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교양 프로그램, 라디오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정갈한 언어로 유익한 정보를 전해온 문지애 아나운서가 『문지애 아나운서의 초등 어휘 일력 365』를 출간했다. 아나운서로서의 전문성과 엄마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자성어, 관용어, 속담 등 요즘 초등생들이 꼭 익혀야 할 365개 어휘를 엄선해 하루에 한 장씩 아이들이 다양한 어휘를 균형 있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책은 문지애 작가의 아들 전범민 군도 집필에 참여했다. 집필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7문 7답을 통해 만나 보자.
안녕하세요, 작가님.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우리말 일력 책을 내셨습니다. 일력을 집필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독자분들을 위해 책 소개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들이 일곱 살이 되는 해부터 함께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아이에게 쓴다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몸에 익을 즈음 조금 더 다양하고 감칠맛 나는 표현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짧게 핵심을 담은 표현, 말맛이 있는 표현, 그러면서 정확한 표현들이요. 이를 위해 아들과 함께 우리말 일력을 썼습니다. 책에는 사자성어와 관용어, 속담, 맞춤법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공부 습관을 기르는 데 하루 한 장씩 어휘를 익힐 수 있는 일력이 정말 유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사자성어, 관용어, 맞춤법, 속담을 7일씩 균형 있게 구성하셨는데, 각 항목과 어휘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배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비교적 어렵지 않은 표현인가, 다양한 상황에 쓰일 만한 말인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이 쓰일 법한 표현인가, 이 세 가지 기준을 염두에 뒀습니다. 사자성어에는 삶의 지혜와 정수가 담겨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고, 관용어도 자칫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울 수 있어 최대한 쉽고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속담은 여러 재미있는 요소들이 있어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느낄 거라 판단했습니다. 그림을 통해 뜻이 더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고요. 맞춤법은 어렵고 지루할 수 있으니 주 1회만 담았어요. 이렇게 4가지 파트를 골고루 담았습니다.
요즘 어휘력, 문해력에 대한 부모님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습니다. 기초 학업만 이수하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던 단어나 어휘도 따로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된 듯합니다. 이러한 언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고민하는 부모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짧고, 간략하고, 재미있고,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 많아졌으니까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 역시 문해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책을 과거만큼 읽지 않다 보니 독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던 어휘의 양이 줄어든 것이고요. 문장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도 동시에 저하된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문해력은 모든 인간이 평생에 걸쳐 꾸준히 길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지름길은 없습니다. 일단 많이 읽어야 하고요. 익숙하지 않은 어휘를 보면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표현을 글과 말로 활용해봐야 진짜 아는, 내 어휘가 될 겁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습관을 길러준다면 가장 좋겠지요.
기존 일력과는 다른, 눈에 띄는 차별점이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작가님의 아들, 범민 군이 직접 집필에 참여했더라고요. 평소에도 꾸준히 세 줄 일기를 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범민 군이 세 줄 일기를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울러 함께 집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 독자들에게 비하인드 스토리도 조금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제주도 1년 살기를 결심했습니다. 기관도 학원도 없이 오롯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죠. 일을 핑계로 주말에도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이 컸었지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읽기’와 ‘쓰기’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제주에 갔을 때 아이는 한글을 드문드문 읽을 정도의 실력이었고요. 쓰기는 거의 경험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한 줄씩이라도 일기를 쓰다 보니 점차 손아귀에 힘이 생기고, 반복되는 글자에 익숙해지더군요. 스스로 하루를 복기하는 훈련도 됐고요. 평범했던 일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듯했습니다.
아들과 함께 집필하면서 어려움은, 저의 분량을 써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아이의 원고까지 챙겨야 하니 걱정이 컸습니다. 제가 먼저 한 주치 분량을 정리한 뒤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고요. 그중 하나의 표현을 선택해 아이가 일기를 써내려가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아이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재미있기는 했지만 엄마 아빠의 치부(?)와 가정사까지 드러나 내용을 조율하는 데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범민 일기’에 부모님과 함께 서점에 간다거나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더라고요. 평소 아이의 어휘력과 문해력 향상을 위해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지, 이를 위해 아이와 주로 어떤 활동이나 대화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려운 수준의 어휘가 나오곤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적절하게 단어를 대체해 읽어주었습니다. 어려운 어휘가 반복해서 나오면 아무래도 독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텐데 그 부분을 주의한 거죠. 단어를 바꿔 다시 읽어주었더니 어려웠던 단어와 문장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아이가 어느 정도 읽고 쓸 줄 알게 됐을 때부터는 배운 어휘를 자주 사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끝말잇기나 일기 쓰기 등의 방법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일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식탁 대화’를 언급하셨는데, 이를 통해 부모님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상적인 방법을 제안해 주신다면요?
어휘 공부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인생 전반에 걸쳐 필요한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맥에 맞는 적절한 어휘와 적재적소에 쓰여진 표현은 말한 사람을 훨씬 돋보이게 만들어주니까요. 그러나 이런 능력은 의무감으로 접근해서 짧은 기간에 해결할 문제는 아닐 거예요. 때문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방식보다는 식사 시간 대화를 통해 혹은 잠자리에서 간단한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일력에서 공부했던 표현을 가볍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와 이 책을 읽을 어린이 독자들과 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어휘력과 문해력이 공부를 잘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연관이 깊다는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맥락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겪게 되는 삶의 어려움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경험해봤으니까요.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이 일력을 꾸준히 읽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에서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잖아요. 그럴 때 일력에서 익힌 표현으로 함께 대화를 나누면 도움이 될 거예요. 늘어가는 아이들의 어휘에 감탄도 하게 되고 아이들도 즐거워할 겁니다. 아직은 책 읽기에 능숙하지 않은 아이들, 낯선 어휘와 표현에 심리적 장벽이 높은 아이들에게 이 일력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