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통용되는 인지 저하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퇴행'이다. 퇴행의 뜻은 '공간적으로 현재의 위치에서 뒤로 물러가거나 시간적으로 현재보다 앞선 시기의 과거로 감'이다. 치매는 시간적 퇴행에 해당한다. 인간은 청년이 될 때까지 성장을 하다가 노화에 접어들게 되는데, 퇴행성 질환이 생기면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고정 독자가 많은 다비드 칼리가 이번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빠를 이야기한다. 그림책 『나의 작은 아빠』는 싱글 대디 가정의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남성 가족 구성원들이 양육, 성장, 살림, 부양, 간병 등 서로 돌봄 노동을 수행하며 정서적으로 유대감을 생성해 나가는 관계를 시적으로 간결하게 그려 내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준다.
『나의 작은 아빠』를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몇 년 전에 어머니가 때 이른 노인성 치매에 걸리셨어요. 우리 가족 모두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충격에 빠졌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죠. 이후 그 사건을 주제로 책을 몇 권 쓰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아빠를 돌보는 사람을 아들로 상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여성이 간병을 하거든요. 그래서 돌봄의 주체가 남성인 이 그림책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누가 주로 아픈 부모를 돌보는지 모르겠어요.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은 대부분 여성이긴 해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학교에서도 그렇고요. 초등학교 교사의 75~85%가 여성입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간병했어요. 누나와 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누나는 부모님 집과 5분 거리에 살고 있고, 저는 다른 도시에 살고 있지만 최대한 지원하려고 노력합니다. 올해 초부터는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기가 어려워 지금은 양로원에 계셔요.
나보다 먼저 아픈 부모를 둔 친구들을 생각해 보니, 한 명은 남자고 한 명은 여자예요. 나의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쓰다 보니 주인공을 그냥 남자로 만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내가 쓰고 있는 것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아요.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있으면 시작하고 그대로 내버려 둡니다. 나라나 문화에 따라 때때로 남녀의 차이가 있는 줄은 알지만, 저에게는 그런 차이가 전혀 없어요.
『나의 작은 아빠』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요?
저는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쓰지 않아요. 다시 말해, 내 책에 교훈이 있다면 그건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거예요. 결코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쓸 거야"라고 말하며 글을 시작하지 않아요. 『나의 작은 아빠』도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청탁이 들어오면 원고를 쓰나요?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양한 출판사와 작업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스페인, 포르투갈 출판사와 일하고 있어요. 가끔 스위스도 있고요. 요청을 받아 글을 쓸 때도 있고 내가 쓰고 싶어서 쓸 때도 있어요. 출판사가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정해서 의뢰하기도 하거든요. 그럴 땐 청탁받은 글을 쓰죠. 그게 아니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글을 쓰는데, 이 경우가 더 많아요.
작가님의 글에는 언제나 유머가 있어요. 작가님께 있어 '유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재미있는 만화책과 웃긴 책을 읽으며 자랐어요. 여러 코미디언의 열렬한 팬이고요. 유머는 한 사람이자 작가로서 내 삶의 일부고, 심지어 슬픈 상황에서도 유머를 발견할 수 있어요. 저는 인생이 단순히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척 행복한 순간에도 약간의 슬픔이 있을 수 있고, 슬픈 순간에도 유머를 찾아낼 수 있어요. 그래서 글을 쓸 때 항상 이 두 가지 요소를 함께 섞어요.
보통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 한국 독자에게 '다비드 칼리'는 매일매일 글만 쓰는 작가로 인식될 만큼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책이 많고 책이 나오는 속도도 매우 빨라요.
글쎄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동시에 많은 일을 해요. 책과 잡지에 실을 이야기를 쓰고, 문학 작법 수업을 하고, 에이전트와 아트 디렉터로 일하기도 해요. 온라인 잡지에 기사를 쓰기도 하고요. 그리고 여행도 자주 떠나요. 나의 하루는 매우 복잡해요. 그날그날 계획을 따르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그 와중에 급하거나 재미있는 일을 먼저 하는 편이에요.
작가가 되기까지 영감을 준 책이나 영화 같은 게 있을까요?
어린 시절에는 언젠가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실제로 커서 몇 년 동안 만화가로 일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어린이 그림책을 만났는데,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언어가 만화의 언어와 상당히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의미에서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 작가는 '토미 웅게러(Tomi Ungerer)'예요. 『모자』와 『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를 읽었을 때 내 앞에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것을 보았고, 당장 그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었어요. 그의 모든 그림책은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었고 지금도 그래요.
*다비드 칼리(David Cali) 볼로냐 라가치상에 빛나는 세계적인 작가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그림책, 만화,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이 30개국이 넘는 곳에서 출판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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