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전하려면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2014년부터 런던에 체류하면서 내셔널 갤러리에서만 200회 이상, 대영박물관에서는 300회 이상 해설을 하며 예술적 대화를 나누어온 경험이 유승연에게 남긴 교훈이다. 그래서일까,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를 읽으면 그림 한 점 한 점이 전하는 이야기가 생생히 들려오는 듯하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의 작가 유승연을 만나, 내셔널 갤러리에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도슨트로서 해설해온 여정을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유승연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첫 책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을 출간한 작가 유승연입니다. 작가라고 소개하려니 좀 쑥쓰러워지는데요, 평소에는 ‘예술과 사람, 과거와 현재를 유기적으로 잇는 아트 커뮤니케이터’로 자기소개를 하곤 합니다. 2014년 영국에서 일하게 된 남편과 함께 런던으로 간 후 내셔널 갤러리를 거의 매일 드나들며 서양미술사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2015년부터 내셔널 갤러리와 대영박물관 해설을 맡아 내셔널 갤러리에서 200회, 대영박물관에서는 300회 이상의 해설을 진행했어요. 현재는 서울시 문화관광해설사이자 국립중앙박물관 영어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신세계 아카데미, 서울시50플러스센터, 법무연수원, 국제로타리클럽 등에서 서양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내셔널 갤러리라는 공간과 서양미술사를 다룬 책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을 출간하셨는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화가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지만, 미술 작품 감상은 어쩐지 전문적 영역인 거 같아 쉽게 다가서지 못했어요. 그러다 런던에 살게 되면서 내셔널 갤러리를 방문해 직접 걸작들을 보면서 서양미술사를 공부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딱 떨어지는 숫자가 필요해서 제목에는 ‘500일’이라고 썼지만, 사실 500일이 훨씬 넘게 내셔널 갤러리를 드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시작한 도슨트 일은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전하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딱 맞는 일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 그때의 기억과 감동을 잊고 싶지 않아 글로 풀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서양미술사 강의를 시작하게 됐고, 인연이 닿아 이렇게 책으로 엮게 됐습니다.
내셔널 갤러리만의 매력을 알려주세요.
올해로 개관 200주년을 맞이한 내셔널 갤러리는 서양미술사의 주요 작품 2,3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서양미술사의 고전으로 불리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가장 많은 도판이 실린 미술관 역시 내셔널 갤러리죠.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작품이 시대순으로 전시되어 있어, 전시실을 차례대로 돌아보기만 해도 서양미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답니다. 유럽 미술 여행의 시작점으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거예요. 게다가 모든 작품이 같은 층에 전시되어 있어, 층을 오르내리지 않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을 집필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내셔널 갤러리를 잘 소개하기 위해서 저는 세 가지를 염두에 두었어요. 첫째, 내셔널 갤러리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설명하여 서양미술사의 큰 흐름을 전하되, 필요하다면 다른 미술관의 작품들도 소개하려 했습니다. 둘째, 작품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화가의 삶과 배경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화가의 개인적 이야기를 알면 감상이 훨씬 더 재미있고 풍부해지거든요. 마지막으로 다양한 배경지식을 제공해 작품을 전체적 맥락 속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의 차별화된 매력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무엇보다도 내셔널 갤러리에서 실제로 해설하듯 작품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외에도 런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들도 함께 담아보려 했습니다. 특히 내셔널 갤러리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세계대전 중 열린 음악회, 무료 운영 정책이 갖는 진정한 의미, 트라팔가 광장의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의 지향점 등을 다루면서 예술이 대중과 단절되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귀 기울일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내셔널 갤러리에서 200회 이상 해설을 하셨으니 다양한 경험을 하셨을 거 같은데,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어머니와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딸로 구성된 팀을 안내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세인즈버리관 해설을 마치고 서관의 시작점인 9번방에서 틴토레토의 <성 조지와 용>을 설명하고 이동하려는데, 5학년 아이가 갑자기 바뀐 환경에 힘들어서인지 미술관 바닥에 구토를 하고 말았어요. 저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순간 당황했는데, 그때 내셔널 갤러리 직원 두 분이 다가와 처리는 본인들이 할 테니 ‘아이부터 챙기라’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어머니는 아이를 씻기러 가셨고, 저는 다른 아이와 함께 기다리며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어머니는 해설을 더 듣지 않고 돌아가겠다고 하셨지만, 화장실에 다녀와 몸 상태가 나아진 딸이 끝까지 듣고 싶다고 해서 결국 해설을 잘 마쳤답니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아찔하면서도 직원분들의 침착한 대처에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을 어떤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언젠가는 읽으리라 벼르고 있었던 분, 유럽 여행 중 미술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 미술 작품을 역사적 배경과 맥락 속에서 유기적으로 알고 싶은 분께 특히 추천드립니다. 저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좋은 친구와 함께 편안하게 여행하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런던행 비행기표를 검색하신다면, 그렇게 떠난 여행길에 이 책이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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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misook1218
202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