담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 넷이 살아가는 과정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드리머』는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힘이 큰 힘을 발휘하는 오컬트물이기도 하고, 동시에 네 사람의 운명이 뒤섞인 복수 스릴러 같은 면모도 보입니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나 꿈 연구 등은 SF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소설을 구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단단한 기획을 가지고 구상했다기보다는, 저는 이 이야기가 스스로 자라나기를 기다렸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가 깔고 있는 세계관에서는 붓다의 시대로부터 내려온 주술이나 초능력이, 꿈 연구나 외계인 같은 주제들과 이어져 있습니다. SF가 미래나 과학에 대한 경이감에 기반하고 있다면, 오컬트는 기원적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저한테는 두 장르가 현실 밖의 것들이 던지는 두려움과 매혹이라는 점에서 이어집니다. 그건 저한테는 이어져 있는 감정입니다. 제 꼬리를 문 뱀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요.
『드리머』는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욕망, 그리고 그것을 ‘꿈’과 연결 짓고 있는 듯합니다. SF 영화에서 자주 다룰 법한 소재인 듯한데. 이런 소재를 불교와 힌두교 이미지와 연결 짓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힌두와 불교의 어떤 세계관과 이어지는지도 간략 소개 부탁드립니다.
불교와 힌두교는 사실 너무 다양하고 넓은 세계라서, 그 세계관이 이것이다, 저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제 깜냥을 넘는 문제입니다. 다만, 우리가 붙잡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미지나 삶에 대한 집착은 사실 “꿈처럼 덧없다”는 아이디어는 분명히 불교적이라고도, 힌두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교 설화에는 악인이 깨달음을 얻어 보살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무덤가에서 모여 살면서 죽음에 대해 명상했던 수행자들은 역사적으로 실재했습니다. 삶과 죽음, 선과 악, 우주와 무(無)가 극적으로 교차하는 순간들을 가지고 삶의 덧없음을 돌파하는 매력이 힌두교와 불교의 이미지 속에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 제가 느꼈던 매력을 제 이야기에도 심고 싶었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은 함부로 모방하거나 흉내 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살아있는 전통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힌두교나 불교의 고유명사를 빌려오는 건 삼가려고 조심했습니다. 충분히 조심했나 여전히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이름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는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힘도 없다면, 굳이 뭐 하러 그 이름을 부를까요.
『드리머』는 사이비 교주 렁왕웨이를 비롯해서 종교와 얽힌 초월적인 이야기도 많이 등장합니다. 종교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저는 사이비 종교만이 아니라, 종교 자체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주류 종교 단체 내 성폭력과 횡령에 대해서 끓고 있었어요. 종교는 어떤 사람을 노예로 만들고, 다른 사람을 어리석은 폭군이 되게끔 허용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광기로 이어지는 문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영적 갈망이 저한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영성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함께 싸우고 엉키면서 이야기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영성에 대한 갈망은 아주 뿌리 깊은 감정이고, 매우 원초적인 욕망이라고 느낍니다. 그건 자기 안에서 절대적인 선과 신비, 여기 너머의 자유를 발견하고자 하는 갈증이기도 합니다. 그런 갈망을 안고 어떻게 망가지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런 갈망이 없는 삶이 있는 삶보다 더 나은가?그런 질문들을 곱씹으면서 썼습니다. 하나의 단일한 답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삶은 제가 생각하는 가능한 답들 중 일부입니다.
중심인물 명우, 여정, 기철, 필립은 우리 주변에 흔히 존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파고들면 굉장히 특이한 인물들입니다.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인물을 이 네 명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명우, 여정, 기철, 필립은 모두 어떤 면에서는 아주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여정은 허언증이 있는 데다 허영심이 많고, 필립은 자폐적이고 냉정하고, 기철은 으스대지만 실속이 없고, 명우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며 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이 넘어가면서 넷은 전혀 다른 인물이 됩니다. 여정은 극단적으로 이타적이게 되고, 필립은 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가지게 되고, 명우는 잔인해지고, 기철은 순박하고 초연해집니다.
넷은 수첩 때문에 삶이 극단적으로 뒤집히지요.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다들 변화하고 성장하고 때로 어딘가 망가지면서 살잖아요. 절박한 꿈과 두려움과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죠. 단지 일상 속에서 우리가 드러낼 수 있는 얼굴이 제한되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이야기들을 항상 애타게 찾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안의 다른 얼굴과 목소리에 숨을 쉴 공간을 열어주려고요. 그런 얼굴과 목소리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한 인물 안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가능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고, 그러면서 전형적인 인물에 대한 편견에도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드리머』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로도 보입니다. 마지막에 명우와 다른 사람들이 택한 선택은 ‘믿고 싶은 것’과 ‘믿어야 하는 진실’의 차이를 보여주는 거 같기도 한데요. 마지막 선택과 에필로그에 대한 간략한 해설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지막에 네 사람은 모두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삶에서 진실을 추구한다는 건 결핍을 껴안고자하는 의지에서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네 사람은 모두 자신의 의지대로 어딘가로 걸어갑니다.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도 되고, 오컬트 소설이라는 장르가 주는 모호한 기쁨을 빼앗을까봐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에필로그는 이 이야기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넣었습니다. 독자들은 물론이고, 그 이야기를 썼던 저 또한요. 007 영화에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느긋하게 휴가를 즐기는 것처럼, 이 이상한 이야기가 주는 무게에서 한 걸음 빠져나오는 농담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안녕을 고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어떤 분께 『드리머』를 추천드리나요?
오컬트 - 스릴러 - 꿈에 대한 이야기 -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 종교에 대한 이야기 - 불교나 힌두교 모티브의 이야기 - 잔인하지 않지만 오싹한 이야기 - 할머니가 나오는 이야기 - 우정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 - 광기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 -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 - 욕망과 결핍에 대한 이야기 -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 - 여러 등장인물이 나와 얽히고 섥히는 이야기 - 이상한 이야기 - 괴이한 이야기, 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권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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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출판사 | 고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