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규칙 속 자유로운 상상력 ‘말놀이 그림책’
매일 생활해야 하는 학교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여러 감정이 들텐데, 그 감정을 놀이기구에 빗대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봤으면 합니다. 또 의외의 새로움을 발견하면 더 좋겠고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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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긴장을 자아내는 놀이기구의 기계음에 자지러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섞이고 경쾌한 음악 소리와 어울리며 흥미진진한 놀이공원을 연상하듯, 우리 마음속 긴장과 두려움에 가린 설렘과 호기심과 즐거움과 용기를 만나 보세요. 아이들 마음속을 들여다본 듯 섬세한 감정을 읽어내 세심하게 단어를 고르고, 겹침과 어긋남 속에 다양한 상황과 미묘한 감정들을 풍성하게 표현해내는 ‘말놀이 그림책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보이는 김지영 작가를 만나 봅니다. 

 

 

작가님은 말놀이 그림책 작업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번 신간 『우리 학교 ㄱㄴㄷ』도 말놀이 그림책이고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말놀이’는 어떤 의미고,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기를 바라시나요?

이전 말놀이 책들은 특정한 초성을 정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었다면 『우리 학교 ㄱㄴㄷ』은 자음순 나열 규칙에 따라 구성한 책입니다. 저는 형식에 제한을 두고 그림책을 기획하는 걸 재밌어하는데 ‘파란자전거’에서 ㄱㄴㄷ 시리즈 책들을 내고 있었고, 제가 맡은 주제가 학교였습니다. 말놀이 책은 독자와 작가 사이에 어떤 약속을 미리 하고 보는 책이기 때문에 이 약속을 작가가 어떻게 지켰을까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장 한 장 넘겼을 때 독자의 기대감을 이 책이 충족시켜 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자신도 잘 몰랐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에서 느꼈을 마음속 단어를 정말 찰떡같이 골라내시는 듯합니다. 첫소리를 맞추고 그 단어들이 물 흐르듯 이야기가 되도록 구성하시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자료 조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요리하기 전에 연장과 재료가 다양하면 더 뜻밖의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처럼 미리 규칙을 정하고 그에 맞는 단어들을 사전을 탈탈 털어서 찾습니다. 『우리 학교 ㄱㄴㄷ』도 ㄱㄴㄷ 순서에 맞춰 놀이동산 기구들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놀이동산을 테마로 선택한 건 아니구요, 놀이터로 해 볼까 서커스로 해 볼까? 고민하다가 시각적으로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테마를 골라서 해당하는 기구들을 나열했죠. 그리고 학교의 특성과 잘 맞는 단어가 많은 테마를 선택해서 원고를 써봤더니 생각보다 할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놀이공원을 테마로 이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담을 말씀드리자면 놀이기구 이름이 놀이공원마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크고 작은 놀이공원부터 외국에 있는 놀이공원까지 이름들을 검색해봤습니다. 가장 고민됐던 기구가 ㅌ의 ‘타가다’인데 타가다가 공식 용어임에도 익숙하지 않다 보니 탬버린으로 할지, 토네이도로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리 학교 ㄱㄴㄷ』이 지금까지 작업하신 말놀이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미 기획된 시리즈에 제가 참여하게 된 부분이 가장 다른 점입니다. 시리즈로 엄마, 아빠, 친구가 나와 있었고 저도 그 규칙에 맞춰서 학교를 주제로 구성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ㄱㄴㄷ의 규칙을 맞춘 책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저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참여하게 되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책들은 ㅎ으로 끝나는 단어들을 선택해야 해서 형용사나 동사를 썼다면, 이번 책은 놀이기구 이름인 명사를 썼습니다. 또 학교와 놀이공원의 중첩된 이미지를 표현해야 하고 등장인물이 많아서 구성이 복잡한 만큼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 보면 좋겠습니다.

 

작가님 작품에서처럼 정말 놀이공원 같은 ‘학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앞서는데요, 작품 속 학교를 통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학교를 놀이공원에 비유했지만, 꼭 학교가 놀이공원처럼 신나고 즐겁다는 메시지를 주는 책은 아닙니다. 학교의 특성 중 닮은 점을 뽑아서 놀이기구에 매치시켰는데 그 특성에는 두려움, 복잡함, 불안함도 있습니다. 놀이기구를 탈 때 어느 정도는 그런 마음이 들고, 또 그런 불안정한 마음이 막상 놀이기구에 올라탔을 때 재미를 배가시키기도 하잖아요. 매일 생활해야 하는 학교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여러 감정이 들 텐데, 그 감정을 놀이기구에 빗대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봤으면 합니다. 또 의외의 새로움을 발견하면 더 좋겠고요.



 

그림책은 많은 부분을 그림으로 독자와 소통하죠. 작가님은 판화 기법을 작품에 많이 사용하시는데, 『우리 학교 ㄱㄴㄷ』도 그렇습니다. 이 기법이 이번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또 어떤 의미를 담아낸 걸까요?

판화 작업도 어떤 면에서 제한적인 규칙에 해당합니다. 한 판에 한 색만 사용할 수 있고 서로 겹쳐 찍으면서 섞인 색을 활용하는 기법이죠. 색이 제한되어 있으니 색의 구성이 반복되면서 그림책에 통일성과 리듬감을 주게 됩니다. 그런 특성 때문에 판화 기법을 활용하여 그림책을 만듭니다. 『우리 학교 ㄱㄴㄷ』은 놀이공원을 표현하려다 보니, 색이 화려하면 좋겠다 싶어서 많은 색을 기본색으로 정하고 썼더니 알록달록하게 표현된 듯합니다. 아이들 마음처럼요.

 

작품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작가님께서 꼭 해설을 덧붙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저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호기심과 낯섦, 기대감이 잘 표현된 장면인 듯합니다. 그래서 학교 건물도 놀이공원의 느낌을 주면서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학교의 모습을 함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학교에 있는 놀이터나 부대시설도 놀이공원 같은 느낌을 주는 소재로 활용해 보았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의 학교 장면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곧 학교에 가거나 혹은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작품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여러분에게 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다양한 일들이 매일 펼쳐지는 학교를 생각하면서 놀이공원에 있는 다양한 놀이기구를 대입해 보았어요. 그런 의외의 비슷함을 학교 곳곳에서 발견한다면 학교가 좀 더 재밌는 곳이 되지 않을까요?! 친구들만의 우리 학교 ㄱㄴㄷ을 만들어 보세요. 전 앞으로도 계속해서 독자와 소통하고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새로운 경험이 규칙의 발견일 수도 있고, 알지 못했던 사실일 수도 있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시도를 제 그림책에서 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책도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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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ㄱㄴㄷ

<김지영> 글그림

출판사 | 파란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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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