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에 한 번, 경복궁 주위를 달리는 러너 임경선은 저술업으로 인생을 꾸린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칼럼니스트에서 에세이스트로, 또 소설가로 창작의 범위를 확장시킨 그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통해 전업 작가로 생존할 수 있었던 과정을 낱낱이 밝힌다.
강연을 먼저 하고 묶은 책이다. 그간 펴낸 책들과 작업 과정이 달랐겠다.
몇 단계에 걸쳐 '나이', '글쓰기', '선택'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다각도로 숙고하게 만든 원고였다. 우선 자료조사 및 생각의 흐름을 정리하여 틀을 잡아 세밀한 강연록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 강연을 하면서 강연록에 없는 이야기를 덧붙이게 되었다. 녹취한 강연을 풀어서 검토 후 과감하게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었다. 추가로 필요한 내용을 보태고, 구차한 구구절절은 시원하게 쳐냈다. 이런 여러 단계의 작업이 책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만들어주었다. 문장보다 '메시지'가 중요한 책이라 이 방식이 적절했다.
간결, 명료해서 좋았다. 독자들의 질문을 수록한 것도 유용했고. 2017년에 출간된 『자유로울 것』에서도 느꼈지만, 이번 책에서도 임경선 작가에게 '자유'는 무척 중요한 요소라고 느꼈다.
어려서부터 큰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되는 환경에서 자랐고 자발성, 다시 말해 내가 알아서 선택을 내리고 내 앞가림을 하는 것이 체화된 사람이다. 만약, 그러한 책임과 성실이 어떤 권위에 의해 강요된 거라면 그건 고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 자유에 의한 것이었기에 '내가 내 삶을 이끌고 간다'는 확실한 감촉이 있었다. 자유는 내게 '호흡'과도 같은 것이고 창작자에겐 더욱 더 절대적으로 필요한 감각이다.
『평범한 결혼생활』의 드라마 각본 작업을 두고 지인들이 모두 도전하라고 했지만, 중도 포기했다. 이 경험이 준 교훈이 있다면?
언뜻 '모두가 등을 떠밀어도 내가 내키지 않으면 하지 말아라'가 교훈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가끔 내키지 않은 일도 해보면 내가 평소 얼마나 '내키는 일'만 하고 살았는지를 통감하게 되면서 뭔가 감사한 마음이 새삼 든다.(웃음) 그리고 힘겹더라도 모든 일에는 배움이 있다.(배움을 찾아야 한다) 드라마 각본 작업을 해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업의 성격이 내 기질과 맞지 않아(단계별 조율과 원고 컨펌, 기약 없는 완결) 다시 하긴 어려울 것 같다.
독자들을 아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는 느낌이 든다. 작가로서 독자를 대하는 마음이 궁금하다.
내 책을 사줘서 고맙고 좋다기보다 지금 같은 시대에 '책을 읽는 사람'으로 남아 있어줘서 동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 책을 깊이 읽어주고 내가 이해 받고 싶은 방식으로 이해해주는 독자 리뷰를 발견하면 무척 행복하고 힘이 된다. 아주 가끔 내 책 한 권 샀다고 '고갱님'처럼 작가를 휘저으려는 분들이 계신데 그러지 마시라.
(웃음) 베스트셀러 작가에게는 유독 질투가 담긴 악플, 리뷰를 마주할 때도 있지 않나?
악플에 반드시 질투가 섞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별로라고 생각하니까 별로라고 쓰는 거겠지. 나는 책 출간 후 한두 달쯤 SNS 리뷰를 보는데 악플을 봐도 별 감흥이 없다. 아니 심지어 납득이 된다. 아, 이런 스타일의 분들 입장에서 보면 나 같은 인간은 너무 별로겠지, 완전 이해돼! 같은. 사실 좀 별로인 면도 많다.
칼럼니스트로 데뷔해 소설까지 글쓰기를 확장했다. '소설'은 어떤 의미인가?
내 마음과 감정을 담는 것이라 쓰면서 가장 깊은 만족감을 주는 장르의 글이다. 종종 '임경선은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다'라는 말을 듣는데, 만약에 그 에세이가 좋았다면 그것은 내가 과거에 소설들을 써온 경험이 누적되어서 그랬을 공산이 크다. 에세이보다 소설이 더 좋다는 독자분들도 있는데 그것은 내 소설이 다른 한국소설들과 결이 조금 달라서 그럴 것 같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가 어떤 상황에 있는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
막연히 인생이 답답하게 느껴지거나,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싶은 독자분들이 읽고서 '머리속 정리가 되었다'며 도움이 되었다는 감사 편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 정작 나는 누구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쓴 책은 아니고 정말 나 자신의 절박한 문제를 써보면서 정리하자 싶었던 것뿐. 일타쌍피가 이런 것인가?
*이상헌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국제노동기구(ILO)의 고용정책국장이다. 삼천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일찍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고 영국 케임브리지로 가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마쳤다. 그 후 줄곧 ILO에서 여러 직책을 거치면서 일하고 있다. 노동 시간, 임금, 고용에 중점을 두면서 포괄적인 연구와 정책을 개발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나라에 정책 조언을 한다. 노동경제학이 전공 분야이지만, 노동에 대한 단편적인 경제학적 접근에 대해 비판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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