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잘 살 줄 알았다. 잘 살 수 있을까? 잘 살고 있다! (G. 김멋지, 위선임 작가)
"세모와 네모 바퀴가 달린 자전거처럼 덜그럭거리지만 서로가 있어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모양이라 여기며 살아간다"고 말씀하시는, 에세이 『우린 잘 살 줄 알았다』를 출간하신 김멋지, 위선임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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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지금 이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의 삶을 거쳐 가는 징검다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현재 삶에 집중한다. 부담이 없다 해서 책임과 배려가 없지 않다. 오히려 그렇기에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내가 누구와 살더라도 이 친구와 함께 살았던 기간이 나를 더 좋은 동거인, 더 편한 식구, 더 나은 가족이 되게 해줄 거라는 점이다. 친구라 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족이라 하기에는 피가 섞이지도 않고 서류로 약조하지도 않아 사전적 정의에 맞지 않는 사이. 지금은 딱히 멋지와 나를 명명할 적확한 단어가 없다. 하지만 꼭 무엇이라 단정해야 할까. 꼭 이름 붙여야 할까. 꼭 영원해야 할까. 묻고 싶다. 대체 가족이 뭔데?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김멋지, 위선임 작가님의 에세이 『우린 잘 살 줄 알았다』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대학교 신입생 OT에서 만난 두 사람, 김멋지와 위선임은 서른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둔 뒤 전 재산을 털어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718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급기야 둘은 같이 살기로 결심하죠. 『우린 잘 살 줄 알았다』에는 함께 살아온 5년의 시간이 담겨 있는데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우린 잘 살 줄 알았다』를 쓰신 김멋지, 위선임 작가님을 모시고 오랜 친구로, 함께 일하는 동료로, 그리고 한집에 사는 동거인으로 살며 겪고 느낀 눈물 나게 유쾌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 김멋지, 위선임 편> 

오은 : 두 작가님의 성함이 본명이 아니라고 해요. 책을 읽을 때 '멋지', '선임'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당연히 본명일 확률이 높겠거니 생각했거든요. 두 분 이름은 어떻게 지은 건가요? 

김멋지 : 회사 생활을 할 때였어요. 일 안 하고(웃음) 멍 때리는 시간에 잠시 저를 돌아봤거든요. 갑자기 제 자신이 되게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현듯 깨달음을 얻은 듯이 난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이름을 나한테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원래 성 뒤에 '멋지'라는 이름을 그렇게 붙였죠. 

위선임 : 저도 성만 그대로고 이름은 필명인데요. '선임'은 회사 다닐 때의 직급이에요. 사원에서 선임으로 승진을 했거든요. 제 성과 직급을 합치니까 너무 위선적이고 진짜 멋진 거예요.(웃음) 그날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멋지랑 한 잔 했는데 멋지가 그러더라고요. "와, 이건 네 성격이랑 딱이다, 너 진짜 위선적인데 이건 너 그 자체다." 그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어요.(웃음) 

오은 : 2018년에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라는 책을 내셨는데요. 2년을 거의 꽉 채우는 기간 동안 함께 여행을 다니셨잖아요. 속된 말로 여행을 하면 그 사람의 진가를 알게 된다고 말하는데요. 실제로 이때의 경험이 서로 함께 살아도 되겠다는 확신을 주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도 같아요. 두 분이 하신 여행 경험에 대해 어떻게 같고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선임 작가님, 여행 어떠셨어요?

위선임 : 정말 즐거웠고, 대단히 힘들었습니다. 넉넉하게 경비를 가지고 떠난 여행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좌충우돌도 많았고 고생도 되게 많이 했죠. 근데 그런 게 지나고 나면 다 미화되잖아요. 지금은 즐거운 기억으로 떠올리고 있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진짜 이거 힘든데'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오은 : 싸우기도 하셨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김멋지 : 맞습니다, 저는 배고픈 걸 힘들어하고 선임이는 씻고 싶은 걸 힘들어하는데요. 그 둘이 딱 겹쳤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가 최고로 긴장됐던 순간이 아닌가 싶어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저는 밥 먹으러 가고 이 친구는 씻으러 가면 됐는데 말이죠. 굳이 그걸 같이 하겠다고 했던 거예요. 물론 제가 먼저 권하긴 했습니다. 먼저 씻어라, 그리고 우리 시원하게 밥 먹으러 가자, 라고요. 

위선임 : 여기서 본인이 양보했다는 걸 굳이 넣으시네요.(웃음) 

오은 : 작가님 소개를 할게요. 김멋지 작가님부터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멋지고 멋쩍은 일상의 장면을 그리고 쓴다. 먹고 보고 듣고 만지고 맡는 일에 평생을 감동하고 감사하며 살고 있다. 무수히 많은 날을 겪고도 일상의 감동에 인색하지 않다면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믿기에 감정을 늙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십 년 지기 위선임과 JTBC <트래블러>의 작가로 일했고, 강연과 콘텐츠 제작 등을 함께했다. 위선임과 여행하면서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를, 위선임과 같이 살면서 『우린 잘 살 줄 알았다』를 썼다. 밤막걸리를 홀짝이며 감동하는 할머니가 되기를 꿈꾼다."

