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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회의로 가득 찰 때 꺼내 읽을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48회) 『까보 까보슈』,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 『누수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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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3.07.06)


불현듯(오은) : 프랑소와 엄님이 휴직을 하시게 되어서, 마지막 방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책읽아웃>의 태동을 가능하게 해주신 분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부단히 애를 써주셨는데요. 휴직 소식에 제작진뿐 아니라 청취자 분들도 많이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것 같아요. 

프랑소와 엄 : 고민을 3개월 전부터 했는데요. 팟캐스트 출연하는 것이 즐겁기도 했지만 어렵기도 했거든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니까 다른 분들한테 좋은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불현듯(오은) : 일단은 결정을 존중하고요.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오늘 방송하려고 합니다. 주제는 '회의로 가득 찰 때 꺼내 읽을 책'입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까보 까보슈』 

다니엘 페나크 원저 /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글그림 / 윤정임 역 | 문학과지성사



이 주제가 결정이 되고 사전을 찾아봤어요. '회의'의 뜻에는 '의심을 품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심'이 있어요. 그리고 세 번째 뜻이 기억에 많이 남았거든요. 철학 쪽에서 쓰이는 표현인데요. '상식적으로 자명한 일이나 전통적인 권위를 긍정하지 아니하고 부정적인 태도로 의심하여 보는 일. 이러한 태도는 철학적 정신의 근본이 된다'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회의라는 단어만 들어서는 우울하고 암울할 것 같지만 현 상황을 타개하고 새 상황을 맞이하는 데 아주 중요한 키워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깊어지면 나를 갉아먹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럴 때 뭐가 필요할지 생각해봤는데요. 회의에 젖은 사람은 새로운 곳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한 길만 바라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른 존재가 인간을 바라보는 이야기이면 어떨까 생각해서 고른 책입니다. 제목은 『까보 까보슈』입니다. '까보 까보슈'는 프랑스에서 개를 친근하게 일컫는 말이라고 해요. 우리말로 '멍멍이'나 '댕댕이' 같은 표현인 거죠. 다니엘 페나크 원작의 이 책은 어린이 책입니다. 그리고 나온 해가 1982년에요. 그 책이 그래픽 노블의 외피를 쓰게 되었고요. '그레고리 파나치오네'라는 작가님이 각색을 하면서 그림까지 그린 것이에요. 

다니엘 페나크는 특유의 어떤 경쾌함과 날렵함, 그러면서도 신랄함을 잃지 않는 글을 쓰시는 것 같아요. 이 책은 개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세계인데요. 그래서 굉장히 재미가 있고요. 정말 개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출판사 보도 자료에 헤드라인이라고 하죠, 첫 번째 문장이 바로 이렇습니다. '길들이지도 말고 길들여지지도 말자.' 저는 이 문장이 너무 좋은 거예요. 친구로 사귀건 연인으로 사귀건 가족이 되어서 함께 살아나가건 어느 정도 길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관계이지만 가깝게 하기 위해서 전혀 아닌 것까지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들여다보면 저마다 개성이 다 다르잖아요. 좋아하는 음식부터 시작해서 색깔까지 다 다를 수밖에 없고요. 그것이 이 문장을 읽으니까 더 생생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이 문장이 삶의 모순을 해결해 주는 문장은 아니죠. 그렇지만 적어도 마지막에 남아 있는 자존감을 꺾어버리게 하지는 못하는 문장이어서 내내 여운이 남았어요.  

그래픽 노블이어서 가벼운 마음으로도 읽을 수 있을 테지만요. 다 읽고 나면 묵직한 한 방이 남아 있는 책이어서 이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회의로 가득 찰 때, 의심을 더 강화시키면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 

최현희 저 | 위고



위고 출판사에서는 <점선면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는데요. 이 시리즈의 첫 책이에요. 저자이신 최현희 선생님은 트위터에서 '마중물샘'으로 유명하시죠. 선생님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소개를 하자면, 선생님은 2017년 여름에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한 온라인 매체와 인터뷰를 했고요. 이 기사가 일베 등의 사이트로 퍼지면서 순식간에 엄청난 공격의 대상이 됐습니다. 남학생을 혐오하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교사라는 왜곡된 헛소문이 퍼졌고요. 신상 정보가 유포됐고, 보수 단체로부터 아동 학대로 고발을 당했습니다. 물론, 이 고발은 무혐의 처리가 됐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해당 보수 단체와 조선일보 등을 상대로 소송을 했고요. 당연히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보상 및 왜곡 기사 정정 보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일로 선생님은 2018년에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했습니다. 

『다시 내가 되는 길에서』는 마중물샘의 회복 일지를 기록한 책입니다. 한 개인이 사회적 폭력으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써온 4년의 기록인데요. 이 사건이 있었을 때 선생님한테 굉장히 많은 출판사에서 제안을 주셨다고 해요. 이슈가 있었으니까 그 이슈에 대한 이야기들을 써보는 제안을 많이 받으셨던 것 같은데요. 위고 출판사에서는 그냥 선생님이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주셨던 것 같고요. 당시에는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서 거절을 다 하셨다고 하는데, 몇 년 후 조금 회복이 됐을 때 위고 출판사의 제안이 생각나서 출판사로 다시 연락을 해 나오게 된 책이라고 합니다.

