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만든 50개 주 이야기』에서 ‘지명으로 읽는 세계사’라는 독보적인 콘셉트로 독자들을 매혹했던 김동섭 저자가, 이번에는 수도 이야기로 돌아왔다.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는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제국의 수도에서 시작해, 중세의 주무대 유럽과 그 이전부터 세계를 이끌었던 아시아와 중동 그리고 새로운 권력의 중심지 신대륙의 수도까지, 문명을 좌우한 30개 수도로 세계사를 풀어낸 책이다. 어원 전문 언어학자이자 탁월한 역사 스토리텔러인 저자와 함께 흥미로운 세계사 여행을 떠나보자.
수도로 읽는 세계사라는 콘셉트가 신선합니다. 다양한 주제 중에서 특별히 수도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수도에는 그 나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로마 제국을 이야기할 때 로마를 빼놓을 수 없고, 미국을 이야기할 때 미국 정치의 심장인 워싱턴 D.C.를 빼놓을 수 없어요. 수도가 정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나라의 역사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과의 정치 역학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는 역사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 이유를 알면 세계사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통 한 나라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시가 수도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각양각색의 수도의 모습과 수도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세계 수도의 종류나 특징을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역사 지리학자 파운즈는 유럽의 국가들이 근대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핵(core-area)’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는데, 이 책에서는 중핵이란 개념을 수도의 분류에 적용했습니다. 여기서 중핵이란 한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즉 수도를 가리킵니다. 로마, 파리, 런던처럼 명실상부한 수도를 중핵 수도로 분류했고,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처럼 새롭게 탄생한 수도는 신중핵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경쟁 도시가 있었던 모스크바는 이중핵 수도로 분류했습니다. 끝으로 여러 개의 중핵 도시가 있었던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다중핵 수도로 분류했습니다.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를 선정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챕터별로 도시 하나만 다루는 게 아니라 옛 수도나 경쟁도시들까지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신선했는데요, 이런 방식을 사용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역사상 강력한 제국의 수도를 앞에 소개했습니다. 서양사의 뿌리를 이루었던 로마가 첫 번째 수도입니다. 다음에는 동양으로 공간을 옮겨 몽골 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을 선택했습니다. 몽골 제국은 역사에 끼친 영향력이 대단했음에도 그 수도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 책에서 각별히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옛 수도나 경쟁 도시를 책에서 소개한 이유는 수도가 여러 이유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노르만 정복(1066년) 이후 잉글랜드 왕국의 수도는 윈체스터에서 런던으로 옮겨갔고, 스페인도 여러 도시를 전전한 끝에 지금의 마드리드를 수도로 삼았습니다.
책을 쓰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이었던 수도가 있다면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기억에 남습니다. 미국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특별한 과정을 거쳐 세워진 나라입니다. 흔히들 미국의 수도 하면 미국이 독립을 하면서 워싱턴을 수도로 정했다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이 미합중국의 수도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초대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처음으로 집무를 시작한 도시는 뉴욕이었습니다. 이 책은 워싱턴이 미국의 수도로서 낙점을 받기 전까지 뉴욕의 역할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자의 시각으로 보는 역사 이야기가 참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언어라는 렌즈로 역사를 풀어내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한 민족의 언어에는 그들이 살아온 역사, 세계관, 신화 등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수도의 지명도 이런 것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런던이나 파리는 유럽의 원주민이었던 켈트족이 살던 마을에서 시작했습니다. 지명을 통해 그 도시를 누가 세웠는지, 도시의 입지 조건은 어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파리는 켈트족의 한 부족인 파리시족이 센강의 시테섬에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런던은 켈트족의 마을을 로마인들이 요새를 건설하고 붙인 이름입니다.
이 책에는 지명의 어원과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소개하고 싶은 하나의 예시가 있을까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초대 대통령 워싱턴에게서 나온 지명입니다. 본래 워싱턴 집안은 잉글랜드 중북부의 더비셔(Derbyshire)주에 살았습니다. 정복왕 윌리엄 1세는 왕국의 호구 조사를 하고 1086년에 『둠스데이 북(Domesday Book)』을 편찬했는데, 이 책을 보면 워싱턴의 선조가 정복왕 윌리엄으로부터 하사받은 영지의 이름이 나옵니다. 그 영지의 이름이 위스타네스툰(Wistanestune)이었습니다. 이후 ‘Wistanestune’은 영어식 표기인 ‘Wessyington(웨싱턴)’이 되었고, 다시 ‘Washington(워싱턴)’으로 바뀌었지요. ton은 마을을 의미하는 말로 town과 그 뿌리가 같습니다. Wash는 물과 관련된 말이므로, 워싱턴이란 지명은 ‘습기가 찬 마을’이란 뜻입니다. 이렇게 소박한 이름에서 나온 워싱턴은 세계의 정치를 좌우하는 세계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세계 각국의 도시에는 그 도시만의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특히 한 나라의 수도에는 그 민족이 걸어왔던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수도가 되기까지 도시는 다른 도시와 경쟁을 했고, 어떤 도시는 수도의 지위를 잃기도 했습니다. 폴란드의 수도 크라쿠프가 그런 경우입니다. 하지만 베를린처럼 독일 제국의 영화를 목격하거나 나치 정권의 오명을 뒤집어쓴 도시도 있습니다.
이 책은 세계사의 중심에 있었던 수도 이야기입니다. 그중에는 이미 사라진 도시도 있지만 역사에는 그 도시의 파란만장한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이동하는 권력인 수도를 통해 조금은 특별한 세계사 여행을 떠나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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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