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소란스러울수록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간절해진다. ‘불멍’, ‘물멍’을 포함한 각종 ‘-멍’ 열풍은 현실에서 벗어나 무언가에 몰두하고픈 사람들의 마음이 드러난 현상이 아닐까 싶다.
이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의 민합작으로 출간한 『유물멍: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이 조용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책 오른쪽에 단정히 자리 잡은 유물 사진은 눈길을 사로잡고, 왼쪽에 실린 ‘나만의 최애 유물 이야기’는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만든다.
다시 사진을 보니 같은 유물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어서일까.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사와 관람객이 꼽은 100가지 유물 이야기 『유물멍: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을 만든, 국립중앙박물관 김미소 학예연구관, 조아영 인턴, 세종서적 이승민 편집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물멍』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뉴스레터 <아침 행복이 똑똑>이 400회로 마무리되며 내부에서 책으로 엮으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뉴스레터가 입소문을 타면서 구독자가 1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치솟았던 것도 큰 몫을 했습니다. 책의 물성을 십분 활용하면서 더 많은 대중들과 유물 감상의 즐거움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지요. 박물관에서 대중서를 출간한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다들 박물관과 유물을 사랑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겁 없이 도전했네요.
책으로 출간하려면 명확한 방향성(콘셉트)이 필요한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름다움과 감상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뿐, 처음에는 책이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야 할지에 대한 콘셉트는 없었습니다, 쇳덩어리가 담금질을 통해 도구로 탄생하는 것처럼 ‘유물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시간, 유물멍’이라는 콘셉트는 구성원들의 무수한 회의와 고민을 통해 별처럼 떠올랐습니다. 그 후 별을 북극성 삼아 일사천리로 함께 노를 저어 갈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로는 독자들이 단정한 이미지를 통해 유물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상하고, 진심 어린 글을 통해서는 다른 사람들과도 연결되는 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 책의 구성과 배치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 과정조차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100개가 소개되어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고민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만 명에게는 만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는 프롤로그의 글처럼, 유물마다 담긴 각자의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무엇을 넣고 뺄 것인지 가려내는데, 지면의 한계 때문에 담지 못한 글들도 너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시각적인 어우러짐을 좀 더 선정 기준으로 삼기는 했습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유물을 ‘바라보고 느끼길’ 희망했고. 그 길을 안내할 수 있는 이미지를 선택했습니다. 다양한 형태와 빛깔 안에서 독자가 각자 느낌을 받을 것이라 믿었으니까요. 그래서 유물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흰 바탕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되었지요. 푸른 빛에 머물다. 순백에 반하다. 라는 장제목이 탄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 속에서 제일 좋아하는 유물 딱 1개만 뽑자면?
너무 많아서 망설여지지만... 173쪽 물가풍경무늬 정병을 꼽아보겠습니다. 초록색을 좋아하는데 녹슬어서 빈티지한 매력이 넘치는 초록색이 너무 매력적입니다. 버드나무와 물가풍경무늬 그림은 지금의 어떤 드로잉 작품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재기와 여유가 넘칩니다. 바스키아나 키스해링의 그래피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뛰어난 예술성이라 생각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미소 학예연구관)
153쪽 짐을 진 사람 모양 토우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저에게도 선물받은 걱정인형이 있거든요.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 이 유물이 제겐 너무 와닿았어요. 귀여운 인형이 정말 저의 걱정까지 짊어지고 함께 해주는 느낌이에요. (국립중앙박물관 조아영 인턴)
21쪽 청자 참외모양 병. 출간 직전 고려 상형청자전에서 보고 완벽한 조형미와 빛깔에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함께 간 편집주간님께 “도난 뉴스가 나면 범인은 저예요.”라고 농담했을 정도로 집에 가져가서 계속 바라보고 싶었어요. 인종도 그런 마음으로 아끼다가 무덤에도 함께 넣어달라 했으리라 상상했죠. (세종서적 이승민 편집자)
『유물멍』이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요. 예상한 반응인가요?
솔직히 이렇게 사랑해 주실 줄 몰랐습니다. ‘관심 받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며 행복한 요즘입니다. 책의 구성을 뒤집어엎으며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난 후에도 확신이 들지 않았고, ‘독자들이 우리 책을 어떤 이유로 사랑해 줄까?’ 걱정되는 마음에 북펀딩 첫째 날도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추천하는 방향이 있다면?
특별한 마음가짐이나 자세는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도 자신의 느낌을 온전히 담으며 바라보면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을까요?
그냥 마음 편하게 읽으시되, 바람이 있다면 책장에 꽂혀 있기보단 펼쳐져 있으면 좋겠어요. 가만히 바라보면 좋은 것들을 담았으니까요. 부러 잘 펼쳐지는 특수제본을 선택했는데 뜯어질 것 같아 조심스럽다는 후기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지인들에게는 다 읽고 사진을 뜯어서 어디든 장식해보라고 권해요. 박물관 굿즈처럼요.
『유물멍』에 담고 싶은 ‘나의 최애 유물’이 있을까요?
기회가 된다면 연적이요! 다양하고 재밌는 모양의 연적을 공유하고 싶어요. 그중에서도 수탉모양 연적을 후보로 찜해놨어요. (국립중앙박물관 조아영 인턴)
처음 리스트에 있었지만 아쉽게 실리지 못한 고종의 국새 ‘칙명지보’가 떠올라요. 외국인이 그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며 쓴 글이 마음에 와닿았거든요. 2탄에는 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세종서적 이승민 편집자)
저는 신라시대 동물모양 토우처럼 작고 귀여운 존재에 눈이 많이 가더라고요. 귀여운 유물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국립중앙박물관 김미소 학예연구관)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유물멍
출판사 | 세종서적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