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와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는 지방 소도시,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열두 살 남자아이 ‘태구’가 남다른 관찰력과 예리한 추리력으로 이웃들을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이웃과 친구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태구의 모습은 어린이와 청소년 경계에 있는 한 소년이 마음의 질량과 생각의 크기를 확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독자분들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에 이어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가 최근 출간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어떻게 쓰시게 되었나요?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의 처음 가제는 ‘걱정이 많은 가족’이었어요. 이웃들에게 걱정을 가장한 욕을 하는 할머니와 야구 선수들에게 걱정을 가장한 욕을 하는 아빠, 그리고 이웃들을 진짜로 걱정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써 보려고 했거든요. 태구 할머니의 걱정은 ‘욕심’에 기인한 거라면 태구 아빠의 걱정은 ‘현실 도피’의 성격을 띠고, 태구의 걱정에는 ‘외로움’이란 감정이 짙게 들어가 있어요. 글을 쓰다 보니 태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웃과 가족의 모습이 더 중요하게 다뤄지게 됐고요. 책 출간을 앞두고 편집자님께서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라는 제목을 제안해 주셨을 때, 이웃을 향한 태구의 마음은 궁금증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어떤 이야기는 쓸 때가 아니라 쓰고 나서야 어떤 이야기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태구의 이야기는 원래부터 시리즈로 계획하고 계셨나요? 아니었다면 어떤 계기로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 쓰시게 되었나요?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를 출간하기 전부터 편집자님께서 후속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하셨어요. ‘으레 하시는 말씀이겠지.’ 생각했는데, 출간하고 나니 의외로 다음 편은 언제 나오냐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기승전결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독자분들은 다음 권이 나올 것처럼 느끼셨나 봐요. 써 볼까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아파트를 서성이는 비둘기를 본 후에 비둘기와 마주치는 태구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어요. 그러곤 한달음에 다음 이야기를 썼습니다.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는 태구의 시선으로 본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긴 느낌이라면,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는 태구가 이웃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이번 이야기는 태구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작가들은 이야기를 모두 설정해 놓은 후에 글을 쓰기도 하지만, 저는 몇 가지 포인트만 잡고 글쓰기에 들어가요. (그래서 퇴고 때 눈물을 흘리기도 해요. 과거의 나여…….)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를 쓸 때 잡았던 포인트는 ‘비둘기’였어요. 비둘기는 낯선 존재이고 불쾌하죠. 누군가에는 태구가 비둘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태구 스스로도 자기가 비둘기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그렇거든요. 또 어떤 사람은 ‘비둘기’ 같은 존재가 두려워 집이나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01호에 사는 은비 캐릭터가 만들어졌고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쓰다 보니 태구가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장면들이 곳곳에 나오게 되더라고요. 아마 그런 과정이 성장이라면 성장이겠지요. 성장은 상처를 동반하는 데, 여기서의 상처는 ‘거부당함’과 ‘거부함’인 것 같아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에서 중요한 상징 중 하나가 바로 ‘비둘기’인데요. 태구는 낮잠을 자다 거실에서 비둘기를 마주한 뒤 자신 안에 공포, 두려움을 발견하잖아요. 그 공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겪고 있는 두려움을 이해하게 되죠. 이런 장면들은 선생님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장면이었을까요?
어떤 공간에 갔을 때 ‘잘못된 곳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느낌은 실제일 때도 있고 착각일 때도 있는데, 그걸 구분할 수 없다는 게 사람의 한계라고 생각해요. 두려움은 실체가 없잖아요. 그런 두려움들의 계기를 들여다보면 상처가 있는 것 같아요. 태구의 상처는 태구만의 것이고, 은비의 상처는 은비만의 것이지만 서로의 상처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동질감은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 같아요.
반대로 태구가 친구의 집에 가서 느낀 감정은 ‘이질감’이에요. 이질감은 방 안의 비둘기를 봤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죠. 이런 이질감은 누가 잘못해서 느끼는 감정은 아니에요. 태구 친구의 엄마는 선량한 사람이거든요. 차별의 의도가 전혀 없어요. 그럼에도 태구는 상처를 받아요. 그게 관계이고 우리 인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인생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하지만, 우리가 숨 쉬고 밥 먹고 웃고 우는 모든 게 인생이니까요. 제가 살아오면서 느껴 온 감정이 ‘비둘기’라는 상징에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와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를 읽은 독자들이 꼭 느꼈으면 하는 것들이 있으시다면요?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관심과 사생활 침해의 경계’였어요. 태구는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관찰하고 추리하지만, 남의 집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지는 않아요. 그런데 냄새는 달라요. 앞집 문이 꽁꽁 닫혀 있어도 우린 그 집의 저녁 메뉴가 청국장이라는 걸 알게 되죠. 알고 싶지 않아도요. 함께 살아간다는 건 알고 싶지 않은 옆집 식탁에 놓인 음식을 알게 되는 것과 같은 것 같아요. 독자분들이 불편함이나 불쾌함 또한 어쩔 수 없이 가져가야 하는 감정이라는 걸 책을 통해 느끼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에서는 방문을 걸어 닫고 나오지 않는 은비와 아이들이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쓰면서 ‘방문을 열게 하는 힘’에 대해 생각했거든요. 마치 사나이의 외투를 벗기는 힘이 바람이 아닌 햇살이었던 것처럼요.
요즘 관심 가지고 계신 소재나 주제가 있으실까요? 차기작이 예정되어 있다면 어떤 이야기인지 살짝 힌트라도 주세요. (혹시 태구의 세 번째 이야기인가요!)
청소년 장편 소설 두 권이 출간될 것 같아요. 잘 준비해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정교하게 담아내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태구의 세 번째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얼마 전 만났던 초등학생 친구들이 3권을 꼭 써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웃들이 태구를 궁금해하는 이야기나 태구가 6학년 된 이야기를요. 태구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나고 기뻤어요.
만약 계획대로 쓰게 된다면 『태구는 이웃들이 불편하다』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요. 이제는 이웃들과의 ‘거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태구를 그리고 싶어요. 하지만 글은 언제나 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아마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이 태구 세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 ‘뭐야, 그때 이야기랑 다르잖아. 작가 거짓말쟁이네!’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웃음) 더불어 가능하다면 태구 이야기는 다섯 권으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재혼 가정을 비롯해 다양한 가족 형태도 보여주고 싶거든요. 늘 욕심만 많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태구』 시리즈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태구라는 아이를 만들면서 어린 시절의 저를 떠올렸어요. 저와 가정환경도 성별도 다르지만 태구가 느낀 외로움은 제가 유년 시절 느낀 외로움과 맞닿아 있어요. 아마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어린이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외로움이야말로 성장의 원료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니 외로움을 힘껏 안아 주자고 말하고 싶어요.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쌀쌀해요. 따뜻한 이불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와작와작 씹어 먹는 겨울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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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