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작가의 『쥐독』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가 몰락한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서울의 이야기를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허울뿐인 정부를 대신해 도시를 통치하게 된 기업인들은 의학 분야에서 비약적 성취를 이루며 ‘영생’의 꿈을 이루지만, 그렇게 쟁취한 부와 기술은 오직 극소수의 상류층만을 위한 서비스가 되었다. 아무도 이런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모든 게 당연하게 불공평해진 사회, 여기에 반문을 가진 한 남자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쥐독』은 보기 드문 디스토피아 장르물인데요, 『쥐독』을 어떻게 집필하시게 되셨나요?
저는 인간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던 십여 년 전쯤 ‘죽음이 없는 세상은 과연 유토피아일까’ 하는 의문을 갖은 것이 『쥐독』의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엔 이야기의 배경이 너무 커서 쓸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우연히 소설 제안을 받고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은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멸망한 후 ‘서울’만 살아남았다는 설정에서부터 시작해요. 대한민국도 아니고 ‘서울’만 살아남았다는 설정이 특이하게 느껴졌어요. 유일하게 살아남은 도시로 서울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저는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이 이야기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미래처럼 보이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는 서울이,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욕망이 뒤섞인 탐욕의 도시라고 느낍니다. 엄청난 속도의 경제 성장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 시스템의 어두움을 동시에 품고 있죠. 이런 면모들 때문에 서울이 『쥐독』을 풀어가는데 가장 적절한 무대처럼 보였습니다.
자신이 만든 도시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류신’, 극한의 상황에서 스스로 삶의 법칙을 깨달은 ‘민준’, 그리고 불공평한 도시 구조를 무너트리려는 ‘태일’까지, 『쥐독』에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요, 작가님이 이 인물들을 만드실 때 참고했던 캐릭터가 있을까요?
캐릭터를 만들 때 모델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 기억 속의 인물들이 투영되긴 합니다. 그런데 류신, 태일, 민준만큼은 기억이 아니라 제 내면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상징들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류신처럼 저 또한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탐욕스러운 면모가 있고, 태일처럼 때론 사회적 불의에 분기탱천하지만 막상 자신에게 닥친 불의엔 관대한 모순적 모습을 보일 때가 있죠. 또한 민준처럼 세상에 대해 무관심하고 오직 자신의 욕망만이 중요시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있습니다. 전 늘 자기혐오적 내적 갈등을 겪는데 그러한 면모들이 인물들로 드러난 것 같습니다.
작가 소개를 보니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를 좋아한다고 써주셨어요.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만났던 순간에 대해서도 써주셨고요. 이 밖에도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나 작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영화감독, 소설가, 만화가가 너무 많아요. <카우보이 비밥>의 와타나베 신이치,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미야자키 하야오, <초속 5cm>의 신카이 마코토, 안노 히데아키, 허영만 화백님. <우나기>의 이마무라 쇼헤이, <세븐>의 데이빗 핀처, 잔재주를 쓰지 않아도 엄청난 깊이가 느껴지는 임권택 감독님. 타란티노, 코엔 형제, 장피에르 멜빌, 봉준호 감독님 등등 많습니다. 소설가로는 황석영 작가님, 김연수 작가님, 그리고 요즘 너무 유명해서 언급하는 게 좀 부담스럽지만, 2016년쯤 만났던 『소년이 온다』의 한강 작가님입니다. 『소년이 온다』의 도입부는 이제껏 제가 만난 소설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2025년에는 『쥐독』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사기』와 『리사이클러』를 써서 ‘디스토피아 트릴로지’를 완성하신다고 하셨어요. 『사사기』와 『리사이클러』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살짝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사사기』는 현실에 대한 제 의문을 녹인 소설로 ‘인공지능이 완벽한 정의를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리사이클러』는 지배계급을 위한 톱니바퀴로 쓰이는 인간이, 자신이 갖지 못할 욕망 때문에 비극을 맞는 이야기입니다.
디스토피아 장르가 가상의 세계를 창조해야 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고 장르의 개성이 강하다보니 장벽을 느끼는 독자분들도 있을 텐데, 디스토피아물 읽기를 망설이는 독자분들께 장르의 매력을 알려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디스토피아 장르가 읽기엔 불편하고 내용이 어두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래의 이야기이자 현실의 투영이기도 하죠. 저는 우리가 가진 현실의 문제나 진실에 대해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문제들에 대해 곱씹어보며 자신의 상상을 펼쳐볼 수 있다는 게 디스토피아 장르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사기』 와 『리사이클러』 출간도 예정되어 있어서 무척 바쁘실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글을 업으로 삼는 작가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것 같습니다. 꿈이라면 상상했던 세계를 글로 쓰는 즐겁고도 고통스러운 이 일을 죽기 전날까지 하는 것이죠.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쥐독
출판사 | 마인드마크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