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이소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 마침내 나왔다. 작년에 출간된 『알래스카 한의원』은 첫 책이라 하기 어려울 만큼,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몰입감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이소영이라는 작가를 각인시켰다. 신작 『슈퍼리그』 역시 책장을 넘기는 순간,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취업 리그라는 독특하면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세계 속으로 독자를 단숨에 끌어당긴다.
작년에 첫 책 『알래스카 한의원』 출간 후 두 번째 소설을 출간하셨어요. 〈작가의 말〉에도 나와 있지만, 『슈퍼리그』는 작가님께서 10년 동안 마음에 품고 계셨던 소설인데요. 신작 출간 소감과 함께 작가님 근황이 궁금합니다.
『슈퍼리그』에 관해서는 이 소설 스스로가 지금 이때를 기다렸다 나온 거 같아요. 왜 ‘이때’일까,는 아직 모르겠어요. ‘콘텐츠는 스스로 걷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막 책이 나왔고 이제야 막 일어났다는 느낌입니다. 『슈퍼리그』가 일어났다는 것이 감격스럽고, 걷는 모습을 고요히 기대하고 있어요.
근황이라면, 멈췄던 수영을 다시 시작했어요. 그리고 출간과 함께 10년여 동안 집에 쌓여 있던 많은 양의 프린트를 다 꺼내어 대부분 찢어 버렸습니다. 소설이든 시나리오든 잡문이든, 바깥으로 나와 빛을 받지 못한 글들이 거의 다였어요. 그런데 또 보다 보니 『슈퍼리그』 속 자양분이 되기도 했더라고요. 뭔가를 써보려고 발버둥 친 시간이 그냥 흐르는 건 아니구나, 싶어 뭉클했고요.
『슈퍼리그』는 정말 25년 뒤에, 우리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취업시험을 더 이상 대면이 아닌 가상현실로,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게임으로 즐기기 위해 취업리그에 뛰어드는 설정인데요. 어떻게 이런 설정을 구상하게 되셨을까요?
저는 직장 생활을 고작 1년 해봤습니다.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살았어요. 그래서인지 취업과 직장 생활에 대해서 모른다는 콤플렉스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직장 생활 이야기나 취업 시험 등에 대해 늘 집중해서 듣곤 했죠. 이런 이유도 제게는 기업의 취업 시험이란 어떤 면에선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처럼 느껴졌었어요. 아마 잘 모르기 때문에 신기하고 대단한 느낌? 같은 걸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걸 미래에서 한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설정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픽션이긴 하지만, 저는 가까이 다가올 미래에 자연스레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에도 애플의 비전프로 등 여러 가상현실 장비가 나와 있지만, 아직 상용화는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가상세계 속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쓰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신 지점이 있을까요?
많이 고민했던 지점입니다. 일단, 전제는 증강현실 기기와 가상현실 기기를 사용할 때 완전히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미래로 갈수록 두 기기는 극단적으로 다른 길을 갈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상현실 기기의 경우 (여러 버전으로 써보다가 결국) 기기를 착용하면 이세계로 넘어가는 듯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슈퍼리그』 속 고성능 가상현실 기기는 바로 그런 거죠. 누구나 가지고 싶은.
주인공인 서른 살 서만주는 2050년대를 살고 있는 청년이지만,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청년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바뀌어도 취업, 주거 그리고 생존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서만주를 통해 작가님이 독자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지점이 무엇일지 궁금해요.
아… 가장 전하고 싶었던 특정 ‘지점’이 있었던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냥 서만주라는 사람이 여기 있다!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사회적으로 결핍되고 소외된 마음, 쫓기는 현실, 이 상태로 나는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수 없나 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그런 청년이요. 저도 비슷한 혼란을 겪었었거든요.
『슈퍼리그』에는 인상 깊은 인물들이 여럿 나옵니다. 매년 슈퍼리그에 도전하는 수녀 수산나와 정신 속에서 요가 수행을 하는 의료 로봇 쿠,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무인택시들까지. 인간보다 로봇과의 관계가 편한 만주의 이야기는 비단 미래의 일로만 느껴지지는 않아요. 장비를 착용하고 가상세계로 들어가는 인간과 정신의 영역에서 요가를 하는 망가진 로봇의 대비가 기묘한 인상을 줍니다. 작가님이 보시기에 앞으로 인간과 로봇(기계)은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요?
저한테는 작은 로봇 장난감이 있었는데, 걔한테 이름을 지어주고 힘들 때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그랬던 어떤 시절이 있어요. 너무 외로워서요. 만약 그 시절에 그 장난감 로봇이 제 말에 화답했다면, 우린 정말 베프가 되었을 겁니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생각하면 결국은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로봇이 점점 더 자연스레 인간의 말에 반응하면 할수록 인간은 로봇에게 의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정서적 의존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런 질문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래스카 한의원』에서처럼 『슈퍼리그』 역시 흡입력 있는 도입부와 눈앞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며 속도감 있게 전달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알래스카 한의원』은 출간 전 영화 판권 계약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혹시 이 작품도 영상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을까요?
전혀 염두에 두며 쓰진 않았어요. 일단 소설을 쓰는 거 자체가 빡세서요. 영상화를 염두하고 뭘 쓸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막상 책이 나오고 보니 영상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고민할 제작사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앞으로 시나리오 작가와 소설가로서 각각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더불어 두 번째 책도 만나볼 독자들에게 한마디 건네주신다면요?
소설가로서 진짜 마감을 잘 지키고 싶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진짜 진짜 마감을 잘 지키고 싶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정말 이 계획이 전부입니다.) 친애하는 독자님들, 『슈퍼리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읽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독자님 각각의 삶에서 벌어지고 있을 치열한 리그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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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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