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모국어, 해방시킨 외국어
한국어를 할 때의 저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작아지지만, 더 다정해지기도 하고요. 프랑스어를 할 때의 저는 조금 더 당당하고, 자유롭고, 거침없는 것 같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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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삶』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를 통해 에세이스트 특유의 섬세함과 이방인의 예리한 감각으로 프랑스 안팎을 소개해 온 곽미성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언어의 위로』는 낯선 외국어를 체화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프랑스어 해방 일지이자 모국어가 아닌 언어가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관한 내밀한 기록이다. 



작가님과 신작 『언어의 위로』에 대한 소개 짧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곽미성이고요, 프랑스 파리에서 스무 해 넘게 살고 있습니다. 『언어의 위로』는 제 다섯 번째 에세이인데요,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본래의 저를 만든 모국어와 ‘남의 언어’지만 생활어가 된 프랑스어 사이를 오가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에 대해 썼습니다.

 

『언어의 위로』는 이방인의 삶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다른 삶과 이어지고, 외국어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작년 출간된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가 떠오릅니다. 『언어의 위로』만의 매력은 뭘까요?

프랑스로 떠날 때는 이렇게 오래 프랑스에 살게 될 줄 몰랐거든요. 공부만 마치면 바로 돌아올 줄 알았어요. 어느 순간 돌아보니 많은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오랫동안 ‘왜 나는 다른 길을 가는 걸까’ 생각하며 외롭기도 했는데, 남이 정해놓은 길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삶』은 그렇게 저 자신이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에요.


파리에서 직장인으로 살면서 주말마다 이탈리아어 수업을 듣고, 이탈리아로 며칠간의 어학연수를 다녀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는 『언어의 위로』와 똑같이 외국어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저도 처음 편집자분으로부터 ‘프랑스어에 대한 에세이’를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받았을 때, 전작과 같은 ‘외국어’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좀 망설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얼마 안 가 아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알았죠. 이전 책이 초보자 수준에서 외국어를 배울 때 경험하게 되는 일들을 다룬다면, 이번 책 『언어의 위로』는 이미 스무 해 동안 함께하면서,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버린, 하지만 모국어의 자리는 대체할 수 없는 언어의 존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언어에 대한, 외국어가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깊은 이야기죠.

 

시리즈 같기도 한 세 권의 책이 2022년부터 매년 나왔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지런히 글을 쓰는 비결은 뭔가요? 나눌 만한 팁이 있을까요?

‘남는 시간엔 그저 쓰는 것’ 외에 비결이라 할 만한 게 있다면, 규칙적인 생활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전공이 영화학이었는데,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모국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벌써 10년 넘게 매일 하고 있어요. 당장은 사소해 보이지만, 그 시간들이 쌓이면 커다란 결과가 생기더라고요. 물론 그 새벽의 ‘쓰는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긴 합니다.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든지, 저녁에는 머리를 비우고 최대한 휴식을 취한다든지 등등요.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아예 알파벳부터 프랑스어를 공부한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나요?

저는 무척 소심한 편이지만, 한번 결심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냉정한 부분도 있어서, 그런 성격이 우선 한몫을 했고요. 지금이라면 쉽게 엄두 내지 못할 결정을 그때는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지금은 아는 것을 그때는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청소년이 외국 생활에 대해 뭘 알았겠어요. 저는 그만큼 프랑스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싶었고, 걱정하는 가족들을 열정적으로 설득하고 나니 그다음엔 겁이 나도 되돌릴 수 없더라고요. 인생에는 결심이 전부인 일들이 있죠.

 

누구나 한 번쯤 해외에서의 삶을 꿈꿉니다. 20년 넘게 프랑스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현실은 어떤가요? 이방인의 삶을 권하시는지? 두 개의 언어로 사는 삶은요?

해외 생활이 고된 줄 알면서도 꿈꾸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확장시키기 위함일 텐데요, 우선 지리적인 확장보다 ‘언어의 확장’이 확실히 더 많은 가능성을 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도 그 나라의 언어를 모르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좁은 세계에 살게 되죠. 그러니까 우선은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삶은 확장될 수 있는 것 같고요, 해외로 간다면 더더욱 외국어가 중요합니다.


물론 외국어를 잘하게 된다고 해도 두 개의 언어로 사는 삶, 특히 주 언어가 외국어인 삶이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외국어는 절대로 모국어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외국어는 아무리 익숙해져도 외국어니까, 늘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있는 소통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죠. 저는 그것을 책 속에서 ‘영원한 결핍’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외국어가 있으면,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다양해지고, 그만큼 다양한 세계를 만날 가능성이 커지죠. 하나의 세계만 알고 살 때와는 완전히 다른, 보다 입체적이고 확장된 삶입니다.

 

전작이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이야기인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였습니다. 모국어의 삶에 비하면 프랑스어로 살아가는 일상도 분명 쉽지 않을 텐데, 작가님께 외국어 공부는 스트레스가 아닌 걸까요?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외국어 공부의 괴로움과 지난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으로 꼭 부탁드립니다. ^^

전작에 썼듯이, 외국어 공부는 마치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신화 속 형벌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하다 보면, 동이 트고 빛이 밝아올 때 밤새 내린 눈을 마주하듯이, 어느 순간에는 훌쩍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을 저는 이제 알거든요.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묵묵히 걷는 거죠.

 

마지막으로, 프랑스어를 할 때의 나와 한국어를 할 때의 나는 어떻게 다른가요?

한국어를 할 때의 저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작아지지만, 더 다정해지기도 하고요. 프랑스어를 할 때의 저는 조금 더 당당하고, 자유롭고, 거침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어를 할 때는 보다 능숙하게 뉘앙스를 조절할 수 있고, 프랑스어는 의미 전달에 더 신경 쓰기 때문인 것 같네요. 그게 다 본래의 제가 가진 모습이겠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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