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자랐다. 책장을 넘기고 스크롤을 내리며 울고 웃었다. 도망갈 이야기가 있었고 꿈꾸던 이름들이 있었다. 침대에 누워 아프리카의 바람을 느끼는, 골목길에 앉아 에베레스트산의 공기를 호흡하는 신기도 키웠다. "선달아, 꺼벙아, 까치야, 백호야, 슬비와 푸르매야, 우리들의 장그래 씨 그리고 새로이야..." 덕분에 추억이 넘쳤다. 덕분에 여전히 즐겁다! 컨테이너 가득 만화책을 쌓아놓은 덕후도, 만화 얘기라면 지칠 줄 모르는 평론가도, 할 말이 있고 연필만 쥘 수 있다면 멈추지 않겠다는 만화 작가도, 인생 만화를 곱씹는 만화 편집자와 마케터도, 그리고 숱한 독자들까지. 우리들의 만화력은 계속 연재 중이다. |
만화와 웹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책장을 넘겨볼 차례다. 만화 이론을 만화 형식으로 보여준 이색적인 책부터 웹툰 작가의 인터뷰집. 만화가나 웹툰 작가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작법서까지 들춰봤다.
홍난지, 이종범 저 | 시공아트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홍난지 교수가 웹툰 작법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웹툰 작가의 꿈을 키워보지만, 당최 몇 컷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만화와 웹툰은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따져보고, 독자에게 다가가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조건, 플롯과 사건,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만드는 방법'을 마치 참고서처럼 꼼꼼하게 알려준다. 이어서 이야기의 설계도인 트리트먼트를 만들고 기획서를 작성하는 실무, 플랫폼 또는 공모전을 거쳐 데뷔하는 방법까지 실용적인 정보도 놓치지 않는다.
스콧 맥클라우드 저 / 김낙호 역 | 비즈앤비즈
만화 이론을 만화로 풀어낸 독특한 책으로, 1993년 미국에서 첫 출간된 이래 다수의 대학 강의에서 교재로 쓰였다. 저자인 스콧 맥클라우드는 DC코믹스에 입사하면서 만화계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 자신도
소복이 저 | 유유
"앗! 만화가인데 굶어 죽지 않았다니!"
표지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10년 넘게 만화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만화를 한번 그려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화 창작의 세계로 이끈다. 먼저 그림일기를 써보라거나, 콘티는 A4 용지에 여섯 개의 칸을 나눠 시작하라거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등, 저자가 만화를 그리면서 얻은 노하우를 조곤조곤한 어조로 풀어낸다. 책 말미에는 만화 그리기 적당한 종이와 펜, 작가 소개 쓰는 법까지 재치 있는 정보도 담고 있다.
"어쨌든 그림은 못 그려도 만화는 그릴 수 있다!"
초보자에게 힘을 주는 저자의 한마디에 용기를 내보자.
마츠다 나오코 글·그림 / 주원일 역 | 문학동네
작가, 편집자, 마케터의 손을 거쳐 만화가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는지 속속들이 보여준다. 만화 잡지 <바이브스> 편집부를 중심으로 신입 편집자 쿠로사와의 성장기가 펼쳐지는데, 일본에서 같은 이름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만화를 둘러싼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엿보고 싶다면 차근차근 일독할 것.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일어나는 갈등, 만화책 진열을 고민하는 서점원과 마케터, 만화 잡지의 폐간 논의 등 출판업계의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위근우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주호민, 정다정, 무적핑크, 이말년, 기안84, 김진, 이종범 등 웹툰 작가 24인의 인터뷰를 모았다. 웹 매거진 <아이즈>를 거쳐 대중문화 비평을 이어온 위근우 작가는 "<드래곤볼>과 <북두신권>을 보면 문제아가 될 거라는 어른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만화책을 보며 그럭저럭 멀쩡하게 성장했다"고 작가 소개에 쓸 정도인 만화 팬. 웹툰 작가들과 장시간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작가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인터뷰 말미에는 작가론도 함께 실려 있어 좋아하는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전혜진 지음 | 구픽
순정 만화 팬이라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작품의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뛸 터. 강경옥의 1987년 작 『별빛속에』, 신일숙의 『1999년생』, 김혜린의 <아라크노아>, 황미나의 『레드문』 등 한국 순정 만화 르네상스 시기의 작품들에서 시작해, 서문다미의 『END』, 천계영의 『좋아하면 울리는』까지 30여 편의 한국 순정 SF 만화를 재발견한다. 작가는 "순정 만화는 연애나 하는 이야기"라고 폄하하거나 "순정 만화를 뛰어넘었다"는 칭찬 같지 않은 칭찬을 하는 시각을 비판하고, 순정 만화부터 지금의 SF로 이어지는 연결점을 찾아낸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1980~1990년대 작품들을 어디에서 읽을 수 있는지 정리한 책 말미의 붙임은 만화 팬들에게 더없이 유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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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