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찾는 진정한 한국의 모습
한강부터 로제까지,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 문화. 유럽중심주의 사회에서 한국학을 독자적 학문으로 끌어올린 이은정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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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0일.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전해지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그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케이팝으로 대변되던 한류 열풍이 이제 문학으로 옮겨가면서 케이컬처가 세상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를 축하하기라도 하듯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태극기를 흔들며 “아파트, 아파트~”를 외치고 있지요. 


한국과 한국어, 더는 변방이 아닙니다. 이 사실을 정작 우리만 몰랐던 걸까요? 유럽중심주의 사회에서 중국학과 일본학의 비교 대상으로만 머무르던 ‘한국학’을 독자적이고 대중적인 학문으로 끌어올린 베를린자유대 이은정 한국학과 교수가 펴낸 『베를린의 한국학 선생님』을 보면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한국의 면면을 알게 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로제의 “아파트” 열풍으로 한국인으로서 무척이나 들뜨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베를린의 한국학 선생님’으로서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독일에서는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던 날, 베를린자유대의 많은 동료 선생님들이 저에게 축하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마치 제가 노밸상을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요. 독일에서 살아온 40년 중에 지금처럼 독일인들이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던 시기는 2002년 월드컵 때 빼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한국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축구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독일 사람들이 한국에 관한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후진국을 생각하던 독일 사람들이 한국에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모습을 보는 날이 올 것이라고 꿈도 꾸지 못했는데 정말 이런 날이 오네요. 이런 날이 있게 한 한강 작가님과 케이팝 가수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베를린의 한국학 선생님』은 해외에서는 ‘한국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배우는지, 또 어떤 문제들을 고민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첫 번째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책이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한국의 대학에도 ‘한국학’이라는 학과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해외에서 ‘한국학’을 교육하는 것과 는 다른 것 같습니다. 저희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어도 공부해야 하지만 한국 역사와 문화 사회 정치까지, 그것도 남과 북을 아울러 기초적인 지식부터 현재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을 좋아하는 마음은 있지만 한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거의 전무한 학생들을 교육해서 한국 전문가로 키우는 것이 해외 대학의 한국학에 주어진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하나의 분과 학문으로 한국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연구 성과도 축적해야 하지요. 그것을 어떤 식으로 해왔는지 제가 베를린자유대의 첫 번째 한국학과 정교수로 15년 동안 좌충우돌 해온 경험을 담은 책이 『베를린의 한국학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한국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이해하려는 유럽 젋은이들의 순수하면서도 뜨거운 학구열을 통해 한국 독자들은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한국의 면면, 한국인의 정체성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한국학 교수이자 한국학연구소 소장으로서 활동하시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개인적으로는 2016년 베를린-브란덴부르크 학술원에서 저를 정회원으로 선출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1980년대에 독일로 유학 가서 ‘젊은, 외국인,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차별이 어마어마했는데요, 비유럽인 최초로 학술원 정회원이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그동안 겪은 수모를 조금은 보상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보수적인 독일의 학계에서 제 자리를 확실하게 인정받았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또 하나, 한국학 선생에게 가장 보람된 순간은 학생들이 학업을 잘 마치고 훌륭한 한국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해마다 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입학식과 졸업식이 저에게는 아주 보람된 순간입니다. 10월 새 학기가 시작될 때 한복을 입고 연하장 사진을 찍어 전 세계에 보내고요, 독일에는 졸업식이라는 의식 자체가 없는데, 한국학과만 특별히 ‘한국학 공동체’라는 의미를 부여해 색동 비단 숄을 두르고 친구들과 부모님들과 사진을 찍고 이날을 기념하지요.

 

2020년 팬데믹을 지나면서 BTS 등 케이팝을 듣고 자란 독일의 십대가 일본이나 중국보다 한국을 먼저 알게 된 첫 번째 세대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껏 일본이나 중국의 비교 대상으로서 한국 문화, 한국학이 거론되다가 이제 주체적이고 고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인데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더 풍성하게 가꿔가야 할까요?

지금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한국을 통해 동아시아를 처음 접한 독일의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신박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름대로 한국에 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지식 정보 전달의 수준을 완전히 넘어서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한국문화살롱’과 같은 고품격 토론장을 만들어서 유럽과 세계 문화 속에서 한국을 자리매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이국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에 머물지 않고 세계사적인 차원에서 인류 문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런 담론이 훨씬 더 빨리 확산될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책에서 언급하셨듯이 독일의 주류 지식인들의 유럽중심주의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유럽중심주의의 지적 오만함”에 맞서 논리로 중무장해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시는 모습 무척이나 통쾌했습니다. 독일의 젊은 세대도 이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을까요? 

독일과 유럽의 젊은 지식인들은 ‘유럽중심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기성세대와 달리 혐오와 차별 문제도 아주 비판적으로 보지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탈식민주의’ 논의도 그런 젊은 지식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청소년 세대가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비판적 담론에 크게 관심을 가질 리는 없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비판적 시각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킬 위험이 있고요. 그보다는 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것을 접하면서 한국 문화와 같은 비유럽권의 문명과 유럽 문명을 동등한 선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 역으로 한국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마인드고요. 일단은 지금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더 가까이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이 늘고, 온 가족이 한국으로 휴가를 떠나는 이런 현상들이 모두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분단과 화해의 상징과도 같은 베를린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을 경험하시고 독일 통일 이후 체제 통합을 위해 펼친 정책들을 집대성한 ‘독일통일총서’를 거의 10년에 걸쳐 작업하신 통일 전문가이기도 하신데요, 남북 대립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지금 상황에서도 여전히 통일은 유효한 걸까요?

당연하지요. 지금도 통일은 유효합니다. 물론 지금의 남북 관계와 국제적인 상황을 보면 통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평화 정착을 위한 교류와 협력에 관해서 우선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베를린에 온 북한 학생들을 본 남한 대학생들의 반응은 한편으로는 저를 슬프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북한 학생에게 말을 걸어도 되냐고 주저하던 그들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장난을 치고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종업식 때에는 남북한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학생들도 함께 어울려서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젊음의 공동체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뤄낸 베를린에서 숱하게 경험한 것입니다. 일단 남과 북 주민들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남과 북의 각 지역을 편하게 여행할 수 있고 서로 방문하고 친구가 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제가 베를린과 평양에서 경험한 것만 봐도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베를린의 한국학 선생님』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와 2부는 베를린에 한국학을 심기 위한 과정을 과거와 현재로 나눠 담았다면, 마지막 3부는 한국을 심기 위해 어떤 식으로 세계인들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에 관한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시기에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류가 독일 사회에 상륙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혐오와 차별에 맞서면서 또 한편으로는 한국을 애정하는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 응원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을 했는데요, 독자분들도 이 부분을 잘 살펴 읽으면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이들과 교류해야 할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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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