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조지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
조지 거슈윈은 ‘음악은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과 열망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날에도 여전히 그의 곡이 사랑받으며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연주되는 것을 보면, 거슈윈의 음악은 영원한 ‘클래식’이 아닐까요?
글ㆍ사진 묘점원 (뉴스레터 <공연장 옆 잡화점>)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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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에서는 조지 거슈윈의 1924년 2월 초연된 ‘랩소디 인 블루’ 작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뉴욕 카네기홀에서는 이를 기념한 여러 시리즈 공연이 열렸으며, WNYC(뉴욕 공영 라디오방송)는 ‘랩소디 인 블루’의 새로운 편곡을 선보이는 야외 콘서트를 기획했다. 또한 필라델피아 심포니, 시애틀 심포니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 오케스트라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무대에 올렸다.

보통 위대한 작곡가의 탄생이나 사망을 기념하는 행사는 많지만, 특정 작품을 기념하여 이와 같은 이벤트가 열리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랩소디 인 블루’가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이자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인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랩소디 인 블루’는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곡이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OST로 사용되었고, 여러 드라마와 광고에도 자주 삽입되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가 자신을 소개할 때도 이 곡이 등장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황금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이 시대는 재즈의 시대로 불리기도 한다. 이 재즈의 시대에 발표된 ‘랩소디 인 블루’는 재즈와 클래식을 결합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미국의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린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가 되었다.

거슈윈이 재즈를 클래식에 결합한 최초의 작곡가는 아니었지만, ‘랩소디 인 블루’의 성공에는 그의 천재적인 작곡 능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기획력과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재즈밴드를 이끌던 폴 화이트먼은 ‘현대 음악에서의 실험’이라는 야심 찬 콘서트를 기획했다. 그리고 신문에 ‘미국 음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할 것이라며 작곡가 거슈윈이 이를 위해 재즈 협주곡을 작곡하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당시 조지 거슈윈은 형 아이라 거슈윈과 함께 이미 브로드웨이의 유명인사였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등도 공연장에 올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관객들은 열광했으나, 일부 비평가들은 멜로디가 진부하고 빈약하다고 혹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랩소디 인 블루’는 혁신의 대명사로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랩소디 인 블루’는 1924년 초연된 ‘랩소디 인 블루’의 악보와는 많이 달랐을 것으로 추측한다. 거슈윈은 작곡한 악보를 준비했지만, 즉흥연주의 여지도 남겨두었다. 또한 ‘랩소디 인 블루’의 도입부인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글리산도도 처음 의도된 것과는 달랐다. 리허설 때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로스 고먼이 장난스럽게 길게 뺀 글리산도를 보고 거슈윈은 마음에 들어 가능한 그 ‘울음소리’를 길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오늘날 그 유명한 글리산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재즈를 접목시킨 음악답게 즉흥과 우연의 순간들이 ‘랩소디 인 블루’의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원래 이 곡의 제목도 ‘랩소디 인 블루’가 아니었는데 처음에는 ‘아메리칸 랩소디’라는 이름으로 작곡되었으나, 형 아이라 거슈윈이 화가 제임스 휘슬러의 작품 <녹턴 인 블루 앤 그린>에서 영감을 받아 ‘랩소디 인 블루’로 제목을 바꾸었다. ‘보석세공사’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라 거슈윈은 이 곡에 가장 어울리는 제목을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거슈윈 형제는 최고의 파트너십을 발휘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헐리우드 영화의 음악작품에서도 흥행작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오늘날 이들의 이름을 딴 뉴욕 맨하튼의 거슈윈 극장에서는 <라이온 킹>, <위키드> 등 브로드웨이의 흥행작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거슈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오늘날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을 만나보기는 어려운데, 그가 올린 브로드웨이 작품들은 대공황이나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지 거슈윈은 ‘음악은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과 열망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도, 오페라 포기와 베스, ‘파리의 미국인’도 그의 이런 신념을 반영한 곡이다. 그럼에도 뮤지컬과 달리 이 곡들은 오늘 날에도 여전히 사랑받으며 그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연주되는 것을 보면, 거슈윈의 음악이 당대의 평가와 상관없이 영원한 ‘클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재즈 선율이 어울리는 이 시기에 재즈로 음악의 새 역사를 쓴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들으며 계절이 변화를 느껴보면 어떨까?


*필자 | 공연장 옆 잡화점

클래식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클래식 공연 기획자들이 직접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악,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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