이어서 위선임 작가님 소개를 하겠습니다. "정신 건강을 위해 글 쓰고, 몸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 생각과 고민이 많은 성정 탓에 몸을 굴려 번뇌를 씻다가도 때로 내가 나로 사는 것이 힘겨워 몸과 마음이 편해질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여정을 타인과 나누며 세상에 작게나마 따스운 기운을 끼칠 수 있다면 잘 살았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십 년 지기 김멋지와 JTBC <트래블러>의 작가로 일했고, 강연과 콘텐츠 제작 등을 함께했다. 김멋지와 여행하면서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를, 김멋지와 같이 살면서 『우린 잘 살 줄 알았다』를 썼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밤비>를 보며 용기와 사랑을 충전해 『디어 밤비, 사랑이 필요한 밤이야』를 썼다."

김멋지 작가님께 먼저 질문드리도록 할게요. 감정을 늙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김멋지 : 제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일상의 즐거움을 흘려 보내지 않고 조금 더 되새기고, 곱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오은 : 위선임 작가님께서 쓰신 『디어 밤비, 사랑이 필요한 밤이야』는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세요. 

위선임 :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밤비>의 내용을 사랑을 통해 풀어낸 이야기였어요. 텍스트는 짧지만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책입니다. 

오은 : 이제 『우린 잘 살 줄 알았다』가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 어떤 책이죠? 

위선임 : 친구라 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가족이라 하기에는 사전적 정의에 맞지 않는 사이인 저희 둘이 쓴 책이에요. 누룽지 통닭 일곱 마리 값을 에어컨 수리비로 쓰면서 울먹이다가 19,900원짜리 수건을 사서 행복을 찾는, 짠내 나면서도 다분히 솔직한 생활 밀착형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친구끼리 사는 이야기지만 가족이나 연인, 배우자 누구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시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오은 : 제목을 보면 양가적인 감정이 들기도 해요. '우린 잘 살 줄 알았다, 하지만...'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우린 잘 살 줄 알았다, 실제로도...'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제목은 어떻게 결정된 건지, 그리고 제목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멋지 : 저희는 처음부터 잘 살 줄 알았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러다 살아보니까 우리가 잘 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죠. 지금은 이 정도면 잘 살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 모든 시간의 흐름이 담긴 제목입니다. 

오은 : 책에도 등장하지만, 지금 함께 살고 계신 이태원 집을 선택한 이유가 집 앞의 외국인과 경고문이었어요. 그때의 이야기도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두 분이 마음이 잘 맞는지 궁금해요. 

김멋지 : 같이 오래 여행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 순간 이 동네 살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느꼈거든요. 저희가 같이 했던 여행처럼, 여기 사는 것도 일상이 여행 같아질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요. 그 생각이 서로 잘 맞았어요. 

위선임 : 사실 그 전에 마음에 든 집이 있었어요. 그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었었는데요. 지금의 집을 보는 순간 멋지가 말한 것처럼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세상에,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이 3개 국어로, 아랍어까지 쓰인 동네라니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한 거죠.(웃음) 이 친구와 잘 맞는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그럴 때예요. 잔가지들은 정말 많이 다른데 이런 순간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실행할 때 말이에요. 그리고 나머지 그 선택에 따른 모든 것들은, 그냥 감내합니다.(웃음)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김멋지, 위선임 : 저희한테 의미가 있는 책인데요. 다카하시 아유무 작가의 『Love & Free 러브 앤 프리』라는 책이에요. 작가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시와 에세이가 섞인 책인데요. 저희가 첫 번째 배낭 여행을 대학교 2학년 때 인도로 다녀왔어요. 그 여행이 너무 기억이 좋아서 다시 또 여행을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학생 신분에 돈은 없으니까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이 책을 읽고 휴학을 한 뒤 돈을 벌어서 여행을 떠났어요. 그 책 안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작가가 여행을 하고 있는데 다른 여행자가 너는 여행을 왜 하느냐고 물으니까 "지구에 태어났으니까, 지구가 더 보고 싶어서"라고 하거든요. 그 순간 소름이 돋으면서 나도 여행을 떠날 것이다, 다짐했어요. 저희 여행에 기폭제가 되다시피 한 책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책입니다.



*김멋지

멋지고 멋쩍은 일상의 장면을 그리고 쓴다. 먹고 보고 듣고 만지고 맡는 일에 평생을 감동하고 감사하며 살고 있다. 무수히 많은 날을 겪고도 일상의 감동에 인색하지 않다면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믿기에 감정을 늙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위선임


정신 건강을 위해 글 쓰고, 몸 건강을 위해 운동한다. 생각과 고민이 많은 성정 탓에 몸을 굴려 번뇌를 씻다가도 때로 내가 나로 사는 것이 힘겨워 몸과 마음이 편해질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여정을 타인과 나누며 세상에 작게나마 따스운 기운을 끼칠 수 있다면 잘 살았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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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잘 살 줄 알았다
우린 잘 살 줄 알았다
김멋지,위선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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