책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데 모든 문장에 너무나 공감이 돼서요. 매우 슬프지만 또 위로를 굉장히 크게 받으며 읽었습니다. 이 책에 밑줄 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저는 이 책을 소개한다기보다 낭독을 해보고 싶어요. 이 책은 정말 씩씩하게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사에 허락을 받았습니다.

2017년에 시작된 두 재판은 2020년이 되어서야 모두 끝났다. 명예훼손이 인정되었고 손해배상을 받았으며 판결에 따라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문을 내보냈다. 정당한 판결만 나면 뭔가 필요한 변화가 찾아올 거라 막연히 기대했던 나는 재판이 끝나고서야 그런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중략) 그러나 학교에서 나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었다. 내가 학교를 뒤집어 놓은 원흉이라는 일차원적인 비난도 들려왔고, 어찌 됐든 힘든 일을 당했다고 동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멀리서 응원을 보내주는 이들도 있었고, 내가 겪은 일을 자신의 일로 여기며 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무관심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를 오해하고 비난하는 이들보다 무관심한 이들이 더 미웠다. 바로 자기 옆자리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그토록 태어날 수 있는 이들. 모두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내가 괜찮을 거라고 더 믿고 싶었을 것이다.

저는 제가 썼던 문장을 누군가가 정말 진심을 다해서 읽어줄 때 되게 힘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이 방송을 듣고 계신다면 많이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이 책을 통해서 굉장히 많이 위로 받았고 용기도 얻었으니까 선생님께서 꼭 한번 더 힘을 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책읽아웃>을 좋아해 주시고 계속 응원해 주셨던 많은 청취자 분들께 고맙다는 이야기도 마지막에 드리고 싶었습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나의 누수 일지』 

김신회 저 | 여름사람



이 책은 김신회 작가님께서 직접 차린 출판사 '여름사람'의 첫 책입니다. 지난 6월에 출간이 되었고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날 집에 물이 새기 시작하면서 겪어야 했던 일들을 적었어요. 일단 누수 상황을 말씀드리면, 2022년 여름 갑자기 집에 물이 새기 시작합니다. 늦은 밤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찾아보니까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었고요. 허둥지둥 수습을 하고 어렵게 잠에 들었죠. 다음 날 일어났더니 일부만 젖었던 벽지는 한쪽 천장 전체로 번져 있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물이 떨어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작가님은 위층으로 올라갑니다. 초인종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어요. 집에 없나 했지만 알 수는 없는 일이었어요. 왜냐하면 윗집과의 서사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야기는 다시 1년 전으로 올라갑니다. 

2021년, 누수가 시작되기 일 년 전에 윗집에 이사를 왔는데요. 이 집이 굉장히 예의가 없는 집이었어요. 일단은 이사 전에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고 아주 엄청난 소음을 냈던 건데요. 보통 공동 주택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그리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공사를 진행한다, 양해를 부탁한다, 이런 안내문을 엘리베이터나 공동 주택 게시판 같은 곳에 부착해서 양해를 구하는 게 상식이죠. 공사니까 혹시 안전사고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윗집은 그런 게 전혀 없이 심지어 밤 9시 이후에도 벽에 못을 박는 민폐를 끼친 거예요. 

그러다가 1년 뒤에 누수가 발생한 거죠. 안 그래도 악감정이 있으니까 작가님은 정말 철저한 대응법을 공부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이 윗집은 1년 전처럼 이후에도 내내 비협조적입니다. 

너무 화가 나는 상황이죠. 나의 안락한 공간에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닌 일로 피해를 받는다면 진짜 너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은데요. 작가님이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 한 것은 매일 글을 쓰는 일이었어요. 이런 문장이 있어요. 

'내 글이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쓰다 보니 적어도 나는 살았다.'  

그리고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함께 소개하고 싶은 문장은 이건데요. 내가 안 겪어도 될 일을 왜 겪고 있나 이런 회의가 밀려올 수 있잖아요. 그때 작가님이 이렇게 쓰십니다.

몰라도 되는 삶은 안락하다. 계획을 실천하며 살 수 있는 일상은 순조롭다. 그런 인생을 잘 굴러가게 한다고 해서 과연 어른일까. 지금껏 알던 세상이 무너졌을 때 잿더미를 털고 일어나 몰랐던 걸 하나하나 깨치며 단단해지는 게 어른이 아닐까. (중략) 알고 싶지 않았던 걸 알게 될 때, 이제껏 모르고 살았던 걸 해야만 하는 시간들이 쌓여 연륜이 된다. 어쩌면 이번에야 비로소 나는 어른이 되는 중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하는데 몇 번이나 힘이 있다는 표현을 적었더라고요. 정말 힘이 있는 그런 책이고요. 이 책을 읽는 데 마음이 되게 씩씩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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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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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 원저 |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글그림 | 윤정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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